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왓챠에 나데시코가 있다고 그래서… 그걸 밥 먹을 때마다 하나씩 보고 있다. 오타쿠의 자기연민적인 자기부정 같은 얘기다. 에반게리온과 비교할만한데, 원인을 모르는 재앙과 싸우다 그 재앙의 시작이 자기들의 책임이더라는 걸 깨닫는… 일본적 맥락에서 보면 패전의 트라우마겠지.
에반게리온은 그 갈등을 철저하게 개인화시켜 해소하려고 시도한 반면 나데시코는 ‘게키강가를 보는 어른이 아닌, 게키강가가 될 수 있을줄 알았다’는 식의 오타쿠적 세계관으로 풀고 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오타쿠적 세계관이란 건 결국 이데올로기의 은유라는 거다. 그러니까 극중의 로봇 애니메이션인 게키강가는 결국 이데올로기인데, 그렇게 보면 목성인들은 복식을 보나 경직된 태도로 보나 극우세력에 대한 묘사이다. 이 만화들이 나온 시기가 96년 97년… 본격적으로 백래시 하고 이럴 때라는 것까지 보면 거의 그렇다. 반면 이들에 대항하는 나데시코들은 통제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들 같지만 게키강가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즉 목련과 나데시코의 대립구도는 노골적으로 믿는 강박과 아닌 척 하면서 믿는 도착의 구도인데, 이쪽에서 도착적 갈구를 추동하는 것은 네르갈이라는 군수자본이다…
뭐 아무튼 코믹의 탈을 쓴 이런 저런 장치를 통해서 이런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에반게리온의 자폐적 세계관과 비교하면 적어도 명백하게 외부를 향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데가 있는데, 결국 결말이나 극장판에서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래돼갖고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다 보면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고.
왓챠에서 뭐 누르다고 또 우연히 보게 된 것이 ‘가십’이라는 일본드라마이다. 쿠로키 하루라는 여배우가 나오는데, 옛날에 알던 분을 닮아서 놀란다. ‘가십’은 대형출판사에 소속된 인터넷신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원래는 잘나가는 주간지였지만 여러 조건이 바뀌면서 잡지는 폐간되고 별볼일 없는 스팟뉴스 생산 사이트가 유일한 남은 흔적이라는 설정… 1화 밖에 안 봤지만 인터넷 신문사 다닐 때 생각도 나고 뭐 그렇다.
시작은 소소한 에피소드로 했는데, 이런 별볼일 없는 사이트에서 나름의 저널리즘적 시도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른 영화 드라마에서 거악과 싸우는 기자들의 서사와 비교하면 생활감이 확실해서 좋다. 사실 거악과 싸우는 기자를 그린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게키강가 같은 거다. 없애야 될 건 아니지만… 게키강가가 A부터 Z의 모든 것이 될 순 없는 거다. 그런 면에서 ‘가십’은 좋은데,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거악과 싸우는 뭔가가 되지 않을까 예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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