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아야 하니 오늘도 카페에 갔다. 방역지침을 가장 잘 지키는 프랜차이즈라고, 내가 생각하는 스타벅스에선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른바 동네 카페에서 대기해야 했다. 목동의 중년들엔 카페 마니아들이 많다. 동네 카페도 중년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수다를 떤다. 뭘 먹을 때는 마스크를 쓸 수 없는데, 그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작은 카페였으므로 그들이 하는 얘기를 싫어도 듣게 될 수밖에 없었는데, 내용이 웃겼다. 지방 식당에 가보니 이미 명부 작성하고 다 하는데, 서울은 이제서야 이렇게 하니 늦어도 너무 늦었고 전염 확산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흠… 그런가? 지방에 가본 일은 없어서… 그러더니 또 지방 식당에서의 경험을 얘기하는 거였다. 체온을 쟀는데 밖에 덥다 보니 무조건 38도가 나와 당황했다고… 흠 그런 일이… 식당 주인이 “여긴 어차피 다 38도 나와요. 괜찮아요”라고 하더란다. 이것 참… 발열체크도 헛점이 있군…
여기까지는 그냥 그런 일도 있는가보다 하며 들었는데 그 다음 얘기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그런데 명부를 왜 적어야 하냐, 어차피 신용카드나 지피에스 추적으로 다 나오는 거 아니냐, 내 개인정보를 식당이 어디다가 쓸지 어떻게 아냐… 이러는 거였다. 다른 중년들이 맞장구를 쳤다. 정부 방역대책에 협조를 하는 거야 마는 거야? 혼란스러웠다.
기준을 방역대책 찬반에 놓고 보면 이 대화가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이해득실로 놓고 보면 일관성을 찾을 수 있다. 요컨대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내가 확진자가 되기는 싫으니 식당들은 정부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지만, 동시에 나는 개인정보를 이용당하기 싫으니 명부에 이름을 적고 싶지 않다는 거다. 일관성이라는 게 이런 식이다. 이러니 일관성을 얘기하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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