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마다 얘기가 다 다르다는 걸 쓰고 보니까 어저께 생각이 나서. 어제 아침에 무슨 유튜브 방송을 하러 갔는데 병상 확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거는 이미 1, 2주 전부터 떠들고 다녔는데, 예를 들어 지난주인가에는 다른 방송에서 ‘징발’이란 표현을 써서 에둘러 얘기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전부터 긴급동원을 주장했다. 근데 이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게 되기 전에 민간병원이랑 협력을 잘 해서… 뭐 이런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건데, 특히 어떤 방송은 맞은 편에 의사선생님이 앉아 있기 때문에 더더욱 평론가로서는 과감한 주장이 어렵다. 그런데 진행자가 병상 확보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왜 안될까요 라고 질문을 하기에 현재 입원해있는 중환자들 문제도 있고 수가 문제도 있고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신뢰 문제도 있다 이렇게 뭐 얼버무렸다.
아무튼 어제 아침에 한겨레에 김윤 교수 글 실린 걸 갖고 얘기했는데, 김윤 교수 주장은 시민단체의 긴급동원보다 수준을 낮춰놨다. 하여간 당근과 채찍을 잘 써야 되는데 채찍을 휘둘러라 이런 얘기다. 이미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뜨거운 관심의 글인데, 주장과 반론의 반론은 글 내용을 참고하시고.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3995.html
이 얘길 하는데 진행자가 또 단칼에 자르기에 제 주장이 아니고 교수님 주장이다 하니 비현실적인 얘기라고들 하신다 라고… 그러니까 의사들이 그런다는 말이다. 의사들이 왜 그러냐, 그냥 비현실적이다 라고 하고 말 문제가 아니고 이 교수님은 심지어 의료사회주의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라는 얘기를 꺼내는데 이미 귀담아 듣는 분위기 아니다.
비현실적이냐? 물론 그런 게 있다. 환자별 입원과 수술 일정을 조정하는 게 기계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로 될까? 그냥 생각해봐도 쉽지 않지. 당신이 환자라면? 이럴 때는 서-비스를 받어야 되는 의료소비자니까 쉽지 않다. 그런데 어쨌든 얘기라는 건 필요한 거 아닌가? 무슨 사회적 차원에서라도?
갈등 구조가 단순히 비현실적이냐 현실적이냐를 넘어선다는 것도 같이 봐야 한다. 의협은 지난 5월에 김윤 교수를 징계하려고 했다. 아래 글 때문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36877.html
그 전에는 ‘김용익 사단’이라는 얘기도 등장했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출신인 김용익(68) 이사장은 의료계의 대표적 진보 성향의 학자다.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민주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고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을 지냈다. 참여연대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활동한 그는 공공의료 확대를 주장해온 핵심 이론가로 진보 진영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이진석(49) 실장은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에 진학하면서 김용익 이사장의 제자가 됐다. 대선 캠프에서 김용익 이사장과 함께 ‘문재인 케어’ 등 보건의료 공약의 밑그림을 그렸다. 감염의학이 아닌 의료정책 전공자인 그는 코로나19 일일 상황 점검 회의에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나는 의사 장롱면허 소지자”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이 실장은 문 대통령의 30년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공공병원 공약에 개입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언론에 자주 등장해온 이재갑(46) 교수는 이진석 실장의 고려대 의대 후배다. 이 교수는 1월 2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했다. 당시엔 중국인 여행자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자는 국민 청원 동의가 56만명을 넘은 민감한 시점이었다. 이 교수는 당시 ‘입국을 금지하면 밀입국이 늘어날 것이기에 입국 금지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 17일 주최한 자문특보단 간담회에도 엄중식 교수와 함께 참석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진석 실장과 대학 선후배 관계지만 연락을 안한다”고 해명했다.
여기 등장한 사람들이 최근에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지 한 번 확인해봐라. 다 얘기가 다르지. 그런데 김윤 교수 역시 김용익 사단의 일원(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당연하겠지)으로 의사들이 진료거부 할 때 같은 맥락에서 등장한 일이 있다.
교수진의 전공의 파업 지지 성명을 비롯해 각 의대 전임의의 사직서 제출과 전국 본과 4학년의 국가고시 거부, 의대생의 동맹 휴학 등 지위·나이를 가리지 않는 초유의 이번 ‘의사의 난’ 배경에도 김용익에서 김창엽·김윤 교수로 이어지는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만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의협 과학검증위원장)는 “서남의대 폐교를 겪으면서 의료계는 물론 복지부도 ‘의대는 함부로 만들면 안 된다’는 컨센서스가 있었다”며 “이번 사태는 정부가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의대가 필요하다는 김용익 사단의 오랜 신념에다 확실한 지역표를 통해 장기 집권을 꾀하는 집권당의 노림수가 결합해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일 “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철회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권 때문이냐”고 문제 제기한 것처럼 이번 사태는 단순히 신념과 정치 구도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공의대와 관련, 주목해야 할 사람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이다. 2012년 대선은 물론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모임인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던 문 대통령 측근이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014년 전남지사에 당선됐을 때 인수위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정 원장은 전북의대 출신으로 원장 취임 직전까지 순천에서만 소아과 진료를 봤지만,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에서 석사를 마쳐 김용익 사단으로 꼽힌다.
이게 의료계 주류들이 하는 얘기다. 이 맥락까지 포함해서 논란을 해석해봐라. 근데 이미 이 얘기 꺼내면 쟤는 또 딴 소리 한다 이런 분위기가 될 것이다. 아유 몰라 이제 씻고 나가야돼서…
그 와중에 어떤 교수님은 오늘 두 개 신문에 비슷한 글을 포인트만 약간 바꿔서… 한 번 보세요.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01215/104445451/1
Comments are closed, but trackbacks and pingbacks are o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