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작성한 원고인데 시간 문제 등으로 방송 불발되었다. 어차피 다들 하는 얘기겠지만 그냥 올림.
자칭 박사 조주빈의 사과에 대해서다. 오늘 신상이 공개됐는데 이 과정에서 사과 발언 있었다.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손석희 제이티비시 사장, 윤장현 전 광주시장, 전직 기자 김웅 씨 등 비롯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 라고 했다.
조주빈은 손석희 사장과 갈등 관계인 김웅 씨가 사주한 것처럼 꾸며 손석희 사장을 협박해 돈을 받아냈고, 공천 대가로 금품 건네려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는 윤장현 전 시장에겐 제이티비시 인터뷰 주선을 미끼로 돈을 뜯어낸 걸로 알려졌다.
이 발언으로 새로운 사실들 알려졌으나 성착취동영상 관련 언급은 사실상 없었었다. “비롯해” 라고 했지만 사실상 성착취동영상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사과 거부한 걸로도 볼 수 있다.
법적인 부분 고려해서 말을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고 거물들 상대로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본인이 피해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할만한 행위를 했다며 자기 행위를 정당화하는 가해자들이 있다.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이런 경우 있으나 성범죄와 관련해서 가해자의 태도로 많이 나타난다. 추측이지만 조주빈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과를 하지 않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피해자들의 처지에 비추어 본인의 범행은 필연이었다는 거다.
물론 조주빈 본인의 정확한 생각이야 알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한다.
이른바 엔번방 사건의 경우 자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던 여성들이 범죄의 대상이 된 경우인데, 이걸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애초에 사진을 왜 올렸냐, 애초에 금전을 바라는 마음을 가진 것부터가 문제였던 거 아니냐… 이런 식이다. 반일종족주의의 공동저자가 이런 얘길 썼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것은 성범죄 피해를 여성의 행실이나 옷차림의 문제라고 하는 전근대적 관념과 똑같다. 잘못을 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걸 이유로 더 큰 피해를 당해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더 문제는 소셜미디어 등을 보면 억울하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착취동영상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방 참여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 한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더 심각한 성적 착취를 할텐데 혼자 집에서 영상을 본 게 무슨 큰 잘못이냐는 식이다.
이것은 여성의 성범죄 피해와 음란물 자체를 구분 못하는 관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성을 오직 성적대상으로만 보는 뿌리깊은 관념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다 잘못된 것이고 남의 잘못으로 자기 잘못을 가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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