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국민개새주의’라는 말장난도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아재 같으니까 거기까지만 하고… 증세 얘기하니 보수언론이 국민개세주의 국민개세주의 하는데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개세주의가 무슨 얘기냐면, 법인세 말고 소득세를 손대라는 거다. 금융소득이나 임대소득을 더 물리란 얘기 같지는 않고, 결국 근로소득세 얘기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세계 최고라는 지적이 반드시 따라 붙는다. 근데 이게 왜 그렇게 됐는지는 잘 얘기를 안 한다. 아래는 News1이 만든 그래프이다.
물론 2013년 32.4%도 적은 비율은 아니지만 왜 갑자기 2014년에 면세자 비율이 뛰었나. 2013년 연말정산 파동을 얘기 안 할 수가 없다. 맨날 말하는 거 또 말하는데,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거 자체는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악마는 늘 디테일에 있다고 하듯이 모형을 어떻게 만드느냐, 즉 실질적으로 얼마 버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세부담을 늘릴 거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나온 게 조원동의 거위 깃털 얘기랑 연봉 3450만원 5500만원 논란 등등이다. 보수언론은 복지를 늘려서 서민증세가 됐느니 하면서 난리 난리를 쳤고 지금의 더불어민주당도 여기에 부화뇌동해서 월급쟁이 유리지갑 퍼포먼스 같은 거 하면서 법인세 ‘원상 복구’를 주장했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여튼 박근혜 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결국 못 버티고 공제 범위를 늘려줬다. 비전문가인 나로서는 이게 면세자 비율 증가의 주요 원인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런데 이때 사람들이 ’13월의 세금폭탄’ 운운 하면서 기분이 안 좋았던 것도 이해는 한다. 실제로 현재 수준의 소득으로 살기가 팍팍하니까 할 수 없다. 그래서 단순히 ‘면세자 비율’이 문제라면 유식한 말로 담세력을 높이는 대책을 함께 봐야 한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도 싫고 소득주도 성장도 싫다.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전통의 회사가 외국으로 떠난다며 온갖 걱정을 다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팩트체크도 해봤는데, 이에 따르면 보수언론의 관련 주장은 한 10%만 사실인 거 같다. 보수언론은 또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웬 듣보잡 이론을 갖고 와서 나라 전체를 정책실험장으로 만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결론은… 이 난리 부르스가 문제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나 국민개세주의에 있다는 게 아니란 걸 오히려 보여준다는 거다. 그냥 법인세를 방어하자는 거다. 법인은 투표권이 없고 노동자는 투표권이 있으니 지방선거 앞두고 어디 투표권 있는 분들 대상으로 증세 얘길 해보시라, 이 얘기다. 이 얘기를 한참 해도 결론은 안 날 거기 때문에 논점은 결국 부가가치세로 가고야 말 것이다. 벌써 이렇게들 쓴다. 꼭 정치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저성장을 걱정하는 분들이 과연 부가가치세에 손을 대겠는가?
나 같은 사람이야 세목이 뭐든 증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 정치가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5년 내내 중산층 증세는 없다고 벌서 못 박았지만 슈퍼리치든 핀셋이든 법인세든 있는 데부터 손을 대야 나머지도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거다. 법인세 인상 여론만 비켜가면 어차피 증세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하며, 안 될 일을 안 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걸 아침마다 보고 있어야 되는 이 세상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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