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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재산깨나 있는 미혼 남성이 멋진 여자를 아내로 맞고 싶어할 거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만약 이런 남자가 이웃으로 이사를 온다면, 당사자의 기분이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신념처럼 확고하게 여겨 자신들의 딸 가운데 누군가가 그 남성을 차지하게 되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이렇게 첫구절부터 사람을 웃겨놓고 시작한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오스틴의 이 문장이 당대의 물질주의를 풍자하고 있다는 식의 서술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글쎄요.’라는 생각이다. 풍자는 풍자이지만, 그렇게 근엄한 어조로 서술할 만큼 단죄적인 의미의 풍자는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이 생각이 나 웃음이 나올 뿐이다. 심지어 작품 말미에서 여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베넷씨는 다아시경의 숙모의 편에 서서 엘리자베스를 비난하는 목사에게 “나라면 조카편을 들겠소. 그쪽이 더 많이 가지고 있어요.”라고 대꾸한다. 베넷의 이 재치있는 대꾸마저도 물질주의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


그런데 재산있는 남성과 미모의 여성이 맺어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망라한 경향성이라 볼 수 있겠지만, 오늘날은 그 양태가 조금 다른 듯도 싶다. 입방아 찍는 세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예전에는 재산이 더 인지하기 쉬웠겠지만, 연예인을 TV에서 보고 민간인이라도 싸이에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오히려 미모가 더 인지가 더 쉬운 것 같다. 그러면 서술이 이렇게 바뀌어야 하는 걸까?


“미모의 독신 여성이 재산깨나 있는 남편을 꿰차고 싶어할 거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만일 그런 여성에 관해 알게 된다면, 당사자의 기분이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신념처럼 확고하게 여겨 어떤 부자가 그 여자를 차지하게 될지에 대해 미리부터 분통을 터트리는 것이 보통이다.”


된장녀 (말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쓰기가 조심스럽지만) 논란과 같은 것들을 지켜보면서 가끔 드는 의문도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당연한 일들에 대해서도 화를 내야 하는 걸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우리 인생과 별 관련도 없는데. 노현정 결혼생활에 신경끄자는 얘기다.
 

-한윤형 (드라마틱 29호,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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