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라디오에선 제프 벡 선생이 기타를 친 goin’ down을 틀었다. 명절이고 해서… 노래를 추천하라 했는데 평소 일본 노래만 듣고 있어서 좀 그랬다. 그러다가 제프 벡 선생의 생각이 났다. 민기자님은 oasis의 whatever를 신청했더라. 흥이 나서 뻔한 오아시스 대 블러 얘기를 잠깐 했다. 우리 스쿨밴드 시절 레파토리 중에 morning glory, don’t look back in anger
추모하고 싶은 마음에 제프 벡 곡을 신청하긴 해야겠고 한데, 마땅한 게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 연주곡에는 청취자들이 적응하지 못할 거 같고, 또 난해하거나 너무 우울한 곡은 아침부터 좀 그렇고… people get ready 같은 너무 정박자인 곡은 싫고… 마침 떠오른 게 goin’ down이다. 가사는 좀 아니어도 분위기가 흥겹긴 하니까…
제프 벡은… 위대했다. 한국인들이 3대 기타리스트 어쩌구 하는데, 에릭 클랩튼은 영 마음으로부터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냥 느낌적 느낌이 좀 안정지향적이지 않나 하는 게 있지.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지미 페이지였다. 기타는 좀 멋대로 쳐도 지미 페이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위대한 음악가이다. 지미 페이지의 작곡 센스는 최고다(이거 사실 또 오타쿠들이 이런 저런 여러가지 얘기를 하는데, 그냥 그런가보다 합시다).
하지만 기타리스트로서는? 역시 제프 벡이다. 기타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기타의 영역을 넘는 어떤 서커스나 장난으로 가지는 않으면서도, 그 본질적인 한계 내에서 한계 자체에 끝없이 도전하는… 기타 그 자체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는 기타의 수도자랄까. 사실 고전적인 의미의 기타리스트로서 제프 벡은 같이 비교되는 다른 이들처럼 이미 70년대에 완성돼있었다. 그런데 순전히 연주라는 측면에서 보면, 거기서 끝나지 않았던 거다. 이런 자세를 통해서 완성된 후기 제프 벡의 연주는 몇 개 음만 들어도 그게 제프 벡의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어느 영역에서든…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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