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전 드라마 본 이야기
요즘 불모지대를 몇 편 보았다. 이게 원작이 있고, 세지마 류조와 이토추 상사가 모델인 걸로, 그래서 극우소설, 극우드라마라고들 했다. 그러나 모처럼 넷플릭스에 떠있으므로 밥 먹으면서 눌러 보기로 한 거였다. 그랬더니… 극우 드라마라지만 요즘 얘기들에 비하면 완전 순한맛이 아닌가?
그러니까 이런 거다. 옛날 드라마라고 해도 80년대인 오싱의 경우는 어찌됐건 반전 메시지가 있다. 전쟁이 직간접적으로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과, 그런 영향이 물욕으로 전화되고 그러면서 인간성이 상실되고 그걸 회복하고 싶어하는… 그런 과정에 대한 어떤 통찰이 있단 말이다. 실제 반전주의자가 나오기도 하고… 더군다나 이 드라마에서 다나카 유코 여사가 연기하는 에피소드는 당시 작자가 전국의 여성들로부터 전후의 삶에 대하여 사연을 수집하여 재구성한 것이므로 더욱 울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2009년의 불모지대에서는 이게 일종의 자기연민으로 이어지는 기만으로 바뀐다. 주인공이 대본영 참모 출신인데 시베리아에서 11년간 포로 생활을 하며 소련군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인 것이다. 전쟁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나라를 위한 싸움은 여전히 필요했고, 그렇기에 시베리아에서 돌아온 이후 그 주체 못할 제국주의적 에너지를 경제로 돌려 계속 싸움을 이어 나가는 뭐 그런 이야기다. 비슷한 시기 관료들의 여름에서도 그런 게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메시지가 더욱 분명하다. 전쟁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말하면서도 누구의 책임도 아니었던 것처럼 묘사해 전쟁의 책임을 희석하고, ‘산업화’의 공을 부각한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갖고 있는 일말의 죄책감이랄까 그걸 곱씹는 그런 면모를 계속 부각하는데, 아마 마지막도 그런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게 이 드라마가 가진 최소한의 의의라고 해야 할 듯 한데, 우경화의 결과물이지만 어쨌든 이 작품의 존재 자체가 전쟁에 대한 일본 사회의 자기기만적 정신상태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그런 차원에서 볼 게 있다는 거다. 뭐… 덤으로 지금은 더욱 유명해진 배우들의 16, 17년 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그런 재미도 있는데… 다들 젊었었구만.
그런데 이제 2023년의 VIVANT 같은 드라마에 이르면, 이제 그런 자기기만적 죄책감도 온데간데 없더라는 것이다. 똑같은 소재와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었을 텐데, 여기선 그야말로 순도 높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의 전통적인 결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혀를 내두르게 될 정도이다. 일본인의 국민성은 역시 세계 제일! 이 일본인의 우월한 국민성으로 후진적 국가들을 지도하고 이끌자! 이런 주제… 넷우익들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지껄이는 주제를 어떻게 ‘넷플릭스’ 드라마에다가 실을 수가 있냐?? 그러니까 이 순서대로 보면 이 녀석들 정말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드라마, 모든 애니메이션, 모든 만화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당대에 화제가 되고 사랑을 받았던 작품은 그 시점의 시대상과 떼놓고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전후의 영향이 남아있던 80년대 초, 아베 1차 집권과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는 데까지 이어지던 바로 그 시기, 그리고 아베 신조가 초장기 집권을 내려놓은 시기에 나온 드라마들이 이러한 색깔의 변화를 거쳤다는 게 시사하는 바가 다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 것.
꼭 정치권력의 향방과 묶지 않더라도… 더 이상 에둘러 말하고, 두 번 생각하게 하고, 말하지 않아도 느끼게 하는 그런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뭐 그런 것이기도 한 거 아닐까? 하지만… 여전히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기분이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또 작품을 쓰거나 해야 할 거 같지만 그런 건 아니고… 만일 내가 재벌 3세로 태어났다면 레트로게임 유튜버에 더해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를 했을 것이다. 게임을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고… 새로 나오는 RPG 쯔꾸르에 대단한 기능이 탑재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대를 하고 있다. 갑자기 뭐야… 일본 드라마 이야기 하다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