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좀 그렇다. 공적인 자리에서만 수십차례는 얘기한 것 같다. 선거제도 바꾸는 게 다가 아니다. 선거제도 바꾸는 것 플러스 뭐가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뭐가 먼저 있지 않으면 선거제도 바꿔봐야 소용이 없다는 거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므로 제도를 바꾸면 누가 수혜를 얻는지 뻔히 아는데, 자신의 대의를 설득할 준비도 안 돼있고 그런 시도도 하지 않으면서 제도 바꾸자는 얘기만 해봐야 뭐 하냐는 거다. 지금 이 얘기 하는 거, 거봐라 내 말이 맞다 이런 얘기 하려는 게 아니다.
선거결과는 사람들이 비례정당을 용인한 것이다. 꼼수니 뭐니 해도 이걸 부정할 수 없다. 연동형비례제가 무규칙비례제가 된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연동형비례제의 대의가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은 일정 부분 착각이다. 여론조사? 대답은 하나여도 의미는 복합적이다.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여론은 기성 정치에 대한 일반적 반감일 수 있다. 뭐 솔직히 모르지도 않을 거라고 본다.
언제부터 그랬다고… 엘리트 기성정치의 일원인양 흉내를 내면서 위원장 자리에 앉아 어떤 협상 전략으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고 믿은 것부터가 문제다. 이 나라 엘리트 정치는 양당제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번 선거가 보여줬다. 지역주의가 아니다(지역주의가 없다는 게 아니다). 정치적 맥락이 다른 두 개의 지역이 있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양당 중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난 거다. 양당제의 일원이 되는 길을 거부하겠다면, 남은 길은 엘리트 정치의 바깥에서 대안을 만드는 것 뿐이다. 엘리트를 이기는 것은 대중의 힘 뿐이고, 그걸 하나로 모으는 것은 어찌됐든 대의명분이다.
지겹지? 그만할게. 나도 피곤해요. 왜 선거는 정치인들이 했는데 내가 피곤하냐. 여러분이 못 보는 데에서 내가 엄청 열심히 일하고 있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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