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말하는 거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열어 놓는 게 좋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진짜 용서가 안 되는 풍자가 있다. 이거는 누가 봐도 진짜 선을 넘었다 싶은 거. 특히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거. 그러면 이제 진정한 약자란 뭐냐를 두고 막 싸워대겠지? 알았어, 뭐 천천히 얘기를 해보자고.
근데 이번에 국회에서 막 새벽에 치워버렸다는 그 그림들은 뭐가 문제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조선일보 등은 민주당이 전시하고 민주당들이 치워달라고 해서 민주당 출신 국회 사무총장이 치운 거 아니냐 딱 그러던데… 전반적으로 그런 예술을 보는 시각이 너무 경직돼있는 거 같다.
‘나체’라고 보도가 나온 작품을 보면, 그게 그렇게 대단한 그림인가 싶다. 그냥 근육질 몸에다가 윤통이랑 여사님, 그리고 아마도 장모님 머리를 얹어 놓고 큰 칼 쥐어 놓은 거거든. 이게 ‘나체’냐? 사전적으로는 나체지. 근데 프로레슬러더러 나체로 레슬링한다고 그래? 아니잖아.
자 우리 유명한 횽님들 사진을 보자.
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17/02/06/82734026.1.jpg
저런거 나체라고 그래? 아니잖아. 그러니까 저걸 두고 나체라서 문제다 라고 하는 거는 보는 사람의 시각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
나는 표창원 씨가 두들겨 맞았던 그 작품에 대해서도 대개의 사람들과는 좀 다른 생각이다. 가령 여성 대통령을 여성의 나체에 합성한 것은 성적 대상화이다 금지하라! 오직 이거 하나만 갖고 얘기할 순 없는 거거든. 작품에 대한 접근은 늘 다차원적이어야 하는 것이지. 당시에 나는 이런 메모를 썼었음.
국회에 걸린 ‘더러운 잠’이란 그림의 예술성 논란은 극우주의자들이 ‘여성주의’를 기만적으로 활용하며 분기탱천하는 것으로 완결되었다. 극우주의자들은 여성성이 모욕당한 것에 분노했다기 보다는, 박근혜라는 ‘성녀’가 ‘창녀’의 자리로(이런 폭력적인 구분법이 싫지만 이 경우엔 어쩔 수 없다) 내려와 있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가까웠다(이게 정확히 패러디의 원본인 마네의 올랭피아가 당대에 한 역할이다. 이 패러디작은 더군다나 ‘우르비노의 비너스’의 일부를 차용하고 있다). 그런데 똑같은 맥락에서 ‘촛불시민’들의 상당수는 박근혜라는 ‘성녀’를 ‘창녀’의 자리로 끌어 내리기를 간절히 원했고 그것에 몰두했다.
(…)
국정농단은 박근혜의 여성성과는 관계가 없고 국민이 법에 따라 위임한 권력을 사사로이 아무 권한이 없는 이에게 넘겨준, 대의민주주의의 일상적 붕괴를 보여준 사건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을 박근혜의 여성성 문제로 굳이 환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그래서 이 그림의 예술적 맥락에는 바로 그 오류를 스스로 저지르고 있다는 점과 극우주의자들의 분노를 드러나게 함으로써 그들이 박근혜를 보는 방식이 도착에 가깝다는 걸 드러냈다는 점이 같이 포함돼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얘길 떠듦으로써 이 정치적 작품의 예술성은 완결된다. 이게 예술의 정치화가 아닐까 한다. 벤야민이 좋아하는 브레히트가 시를 쓰고 극을 썼는데, 그걸 본 모든 사람들이 “ㅋㅋ돈벌고 싶나보넼ㅋㅋ”라고 하면 브레히트가 예술이 되겠냐?? 그런 의미에서 비평은 좌파의 무기이다.
그러니까, 좀 풍자라는 것들에 대해서 이쪽이든 저쪽이든 ‘너는 풍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기만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배후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논리로만 일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주장을 제대로 된 비평을 통해 논증하는 것 또한 예술을 제대로 소화하는 우리 사회의 제대로 된 어떤 기능이다 이런 소리를 막 하면서… 지루해져서 끝내려고 하는데…
딱 하나 좀 수긍할 수 있는 논리,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생존자들 국회 오시는데 분위기가 정치적으로 좀 안 맞지 않느냐… 그런 지적은 수용할 수 있을 거 같애. 그렇다면 그걸 잘 설득을 해서 장소를 옮기든 협의를 했었어야… 잘 됐을까? 에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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