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욕구

원래는 40대를 눈 앞에 둔 독거 상폐남의 일상… 인데 이번 주말은 아빠를 해야 했다. 물론 밥을 해준 것 말고는 별로 한 일도 없는데, 그래도 쉽지 않다. 아무튼 섭생의 중심이 내가 아니다 보니 최근 신경써서 먹는 식사의 궤도에서 좀 이탈했다. 이것과는 관계없이 금요일에 중요 비즈니스 관계로 소고기를 먹은 것도 있다… 일요일 방송 끝나고도 약속이 있기 때문에 이번 주 식단 조절은 약간 망한 걸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야채는 매끼니 꾸준히 대량으로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미밴드를 쓰고 있으나… 웨어러블기기 자체에 사실 큰 욕심은 없는데, 가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에 관하 것을 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다. 심장은 어떻게 뛰었는지, 잠은 어떻게 잤는지 등등… 그리고 사실 알림을 쉽게 볼 수 있다는 편리한 점도 있고 해서 관심이 생길 때 찾아보는데 대단한 세상이다. 어메이즈 핏 빕을 한동안 썼는데 배터리 문제였던 것인지 어느날 액정이 그냥 분리되어 버렸다. 그래서 좀 식었다. 최근에는 어메이즈 핏 GTR GTS 이런 모델에 관심이 간다. 언제나 켜져 있는 모드도 작동한다고 하니… 근데 이미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이런 건 아주 나중에나 사기로…

근데 아무튼 이딴 통제 욕구라는 게 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예전에 성격장애가 있다면 어떤 방향일 것 같냐는 대화를 하면서 자기애성 성격장애이지 않을까 했다. DSM의 진단 기준은 아마 이런 모양이다.

1)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예: 성취와 능력에 대해서 과장한다. 적절한 성취 없이 특별대우 받는 것을 기대한다).

2) 무한한 성공, 권력, 명석함, 아름다움, 이상적인 사랑과 같은 공상에 몰두하고 있다.

3) 자신의 문제는 특별하고 특이해서 다른 특별한 높은 지위의 사람(또는 기관)만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고 또는 관련해야 한다고 믿는다.

4) 과도한 숭배를 요구한다.

5) 특별한 자격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즉, 특별히 호의적인 대우 받기를, 자신의 기대에 대해 자동적으로 순응하기를 불합리하게 기대한다.

6) 대인관계에서 착취적이다. 즉,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타인을 이용한다.

7) 감정이입의 결여: 타인의 느낌이나 요구를 인식하거나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8) 다른 사람을 자주 부러워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시기하고 있다고 믿는다.

9) 오만하고, 건방진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다.

이렇게만 보면 그냥 어떤 재수없는 인간인데, 이것도 어떤 개별적인 양상이 있는 거지 고대로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객관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있는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생각을 할 수 있겠니? 그래서 그건 대개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다. 예를 들어 나 같으면 내가 하는 주장이나 뭐 그런 것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가지면서 여기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섭섭함이나 그런 감정이 아니라 측은함?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인정한 상대에게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다(이게 앞서의 3)이다). 만일 내가 인정하는 상대에게 부당한 평가를 받았다고 느끼면 정서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아무튼 자신에 대한 통제 욕구도 이런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스스로를 통제하려고 드는 거야 뭐 어때. 중요한 건 이런 감정의 원형은 남을 통제하려는 마음에 있다는 것이다. 그게 6)이나 7)인데, 이 시도가 좌절될 때에 또 다시 정서적 타격을 입는 것이다. 이런 성격적 문제는 그래서 결국 남들을 괴롭게 만들기 십상이다. 남들을 괴롭히기 싫다면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사는 것이 답이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스스로가 좀 더 훌륭한 인간이 되는 수밖에 없는데, 반복적인 자기수련 같은 게 필요할 수 있지만 결국 남들과 부딪치고 부대끼는 과정을 겪어야 이게 가능해진다. 남을 괴롭히지 말아야지… 하고 계속 생각해야 한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물론 좀 이런다고 당장 환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 진정들 하시고… 환자 수준이 되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합니다. 누구에게나 몇 가지씩 성격장애에 해당할 수도 있는 성향이 있는 거고, 그게 병의 수준에 이르렀을 때에야 성격장애라고 하는 거지. 내일 방송 떠들 내용 보내고 시계 생각을 하다가 여기까지 와 버렸네… 그래도 제가 심리학과 3년 했습니다. 아주대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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