어느 방송에 가서 내가 그런 취지로 얘기했다. 잼버리가 관광화 되고 참가자들은 각 지자체에 분산되는데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숙소와 식사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모두 우왕좌왕이다. 폭염, 침수, 태풍은 애초 예상할 수 있는 거였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결정할지 등은 이미 정해져 있어야 했다. 이것은 이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조차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앞으로 유사한 행사를 유치할 때는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고, 매뉴얼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도 대비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해야 한다.
마이크 꺼지고 나서 진행자가 그러는 거였다. 매뉴얼은 있었다! 대통령이 매뉴얼을 무시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결정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답을 했다. 나도 한겨레 등의 보도를 봤지만, 태풍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하리라 봐서 컨틴전시 플랜으로 간 거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린 것이다…
여가부 장관은 어제 이렇게 브리핑했다. “(대응 매뉴얼 속) 구호소는 다시 영지로 돌아오는 걸 전제로 한 일시 수용장소”, “(태풍이 상륙하는) 전국적 재난상황이기 때문에 매뉴얼에 따라 (수도권 등으로) 철수하게 됐다” …
한겨레에 따르면 매뉴얼의 내용은 이렇다.
조직위는 이 매뉴얼에서 태풍·호우·강풍, 폭염 등 재난 유형별로 기상 특보에 따라 위기 단계를 3단계(주의·경계·심각)로 구분하고, 태풍이 ‘심각’ 단계인 경우에는 미리 지정한 근거리 대피지역 4개 시군(군산·김제·부안·정읍) 실내 구호소 204곳과 원거리 대피지역 4개 시군(고창·완주·익산·전주) 실내 구호소 138곳에 참가 인원들을 대피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날 발표로 사전에 마련한 대책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3402.html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것조차 주먹구구다.
지정한 대피장소가 대부분 초등학교, 중학교 강당·다목적홀이다 보니 ‘숙영지’로써 운영이 어렵단 판단에서다. 잠자리부터 단체급식소·샤워실 등 편의시설 대비도 부족했다고 한다. 숙소·화장실 등을 충분히 확보한 게 아니라, 수용인원을 2.6㎡당 1명씩 단순 계산한 게 전부였다.
이번에 오는 태풍은 드물게도 한반도를 직접 남에서 북으로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태풍은 육지에 상륙해도 세력이 줄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며 피해를 키운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태풍이 먼저 상륙하는 곳은 남부지방이다. 내가 본 기사 중에는 태풍이 상륙해 전북 지역의 주민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재민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할텐데 잼버리 참가자들(3만6천명이다)이 이미 대피한 상태일 경우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인용된 것도 있었다(지금 찾으려는데 못 찾겠다. 꿈에서 봤나?).
그러니까 이 경우는 매뉴얼이 있어도 부실한 것이거나, 지금과 같은 태풍이 발생해 수도권으로 대피?이동? 해야할 경우의 매뉴얼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열이 매뉴얼 무시하고 지맘대로 결정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런 방식으로 비난을 하고 싶겠지만, 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런 결정도 할 수 있다고 본다. 태풍의 직접적 영향이 우려되는데 3만6천명을 전북이 감당하는 그러한 일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준비가 부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매뉴얼이 이렇게 부실한 책임은 물론 정부에 있다. 조직위 책임인데, 인터넷 댓글 같은데선 조직위라고 그러면 다 전북 얘기 하지만 조직위 공동위원장에는 여가부, 행안부, 문체부 장관이 포함되며 여전히 주무부처는 여가부고 이러한 장관들을 부리는 것은 대통령이다. 준비 안 하고 뭐했냐는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거다.
많이들 봤겠지만, 심지어 이런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개영식에 갔으면 보이스카우트 복장 입고 사진만 찍고 올 게 아니라 제대로 야영장을 둘러봤어야 했다. 그래도 왕년의 보이스카우트인데 늪지 같은 야영장을 봤다면 느껴지는 게 있지 않았을까. 일선에게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현장까지 가서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 자신부터 자책해야 한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808/120624326/1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보이스카웃 못한 사람으로서 초반부가 공감이 되지만… 그건 뭐 이정도로 마무리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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