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발렌타인은 양주 이름이고. 발렌타인 뭐시기였던 모양. 당연히 밤 새고 방송국 갔는데 작가님이 웬 사탕 목걸이를 줬다. 중간 중간 에이비시 초콜렛 넣고. 유치원 이후 처음인 거 같다. 원래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 처 자는데 오늘은 다른 일이 더 있어서 바로 목동으로 갔다. 보리밥에다가 이런 저런 나물을 넣어 먹는 보리밥 정식인지 하는 이름의 음식을 먹는데 단백질은 찌개에 들어있는 두부와 콩비지뿐이었다. 아무튼 일하고, 잡담하고, 다시 일하고, 방송 녹음하고, 좀 일찍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멘붕이 왔는지 부정적 사고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원래 사람이 다 그렇다. 약간 업되면 그 페이즈가 지나간 이후에 다운이 온다. 꼭 양극성 장애가 아니어도 그런 게 있다. 그래서 신경전달물질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신경전달물질들이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요동치는 감정의 폭이 적다. 어쨌든 파국적 사고의 자가발전이 계속 이뤄져서 나는 끝났다 라는 감정에 휩싸이는 것에 이르렀다. 뭐가 어디에서 끝났는지는 없음. 그래서 밥도 안 먹고 집에 와서 찌질대다가 뉴스를 봤는데 어멈 오늘 녹음한 게 오보가 될 거 같네… 어쩐지 너무 한쪽 얘기대로만 써있더라니… 아무튼 7시 넘어서 잠이 들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주욱 잤으면 좋았겠지만 당연히 그건 아니고 8시 반쯤에 일어났다. 무슨 악몽을 꿨는데 깨보니 주먹을 엄청나게 세게 쥐고 있었다. 거의 몇 초 간은 손이 펴지지도 않을 정도였다. 두통도 심했다. 사실 두통은 방송 원고 작업을 할 때부터 졸음과 함께 시작됐는데 방송이 끝나자마자 없어졌었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만 가면 두통에 시달렸었다. 긴장성 두통 그런 건가? 시간에 쫓겨 방송 원고 준비할 때 머리가 아팠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아무튼 깨고 나서 머리도 아픈 와중에 밥은 먹어야겠고, 일단 남은 푸성귀들을 방울토마토와 함께 먹으면서 생선을 오븐에 구웠다. 밥을 먹기 전에 되도록이면 야채를 먹는다는 계획이다. 밥은 현미를 섞어서 이미 해놨는데, 밥솥이 오래돼서인지 메뉴 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현미 모드를 이용할 수 없었다. 그게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또 괜히… 밥솥도 질러야 되네… 그렇잖아도 사고 싶은 밥솥이 있었는데… 아무튼 밥 김 생선으로 식사를 해치우고 후식으론 요거트와 견과류를 먹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방풍 커튼을 주문했는데 도착했다. 문간에 설치했는데 스물스물 한기가 들어오는 게 5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 시간이 있고 밖이 밝을 때 현관문의 패킹을 교체해야 한다. 간이책상 용도로 주문한 MDF판과 벽돌도 배송이 시작되었다. 다음 주는 집 정리에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이런 일들을 돌보면서 멘붕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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