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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변잡기

굴욕감을 느끼며 방송국 다니는 신세

2022년 7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어제는 어떤 방송 진행자가 또 나를 ‘김수민 평론가’라고 불렀다. 두 번째였다. 다른 방송국에선 출연은 내가 했는데 인터넷 기사엔 김수민 시사평론가라고 달아 놓은 일도 있었다. 비인기 시사평론가의 설움이다.

그런데 이런 건 적어도 실수에 해당하는 거니까 그러려니 한다.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누가 봐도 무슨 생각이 있구나 싶은 경우에 대해선 그냥 참고 있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령 많게는 한 주에 네 번도 나가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한 주에 두 번, 이번 주는 그것마저도 한 번으로 줄었다. 패널을 진보 보수 구도로 재편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런 건 얼마든지 이해하고 납득도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뭐라고 떠들면 대담 전문을 기사로 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렇다. 기사를 찾아보면 제목/소제목을 이렇게 달아놨다.

장성철 “어민 북송 문제, 대통령실 개입은 부적절.. 통일부의 입장 번복은 자기변명성 회피!”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 어민 북송 문제, 靑 안보실 · 국정원의 부당 개입 흔적 있어
– 정치권은 조용히 하고 검찰 수사 지켜봤으면

출연자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김민하 시사평론가

보통 둘이 말하면 적어도 두 사람이 뭐라고 말한지를 놓고 제목/소제목을 달고, 제목에는 한 사람만 나오더라도 소제목에는 두 명이 다 써있기 마련인데 장소장님만 있고 저는 없다.

같은 코너 다른 요일의 출연자들의 대담 내용도 이런 식인가 찾아봤다.

장예찬 “이재명, 민주당을 팬덤 정치로 몰아가.. ‘개딸정당’ 될 수도” 권지웅 “尹, 공정한 척만 하고 공정하지 않아.. 지지율 더 떨어질 수도”

<장예찬 전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 尹 정부 인사, 딱히 문제 있지 않아
– 이재명 팬덤정치,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악영향 끼쳐
<권지웅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 尹 도어스테핑 중단, 코로나를 핑계 삼은 것
– 尹 긍정 평가 고작 30%대.. 심각하게 봐야 해

흠… 여긴 여야니까 특별히 양쪽 다 쓴 건가? 하지만 둘 중 한 사람 얘기로 제목이나 소제목 혹은 요약을 쓰는 거면 100번 중에 1번 정도는 제 얘기도 있는 게 맞지 않나?

장성철 “국민의힘, 총체적 난국.. 윤 대통령의 인식이 근본 원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 尹 말과 메시지로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
– ‘도어스테핑’ 하는 거 자체는 상당히 좋아
– 대통령 참모들 너무 눈치만 보지 말고 쓴소리해야 해

출연자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김민하 시사평론가

장윤선 “이준석 징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 판단은 매우 단호해”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 이양희 윤리위원장, 이준석 당사자의 소명절차 강조하고 있어
– 尹 측근은 이준석에게 단호히 대응하려 해
– 국민의힘, 친尹 · 반尹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시기

출연자 : 김민하 평론가,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장성철 “이재명, 당대표 출마한다면 민주당 망하게 하는 것”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 이재명, 당대표 출마 선언하는 순간 당내 갈등 심해질 듯
– 우상호, 무엇을 바꿀만한 권위가 없는 인물
– 尹 반도체 강조, 방향을 잘 잡은 것

출연자 :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김민하 시사평론가

윤호중, 만찬장에서 웃은 이유? 김건희가 ‘줄리’ 언급해서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 윤호중 · 김건희, 대통령 만찬회에서 ‘줄리’ 이야기 나눠
– 기자들도 많은 자리였기 때문에 굉장히 당혹스러운 장면
– 김건희, 공과 사 구분 없이 얼마나 과감한 사람인지 드러나

출연자 : 김민하 평론가,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장예찬 “박지현 혼자 고군분투.. 민주당 비겁해”

<장예찬 전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 박지현 비대위원장, 당내 권한이나 지분은 사실상 없는 상태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586 용퇴 받아들일 생각 없는 듯
– 이재명 선거판 등장, 보수층 결집시키는 효과 있어

출연자 : 장예찬 전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김민하 시사 평론가

장예찬 “민주당, 한덕수 인준 동의하는 게 탈출 전략”

<장예찬 전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 김은혜-강용석,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
– 강용석, 尹과 통화 주장은 큰 실수.. 자중해야
– 윤재순 비서관 직접 사과, 높게 평가해

출연자 : 김민하 시사평론가, 장예찬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장예찬 “정호영 검찰 수사?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시절 검경수사권 조정해서 불가능”

<장예찬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 정호영, 방어하고 싶은 열정 안 생겨
– 정호영 수사, 검찰이 나설 주제는 아냐
– 민주당 입법 폭주, 합법적으로 막을 방법 없어

출연자 : 김민하 시사평론가, 장예찬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이거 뭐냐? 백 번 붙어 백 번 다 지는 사람 같지 않나? 물론 그런 개념이라기 보다는, 어차피 방송 나와서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개쓰잘데기 없는 소리나 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이런 기분을 느끼며 이런 일을 계속 해야할까?

너는 뭐 홍보 목적으로 기사로 쏜 것 가지고도 이 난리냐, 여러분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지금 내가 이것만 갖고 얘기할까? 여기다가 차마 안 쓰는 얘기도 있겠지. 세상이랑 단절돼서 왕따같이 사는데 나도 하소연 할데도 있고 이래야 되는 거 아니야? 여기다가 내가 누구 욕을 썼어 뭘 썼어. 그냥 하소연 좀 했습니다. 사전적으로 변명 해본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방송

평론가의 도

2022년 7월 9일 by 이상한 모자

아베 신조의 죽음은 황당하다. 좀 어이가 없다. 처음에 사람들은 총기 모양만 보고 샷건이라고들 했는데 게임의 폐해 아닌가? 탄이 산탄이어야지 생긴 게 무슨 상관인가, 그냥 딱 봐도 사제총인데(그러니 모양이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단 얘기)… 아베 신조가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고 산탄총은 아니지 않나 했다. 아무튼… 그의 정치를 긍정적으로 평할 수 없지만, 대단한 정치인이었다.

내가 후원회원인 모 신문에서 거의 사건 직후에 분석기사를 올렸던데, 전형적인 아는 척 하는 기사였다. 일본 특파원 3년 반 하면 남이 쓴 글을 좀 고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썼는데, 이럴 때에는 일본에 대해 잘 아는 것보다 정치에 대한 통찰을 갖는 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치 또는 시사평론가라는, 오늘날 무슨 방송계의 하이에나(다른 동물이 남기고 간 음식을 알뜰살뜰 먹어서 처리하는, 너무나도 고마운 청소부 같은 존재이다) 같은 직군이 해야 할 일도 핵심은 그런 거다. 해석을 하고 인사이트를 얘기해야지.

그런데 특히 요즘은 그런 것보다는 그냥 ‘내가 취재해보니’라며 인간 지라시 역할을 하는 게 훨씬 잘 먹힌다. 평론가가 뭔데 네까짓 것의 의견을 듣느냐는 방송계 관계자, 시청자 청취자들의 생각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뭐 솔직히 평론가, 뭔데? 시험봐서 자격증 따냐? 그냥 자기가 평론가라고 하면 평론가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애초 취재라는 건 기자들이 훨씬 잘할 수 있는데, 그 기자가 그 ‘취재해보니’를 안 쓴 이유가 뭐겠냐. 뒤집어 말하면 평론가가 말하는 ‘취재해보니’ 에는 이미 신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나온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그니까, 취재와 폭로는 기자와 내부고발자가 하는 거고, 평론가는 제한된 정보를 갖고 그 시점과 조건에서 최선의 해석과 해설에 주력하는 게 본업이다. 그걸 청자가 듣게 하고 스스로 뉴스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그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송 보조 같은 처지 말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 부르는 데가 없어 외로워져 써봤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평론가

싸늘하다

2022년 5월 23일 by 이상한 모자

방송인으로 먹고 살다 보니까 이 즈음 되면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 같은 게 있다. 뭔가 논의가 시작됐구나… 그러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데, 거기엔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있다. 이쪽에선 이런 이유로 난리치고, 저쪽에선 저런 이유로 물어뜯고…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냥 잠시 하는 거고 모두에게는 커녕 한쪽으로부터 사랑 받는 것도 포기한지 오래다. 어차피 요즘에는 종편에 안 나가면 방송인으로 얼굴을 알릴 수 없다. 그런 삶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할 때에는 과거부터 최근까지 쓴 글들을 다시 돌아보곤 한데. 그렇게까지 틀린 말 쓴 것은 없다. 그러면 되었다. 세상살이는 맞는 말 하는 걸로 다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기꺼이 바보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맞는 말 하는 것밖에 못하는 놈도 필요하다. 물론 그 ‘맞는 말’이 세상 다른 사람들도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이냐는 것은 별개다. 나는 지금 어떤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느냐를 말하는 거다.

요즘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갔거나, 이를 아득바득 가는 방송인들이 더러 있다. 맞말만 하고 살려면 이는 언제든 평생 갈아야 한다. 이를 하도 갈아서 그런지 요즘 두통이 더 심하다. 지난 주에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방송을 한 경우도 몇 번 있었다. 하여간 멀지 않은 느낑이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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