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과 화요일 연이어 떠들었다.
5월 8일 금요일
오늘 고공비행 주제는 기억의 연대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어제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 수요집회 등을 비판하면서 논란 커졌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들이 성금과 기금을 모아서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 단체에서 출판한 위안부 피해자 사례집에 대해서도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채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미향 당선인을 향해서는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의 10억엔 얘기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며 최근 덕담을 건넸다는 말도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다. 또 이용수 할머니는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혼자서라도 위안부 역사관을 세워 젊은이들에게 옳은 역사를 가르치겠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오늘 입장문을 내고 후원금은 2003년부터 운영중인 피해자 지원 쉼터를 비롯한 전국의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데 쓰고 있다고 밝혔다. 1992년 당시 진행한 모금은 피해자 62명에게 250만원씩 지급했고, 1995년에도 국내외 피해자 156명에게 정부지원과 시민모금 합쳐 4412만5천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위로금 수령을 거부한 피해자 8명에게 2017년 모금을 해서 개인당 1억원을 여성인권상금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1992년, 1993년, 2007년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활동과 2019년 국제대회 활동… 또 수요시위, 일본 정부 상대 소송 지원 등 각종 사업에도 후원금을 사용했는데, 이 내역에 대해선 정기적으로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위안부 합의 내용을 미리 알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윤미향 당선인이 기자회견 이후에 이용수 할머니와 직접 통화를 했다고 한다. 당시에 같이 티비를 보면서 합의 사실을 알았고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말씀한 것 뉴스에 다 나갔다고 설명했으나 이용수 할머니가 아니라고 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왜 그랬을까? 정의기억연대 측은 두 가지 얘길 하고 있는데 첫번째는 윤미향 전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함께할 수 없어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충분히 이해하고 깊게 새겨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두번째는 정의기억연대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인사가 이용수 할머니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가자평화인권당 최용상 대표를 지목했다.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이 비례대표 후보 논의에 가자평화인권당 가자환경당 등을 참여시켰으나여러 문제로 이 당들이 추천한 인사를 공천하지 않았다. 두 당들은 당시 크게 반발해 따로 기자회견 열기도 했다. 더불어시민당 등은 이번 일이 이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최용상 대표는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도와달라고 해서 응한 것 뿐이라며 이용수 할머니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주장일 뿐이라고 반론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와 이용수 할머니의 충돌에 여권 내 공천 논란까지 엮인 것인데,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용수 할머니가 아무리 고령이라 하더라도 단지 남의 주장만 듣고 기자회견를 자청하진 않았을 것이다. 본인 마음 속에 어떤 형태로든 뭔가 서운함을 갖고 있었는데 윤미향 당선인이 이제 국회의원이 된다고 하니 이를 표현한 걸로 생각된다. 물론 이용수 할머니 주장대로 회계 문제나 윤미향 당선인이 위안부 합의를 미리 알았다는 내용이 일부 사실일 수도 있다. 이건 정의기억연대가 추가로 기자회견 통해 입장 밝힐테니 지켜봐야 한다.
언론이 진실게임 이런 단어를 통해 보도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번 일을 통해 두 가지 정도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첫째는 결국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게 이 사건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도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최근까지 논의된 이른바 문희상 의장안도 비슷한 한계를 안은 채로 표류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 18명 남았고 대부분 고령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는 최선을 다해 매듭을 짓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는 매번 있는 논란인데, 시민단체 출신들이 정치권에 가면서 단체 내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단체의 활동이 정파적 논란에 휘말리면서 활동가들의 의도나 순수성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거다. 정치권으로 진출한 사람에 대해 그동안의 활동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용한 것 아니냐는 식의 비판도 종종 나오는 얘기다. 이 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정치권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영입을 하는 쪽이나 응하는 쪽이나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리 시민사회의 역량이 본의와 관계없이 오히려 훼손된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5월 12일 화요일
오늘 고공비행 주제는 만들어진 진실게임이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 문제에 대해서 보수언론이 연일 기사를 쓰고 있는데 무리하게 진실공방 등의 구도를 만들고 있는 듯 하여 정리해 봤다.
먼저 윤미향 당선인이 위안부 합의 내용 미리 알았느냐 몰랐느냐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 언론이 쓰는 진실게임 구도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인 사이의 진실게임, 둘째는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 사이의 진실게임이다. 먼저 첫번째…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한 사실을 윤미향 당선인 혼자만 사전에 알고 있었고 피해 당사자들에겐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미향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2015년 12월 28일에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 사실을 발표할 때 티비를 함께 보면서 합의 내용 알았고 이용수 할머니와 기자회견 통해 합의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는데, 이용수 할머니는 10억엔 부분을 다음해 1월 28일 윤병세 당시 장관이 피해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써있는 걸 보고 안 걸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일부 부분에 대해 착오가 있다는 것인데 이걸 보수언론은 이용수 할머니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조태용 당선인과의 진실게임은 위안부 합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었던 조태용 당선인이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윤미향 당선인에게 사전 설명했다는 외교부 입장을 들은 바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정의기억연대는 위안부 합의 발표 전날 외교부가 책임 통감, 사죄 반성, 일본 정부의 국고 거출이라는 합의 내용을 기밀 유지를 전제로 일방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말 외교부 TF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일본 정부가 내는 10억엔의 액수에 대해선 피해자로부터 의견 수렴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써있다.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략의 얼개외의 구체적 정보를 전달받은 바는 없다는 게 윤미향 당선인 측 입장이다.
보고서에는 당시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를 접촉했고 때때로 피해자 쪽에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라는 대목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 윤미향 당선인 측은 명절 때 선물 준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방문한 것 등 외에는 구체적 협의는 한 바 없다고 했다. 결국 피해자들과 성실하고 충분한 협의를 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사전에 알았느냐 몰랐느냐 라는 진실게임 구도는 성립할 수 없다.
맥주집 3천만원 지출에 대한 진실게임도 보도도 있다. 맥주집에서 후원행사 하면서 3천3백여만원을 지출했다고 장부에 써놨는데, 맥주집 주인은 당일 실제 발생한 매출은 972만원이고 자신들이이중 542만원을 되돌려줘서 정의기억연대가 실제 결제한 금액은 430만원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 보도로 보면 정의기억연대와 맥주집 주인과의 진실게임 구도 같다.
그러나 맥주집 주인이 페이스북에 글 올려서 이런 보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당시 후원행사는 정의기억연대가 미리 티켓을 발행했고 이게 현장에서 현금처럼 쓰였다. 이 중엔 사용이 안 된 티켓도 있고 현장에서 현금 결제를 한 경우도 있을텐데, 이런 방식으로 이익을 남기는 게 시민단체가 흔히 진행하는 후원주점이라는 행사의 형식이다. 972만원은 현장에서 업체가 회수한 티켓에 대해 정의기억연대가 지불한 금액이다. 업체는 이 비용 중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금인 542만원을 다시 정의기억연대에 후원했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정의기억연대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즉 전혀 진실게임 구도가 아니다.
3천3백여만원이라는 대목은 이 얘기와는 따로 봐야 한다. 후원의 밤 행사라고 설명한 것에서 보듯, 맥주집에서 쓴 돈은 정의기억연대가 모금을 하기 위한 사업비로 분류돼있다. 3천3백여만원은 한 해 동안 모금사업을 위해서 지출한 비용의 총액이다. 정의기억연대 설명에 따르면 모금사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의 거래처가 140여곳이 되는데 공익법인이 국세청에 보고하는 양식에 140여개를 다 적을 수 없고 대표 지급처 하나의 이름을 기재하도록 돼있다고 한다. 그래서 거래비용이 큰 맥주집 이름을 적었다는 것인데, 이게 장부 기록 상의 오류일 가능성은 있지만, 없는 돈이나 내역을 만들었거나 한 건 아니라는 거다.
언론들은 왜 이렇게 보도할까? 첫째는 사안을 깊게 취재하지 않고 이슈를 따라가면서 단편적으로 드러난 사실 중심으로 보도해서 생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성실한 취재와 사실 확인에 힘써야 한다. 둘째는 주로 보수언론을 통해 이런 보도가 나온다는 점에서 진보는 대개 위선자이고 파렴치하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스스로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됐다는 생각이다. 셋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좋은 합의였는데 이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반일노선으로 사실상 무효화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의기억연대가 피해자들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위안부 피해자들 이용하고 있는 게 누구인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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