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조님이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늘 그 얘기를 했는데, 이게 오히려 판사의 유죄심증 형성할 수 있고 여론이란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검찰이 질문한 내용은 다 내일 신문에 날 건데… 검찰에선 진술 거부하고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더니 증언 거부하면 누가 그걸 받아들이겠냐… 그랬다. 중요한 건 이걸 다 알면서도 했다는 거다. 법정에선 법적리스크 최소화만 신경쓰고 여론은 SNS로 때우겠다 이거 아니겠나. 뒤집어 말하면 일부 혐의는 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겠다.
백서들은 체제의 모순까지 조국이 책임져야 되느냐 이러는데, 여러 차례 썼지만 죄가 되느냐 여부와 이런 일을 한 사람을 법무부 장관시키는 게 맞는거냐는 다른 문제이다. 조광조의 SNS 세계에선 아니겠지만, 재판은 여기에 죄까지 되는 거냐의 문제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광조님은 주요 혐의에서 무죄가 예상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관계없다. 검찰 수사에 의도가 있고 거칠게 진행됐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겨레의 어떤 분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그럼 이재용 부회장 수사는 어떤가. 삼성 변호인단은 무엇보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목표물로 삼은 동기를 적시하지 못한다. 변호인단뿐 아니라 그 누구도 검찰의 부당한 동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또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몇백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를 과잉수사라고 주장하는 축도 있는데, 사건의 중대성과 복잡성에 비춰보면 최선을 다한 수사였을 뿐이다.
잭슨의 연설을 읽으며 떠오르는 것은 그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다.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라는 동기 분석이 나오고, 70여차례 압수수색으로 상징되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아무리 봐도 기소된 혐의와 수사 규모·강도가 비례하지 않는다.
이재용 수사는 맞고 조국 수사는 틀렸다… 근데 시중에 의혹이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 수사에 착수를 하지 않으면 실체를 어떻게 파악하나? 그마저도 수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이미 갖추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 권력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고 기소를 하지 않는 게 문제이지, 수사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흑서들이 계속 언급하는 일본인의 수사지휘권 발동… 그것도 불구속 수사를 하라는 거였다. 그 대상자는 이케다 하야토와 사토 에이사쿠였고 둘 다 수상이 됐다. 당시 요시다 시게루 총리의 원투펀치로 이미 거물들이었다.
개혁은 개혁이고 통치는 통치다. 이 정권도 엘리트 통치를 하시잖아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아니잖아. 그러면 통치에 무슨 컨센서스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수사 재판에 비협조, 그러면서 언론 통해서는 하고 싶은 말만… 이게 가리키는 모델은 전에도 지적했지만 분파별 이익공유가 통치를 대체한 남미형 정치다.
언론이 논조를 달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윤총장 말마따나 정론지면 체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 한 얘기를 이리 저리 재단해서 구미에 맞게 써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고보면 요즘 습관화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령 아래의 글을 보라.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은 한국에서도 이에 관한 논쟁의 장을 열고 있다. 사건에 대해 어떤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는 또다른 정치적 올바름의 과잉 아닌가. 86세대의 ‘내로남불’도 안 되지만, 정치적 올바름의 남용도 안 된다.
(물론 나는 위와 같은 서술 방식 또는 견해에 반대하는 한겨레 기자 몇몇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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