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마태복음 19장 24절과 마가복음 10장 25절에 나오는 이 유명한 성경구절은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도 인용되었다. 왜 하필 낙타일까? 이렇게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인용문이 오역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우리만의 오역이 아니라, 히브리어 성서가 그리스어 성서로 번역되는 과정에 발생한 오역. 성서는 하느님의 계시로 이해되고 있으므로, 오역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히브리어 성서를 그리스어 성서로 번역할 때 수십 명의 사람들을 따로 동굴에 집어넣고 번역했으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완전히 일치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성서는 본시 은총받은 물건이니, 번역에까지 은총을 개입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번역은 인간의 일이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오역했다면 그건 기이한 일일 것이고.
원문을 직역하자면 이렇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밧줄이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사실 이렇게 해도 뜻이 차이가 나진 않는다. 밧줄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역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비유 자체는 훨씬 더 부드럽다.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은 가는 실이다. 굵은 실이라도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하물며 밧줄이라면. 이렇듯 밧줄은 실과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도저히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없는 물건이기에 비유에 사용된 것이다. 물론 아무래도 낙타가 친숙하긴 하겠으나, 바늘구멍을 통과하느라 힘겨울 <쩐의 전쟁>의 그림 낙타를 생각하면서 오역을 교정해 주면 어떨까?
-한윤형 (드라마틱 24호, 2007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