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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변잡기

도 닦는 기분으로

2023년 11월 29일 by 이상한 모자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는데 흰 머리가 많았다. 몇 개 뽑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변화 중 하나는, 쓰던 물건들도 다들 나이를 먹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거다. 나의 소중한 윈도우 PC도 이제 상당히 늙었다. 한때는 큰 결심을 하고 구매했던 SSD도 이제는 다 구세대의 물건이다. 256기가바이트와 512기가바이트의 SSD가 장착되어 있는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웬만하면 1테라 이상의 SSD를 장만하는 추세이고, 또 무조건 M.2 슬롯을 활용하는 시대 아닌가. 마침 세일도 하는 것 같아 M.2 슬롯에 장착할 고용량의 SSD를 장만하였다.

물론 순조롭지는 않았다. 기적적인 가격을 걸어 놓고는 정작 주문을 하자 오류였다며 주문취소를 강권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시작부터 산 넘어 산이었다. 방열판은 메인보드에 자리가 없어 장착할 수 없었고, 일전에 중고로 구매한 메인보드에 M.2 SSD 거치대라고 할까 나사가 없는 등… 어찌어찌 임기응변으로 장착을 해내는데만도 상당한 시건을 허비해야 했다.

이제 이 고용량의 SSD를 운영체제용으로 사용하는 계획을 완수하면 되는데, 애초의 계획은 reflect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256기가의 SSD를 그대로 새로운 SSD로 옮기고 바이오스에서 부팅 순서를 바꿔주는 거였다. 그러나 생각한대로 잘 되지 않았다. bcdboot 명령어 등을 활용하여 이런 저런 대처를 해보았으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애초 256기가 SSD에 OS가 설치된 환경이 레거시 모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MBR 파티션이었던 것이다. 이미 새로운 SSD는 GPT로 파티션을 잡아 놓은 상황…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문제가 될 것 같고, 결국 윈도우를 새로 설치하고,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다시 설정하는 걸로 바꾸었다. 그리고 남은 256기가, 512기가 SSD는 각각의 10% 정도 용량을 별도 파티션으로 잡은 후 나머지를 스팬 볼륨으로 연결해서 쓰기로 했다. 이것까지 포함해 이런 저런 설정을 하고 나니 이 시간…

짧게 적었지만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은 마치 도를 닦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을 다스리면서 방송을 만든다는 사람들로부터 들은 얘기들을 곱씹어 보았다. 결국은 그런 거다. 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만을 갖고 있다. 다들 나에게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 거 같다. 나는 답을 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지라시 같은 얘기들이다… 평론가란 뭐고, 뭘 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은 답을 줄 수 없는 사람들의 자기합리화 같은 얘기로 들리는 거지. 내가 볼 때는 방송 만든다는 사람들이 신문보다 못하다. 그걸 알까?

오늘은 저녁 식사로 이삭토스트라는 것을 사와 먹으면서 넷플릭스 삼국지를 잠시 보았다. 서주공방전 대목이다. 도겸의 구원 요청에 유일하게 응한 유비가 서주목을 한사코 거부하는 장면인데, 장비가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 하니 유비가 대꾸를 한다. 내가 남들보다 나은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인의와 도덕 타령을 포기 안 한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황실 종친으로 한실 중흥에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나중에 보면 다 소용이 없지만 어쨌든 이 귀 큰 녀석이 그걸로 먹고 산 것도 사실이다. 나도 남들보다 나은 두 가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그건 다음 시간에…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컴퓨터

왜

2023년 11월 27일 by 이상한 모자

왜, 라는 질문은 중요하다. 왜? 가 중요하다. 이유가 중요하다. 무엇이든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가 없는 것에도 최대한 이유가 있는 것이 좋다. 그래도 세상에 이유가 없는 게 있지만, 어쨌거나 이유는 있어야 한다.

오늘은 한겨레분들과 방송을 끝내고 회식을 했는데, 집에서 나올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혀 알 수 없어 분위기를 맞출 수 없었다. 그것은 방송 중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마 시작할 때에 티가 좀 났을 것이다. 떠들다 보니 컨디션 회복이 좀 되었으나… 어렵다. 휴대용 게임기를 들고 나와 대기실에서도 수퍼 마리오 3를 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수퍼 마리오 3는 올타임 레전드 세계 최고의 게임이다. 닌텐도 스위치로 모든 버전의 수퍼 마리오 3를 할 수 있는 시대다. 패미컴, 슈퍼 패미컴, 게임보이 어드밴스…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지만, 어쨌든. 나이를 먹어 실수가 잦아졌다면 닌텐도 녀석들이 만들어 놓은 에뮬레이터의 기능으로 리와인드를 걸어 다시 시도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뭐 내가 오늘 들고 나간 게임기는 GBA SP였지만…

어쨌든 PD님이 물었다. 뭐 서운한 거 있으시냐. 방송국 다니면서 서운한 거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을 때가 있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질문이다. 일이라는 건 서운하고 말고와는 관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그게 제작이나 섭외에 반영이 되면 되겠는가. 만약에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면 그건 정말 극단적 경우겠지. 근데 어쨌든 이건 내 기준에 그런 거고 남들이 서운하냐고 묻는 것은 그냥 그럭저럭 표준적인 대화 스킬일 뿐이다… 그래서 서운하다기 보다는 난 잘 모르겠다 라고 대답을 해드렸다. 왜 세트가 학교인지, 왜 학생과 선생님 컨셉인지 등등… PD님은 이유가 없는 것도 많고 저희는 다만 평론가님 같은 분들의 장점을 최대한 잘 살리려 할 뿐이다 라고 대답했는데, 그러면 제가 그만둘 경우에는 프로그램 컨셉도 바뀌나요 라고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괜히 시비거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기도 하고, 또 요즘 같은 때에는 말이 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써갖고, 진짜 씨가 되나?

서운한 거 있느냐란 질문과 함께 또 내가 좋아하지 않는 질문이 뭐 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이다. 이것도 마찬가진데, 내가 뭘 하고 싶고 말고에 방송 내용이 좌우되면 되겠는가. 그날 해야 할 것을 해야되는 거지… 근데 사실 이것도 내 기준에 그런 거고 남들은 그냥 아이템이나 컨셉을 추천할 것이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일 뿐이다… 어찌됐든 이런 하나 하나를 신경을 써가면서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 대하는 것이 피곤하다. 그래서 회식도 피곤하다. 평소 같으면 그러한 피곤함을 디폴트로 깔고도 잘 헤쳐나갔겠으나, 어려운 날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지 난 회식이라는 것은 4명까지가 좋다고 본다.

하여간 운동권 이후 왜라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운동권은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오늘 점심을 안 먹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세계 정세부터 살펴야 하는 족속들이다. 뭐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지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걸 해야 하고, 이런 걸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며, 이런 사람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컨디션 난조로 집에 와서 이런 것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어떤 분이 당신은 글재주는 없고 말재주를 살려야 하니 뉴스레터 따위는 그만두고 방송에 집중하라 했는데, 극소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방송을 해서 과연 수익이 나겠는가? 그러니 옆에 있던 어떤 분이 또 그러시더라. 평론가님… 지금이야말로 한쪽 편에 서실 때입니다… 저를 잘 모르시는 분이다. 태생이 그렇지가 못해요 나는. 결국 시사에 실제로 관심이 있는, 실제 수요가 있는 층에다가 뭘 팔아야 하는데… 그러면 직군이 상당히 좁혀진다. 문제는 이 분들이 저한테 지갑을 열 확률이…

오늘 한겨레 방송에서 어떤 고마운 분이 블로그에다가 팬이 없다며 징징거리길래 글을 남긴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그 멘트를 진행자가 소개하였는데, 혹시 돈을 내라고 해도 팬이신가요 라는 말이 나올 뻔하였으나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아니잖은가. 나는 괴물이 되고 있는 것인가! 자책하며… 그런데 오늘 한겨레TV 회식 1차 비용은 같은 고깃집 옆 테이블에 있던 김준일님 팬(본인 능력으로 구매하였다고 주장하는 몽클레어 바지 착용)이 지불하였다. 감사합니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회식

최근 신문 방송사 유튜브에서 주목하는 점

2023년 11월 23일 by 이상한 모자

근래 JTBC하고 동아일보가 유튜브에서 뭘 하는데 컨셉이 레거시미디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동아일보. 처음에는 자사 기자 불러서 취재 뒷얘기나 심층분석 듣는 거 하더니 패널 두 명 부르거나 정치인 불러서 심층 인터뷰 듣는 방식 등 공중파 라디오나 TV시사에서 하는 포맷으로 가고 있다. JTBC는 포맷 자체는 가볍게 가려고 하지만 결국 포털에다가 쏘는 거는 정치인 심층 인터뷰다. 돈 안되는 시사-정치프로들 정리하고 이쪽만 남긴다는 얘기가 있다. 제 일거리가 없어진다는 얘기.

이게 평시 같으면 이런 거 왜 하나 할텐데, 이동관 체제에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들이 쭈그러드는 국면이라는 점까지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 일종의 풍선효과를 기대하고 의도하고 노리는 거지. 꼭 조회수가 아니더라도 정치인 심층 인터뷰의 경우엔 인용보도나 이런 측면에서 아젠다 셋팅의 효과가 있다. 지금도 당장 봐라. 조회수 자체보다 인용보도가 중요하다. 계속 인용되면 어느 정도 시청자층은 서서히 형성되고 따라오게 돼있다. 그런 점까지 종합해서 보면 비용 대비 효과는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제가 출연하는 한겨레라는 신문사 쪽으로 옮겨 보면… … 시간이 없어서 여기까지만 얘기하겠습니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JTBC, 동아일보, 유튜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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