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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빨리도 올라오는군요 ;; 정말 좋은 분이었습니다.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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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2.0 | 기사입력 2007-08-31 18:00 기사원문보기

한지훈은 액션과 누아르 등 장르적인 장치를 통해 재미를 추구한다. 남성적인 하드보일드의 세계를 드러낸다.

“자기가 스파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자, 그게 최고의 스파이지.”

- 선악이 구별되지 않는 모호한, 어슴푸레한 그림들을 보여주려 했다. (한지훈)

자신의 단점마저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남자들이 있다. 싸움을 못할 남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런 이들이 정말로 싸우려 든다면 무서운 남자다. 생각하는 바를 거침없이 털어놓는 한지훈에게는 그런 남성의 냄새가 난다. 원래 영화를 보는 것을 업으로 삼으려 했던 한지훈은 자신이 저널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자 충무로의 시나리오작가 교육원에 다니면서 실력을 다졌다. <모래시계>를 사랑했던 그는 PC통신 천리안에 있던 송지나 작가의 사이트에서 활동하다 <카이스트>의 서브작가로 출발하게 되었다. 교육원에서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자신이 꽤 잘 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한지훈. <태극기 휘날리며> <야수> 등의 영화에 참여했고, 지금은 <개와 늑대의 시간>의 대본을 마무리 짓느라 분주하다. 향후엔 소품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살아가다 보면 계속 ‘남자 이야기’를 쓸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의 재능을 송두리째 알지 못하는 우리는,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지 잘 분간이 안 간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다가 드라마 작가가 되니 ‘튀는’ 점은 없었나.

지문이 너무 자세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를테면 나는 그림을 그리듯 설명하게 되는데 그에 비해 드라마 대본은 대사 중심 구성이다. 이 바닥에서 어떻게 보냐고?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가령 <야수>를 보면 유지태가 야수가 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영화인 듯한데 권상우에 집중해서 아쉬웠다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얻을 수 있는 작가의 자율성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본 거다.(웃음) 사례별로 다르긴 하지만 드라마 작가 쪽이 좀 더 자율적이라 볼 수 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원고를 털고 나면 영화를 찍을 때 아무런 간섭도 할 수 없다.

드라마와 영화를 불문하고 작품들을 보면 ‘남자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취향인가?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 건가?

처음엔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든 영화를 다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런저런 걸 쓰다 보니 내가 마초물을 좋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홍콩 갱영화와 샘 페킨파 영화들을 좋아했다. 아직 나는 그런 영화들을 흉내 내는 수준이다.

그러면 <개와 늑대의 시간>을 ‘하드보일드’라고 이해해도 되는 것인가?

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을 요약한다면 ‘진부한 설정들의 총집합’이다. 가령 언더커버(위장잠입)라든가, 기억상실증이라든가, 부모님의 원수라든가. 하지만 그런 설정들을 포개면 새로운 지점이 나오는 것 같다. 진부해도 끝까지 밀어붙이면 ‘이야기의 뚝심’이란 게 생기는데, 이런 부분을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마오가 서지우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서용길은 서지우의 양부가 아니었고. 서용길이 서지우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라는 게 원래의 시나리오였고 마오는 서용길이 배신한 조직의 간부였을 뿐이지 서지우와는 아무 연관이 없었다. 그렇게 썼을 땐 서용길도 마오도 캐릭터가 애매했다. 하지만 오히려 ‘진부하게’ 두 사람을 서지우의 친아버지와 양아버지로 만들고 나자, 그리고 서지우의 친아버지를 이수현의 부모님의 원수로 만들고 나자, 이야기가 정돈되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진부함의 힘이다. (웃음)

기억상실증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시나리오를 쓸 때 정신분석학의 맥락은 고려했는지?

전혀. 병리학적인 고민은 없었다. 드라마와 영화의 맥락에서 튀어나온 것뿐이지. <본 아이덴티티>나 <롱 키스 굿나잇>의 장르적 설정을 끌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설정들을 끌어오다 보니 어느 순간 ‘왜 아무도 언더커버와 기억상실증을 같이 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시나리오가 굉장히 잘 짜여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시나리오 작업만 2년 동안 진행됐고 초반 몇 개월이 지난 후 A4 70쪽의 풀 시놉시스가 완성됐다. 처음엔 ‘마카오’와 ‘두 남자’라는 코드만으로 출발했다. 결국 마카오가 아니라 태국을 선택하게 됐는데 그 점은 결과적으로 잘된 것 같다. 선악이 구별되지 않는 모호한, 어슴푸레한 그런 지점들을 보여주려 했다. 김갑수나 최재성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대표적인 예다.

처음의 의도는 마카오였나. 태국 신을 보면서 동남아에도 수출할 수 있을 만큼, 태국인들에게도 기분 나쁘지 않게 영악한 시나리오란 느낌이 들었는데.

그야 ‘나쁜 태국인’들이 안 나오니까. 나쁘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한국인이다. 마카오는 포르투갈 식민지였기 때문에 유럽 쪽 냄새도 나고 화면은 예쁜데 너무 공간이 좁았다. 홍콩도 좁은데 그 일부 같은 느낌이랄까. 결과적으로는 태국을 선택한 게 잘 되었다. 태국인들도 싫어하지 않을 거다. 태국 신은 불과 20여 일 동안 촬영한 것인데 매우 잘 나왔다. 원래는 클라이맥스에 태국을 한 번 더 가려고 했지만, 지금의 일정으론 그럴 수가 없다. 태국은 더 이상 안 나온다.

시나리오작가로서 무슨 소설을 좋아했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거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좋아했다. 유명한 것들을 본 거지. 가끔은 폼 잡으려고 마루야마 겐지를 들고 다녔다. <사신 치바>의 이사카 고타로를 좋아하기는 한다.

일본 소설들을 주로 좋아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미국 소설들도 많이 봤다. 미스터리는 즐겼는데 판타지는 별로. 판타지는 다른 세계를 숙지하는 과정이 힘들다.

하지만 <개와 늑대의 시간>은 나름대로 판타지다.(웃음) 태국이나 청방도 그렇고, 국정원도 실제와는 다른데.

국정원은 자료조사를 통해 구현하지 않았다. 조직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창조해낸 거지. 그런 의미에선 판타지 맞다.(웃음)

혹시 <부활> <마왕> <히트> 같은 한국의 장르 드라마들을 즐겨 봤나? 가령 <부활>을 생각해보면, 복수극이면서도 한국 드라마의 강점인 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점이 뭔가를 시사해줄 듯도 한데.

사실 보지 못했다. 창작자는 지금 있는 게 마음에 안 드니까 창작하는 거다.(웃음) 그래도 <개와 늑대의 시간>은 멜로의 요소를 많이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시청률 생각하면 그쪽으로 가야 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시나리오 자체가 그렇지 않으니까.

멜로의 요소를 포기했다지만 삼각관계는 여전히 살아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주고 있는 탓이다. 특히 남상미는, 시나리오만 보면 그 캐릭터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데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기를 하고 있다.

드라마가 재미있지만 조금 늦게 발동이 걸리는, 말하자면 ‘슬로우 스타터’인 것 같다. 중심 설정인 ‘언더커버(위장잠입)에 기억상실’이 7화에서나 등장하고. 기억을 되찾으면서 시작될 새로운 갈등도 후반부에나 등장한다.

처음부터 꽉 짜인 작품이라 그렇다. 그래도 그 요소가 안 나올 때도 재미있지 않았나. 사실 보여줄 수 있는 게 훨씬 많았는데 16화 안에 집어넣느라 많이 잘렸다. 이 요소로 50화는 찍을 수 있었을 거다. 일주일 간격으로 대본을 넘기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웃음)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에서 말해온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하여 앞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따로 더 있다면?

지금까지 뭔가 ‘센’ 이야기들만 했다. 그래서 쉽고 편한 쪽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말하자면 소품 같은 이야기지. 하지만 이미지가 한 번 이쪽으로 박혀버리니 그냥은 안 된다. 청탁이 들어오는 원고는 다 마초물이니까. 완성된 시나리오를 쓴 후에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면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지 않을 수가 있다. 지금 상황으론 나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즐겁게 해야 할 거다. 그게 내 목표다.

프로필 | 1971년생 <개와 늑대의 시간> <소년은 울지 않는다> <야수> <태극기 휘날리며>

사진 윤석무
한윤형 객원기자


시니피에

2007.09.01 12:53:53
*.157.204.82

엇. 방금 네이버에 뜬 거 읽어보고 왔는데
윤형님이 쓰신 거였군요
맨날 와서 구경만 하는 입장이지만 괜히 반갑네;;;;;;

마녀

2007.09.02 09:59:10
*.215.202.93

다반 일명 봉다리 아빠.... 자알~ 생겨주셨네요.
본인은 야수를 재미없게 본 사람이라.. 개늑시도
사실은 처음에 화악~ 땡겨주질 않았었다죠;;

야수.... 하니 기억에 남는 건 담백했던 음악이
었어요.... 감정에 호소하지 않은, 인정에 매달
리지 않았던 음악이지요.. 감정에 호소하고, 인
정에 매달리는 거.. 끈적끈적하고, 질리잖아요 ^^;;

아리랑

2009.06.02 07:31:57
*.91.236.5

포스트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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