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동혁님의 쾌유를 빌며

단체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나동혁님이 아프다는 거였다. 여기저기 물어보니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가 외국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졌다는 것인데, 당장 귀국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장기간의 회복과 재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병원비도 많이 들 것이다. 단체 문자의 내용도 병원비를 모금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나동혁님과 아주 친한 사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당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사실 그 전부터 이름은 알고 있었다. 2002년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시콜콜 운동권 얘기를 쓸 수도 있는데, 지금 그런 얘기가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자. 병역거부와 관련한 얘기는 아래 링크를 참조. (링크된 글 내의 링크들은… 하도 오래돼 작동하지 않는 게 많다.)

http://www.withoutwar.org/?p=17480

병역거부 이후 비교적 최근까지의 생활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이야기를 참조.

https://www.honguju.com/77a59b05-1224-40f9-a605-05e0cb3f4a24

둘 다 자전거 이야기가 마지막에 있는 게 마음이 쓰인다.

하여간. 요즘 같은 시대에 운동권이 무슨 쓸모인가? 그나마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게 거의 유일한 쓸모 아닌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하던 차이다. 어차피 유튜브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에 숟가락이나 얹으면서 번 돈이다. 쾌유를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다.

상황에 대해서는 전쟁없는 세상의 이용석님 페이스북 글을 붙여넣기 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나동혁님을 아는 분들은 중간에 병원비 모금 계좌번호도 있으니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다.

1.

우리들의 친구 나동혁 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병원비를 모아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나동혁의 친구 이용석입니다. 나동혁을 알고 지낸 지는 20년이 넘었습니다. 학생운동 시절부터 병역거부 운동을 같이해 왔고 지금은 서로 안부를 챙기며 자전거 여행도 같이 다니고 활동이나 삶의 고민을 서로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는,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20년을 알아온 만큼 서로가 서로의 변화 과정을 지켜봤죠. 20년전 처음 만난 나동은 아주 거친 한마리 짐슴 같았습니다. 게속 그러기만 했다면 아마도 친구가 되긴 어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나동은 늘 성장하는 사람이었고 배우는 사람이었습니다. 병역거부를 하고 평화운동을 하면서 나동도 저도 많이 배우고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할까요? 우리는 더 이상 날선 상태로 우리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미워하거나 개량주의자라 손가락질하지 않았고, 사회운동을 열심히 하는 만큼이나 우리 개개인의 삶을 돌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봄가을이면 자전거 여행을 함께 다니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대만에 가보자고, 오랜만에 해외 자전거 여행을 해보자고 나동이 제안했고 저는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10월 20일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고 대만 가오슝에 도착했습니다. 타이난에 들러 최남단 컨딩을 거쳐 타이동으로 가는 중에 나동혁이 쓰러졌습니다.

저는 나동보다 앞에서 달리고 있었는데, 무척 긴 오르막 위에서 나동을 기다리는데 오질 않아 이상하게 여기고 있던 찰나 구급차가 지나갔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한국영사콜센터와 현지 경찰에 전화를 하면서 나동이 병원에 실려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가 난 줄 알았습니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여서 교통사고가 났다면 정말 큰일이었는데, 심장질환으로 혼자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뭔가 치료를 하고 살릴 수 있는 길이 있으니까요.

병원 응급실에 달려와서 보니 나동은 온갖 장치를 매달고 조용히 누워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니 우주의 기운이 돕는 거 같았습니다. 행인이 다니지 않는 길인데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이 발견을 한 것도, 운좋게 어느 병원에 이송되었는지 빠르게 파악이 되어 한국의 가족에게 연락이 닿아 수술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말이에요. 저는 한번 더 우주의 기운을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은 의식을 찾지 못했지만 나동의 의식이 돌아오기를. 그러기만 한다면 평소 남다른 회복력을 보여준 나동이기에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저온치료가 끝난 지금 나동은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갔을 때는 몸을 움직였고, 그 다음에는 눈을 떴고, 그 다음에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봅니다. 아직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는 의식을 되찾기 위헤 애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열심히 분투하고 있으니 반드시 회복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의료보험이 적용 안 되는 외국인지라 병원비가 무척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응급실, 심장치료, 중환자실, 저온 치료 비용만으로 10월 30일(수)까지 이미 1500만원이 나왔고 앞으로도 중환자실 입원비, MRI를 비롯한 각종 검사비, 그리고 한국으로 이송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최소 500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동혁이 보여준 삶이 증명한다고 생각해요. 나동을 아끼는 분들, 나동이 살아온 여정에 함께 했던 분들, 그를 지켜봤던 분들, 함께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병원비도 함께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아는, 제가 아는 나동이라면 반드시 탈탈 털고 일어나 신세진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갈 테니까요.

나동혁
현 우리동네나무그늘 협동조합 이사장
현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이사
현 프린키피아 수리논술 연구소 수학강사
현 정의당, 녹색당 당원
전 홍우주 협동조합 사무국장
전 노동당 마포지역위원회 위원장
전 진보신당 당원
전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후원계좌 토스뱅크 1000-1183-6227(정다정)

2.

나동혁 면회 다녀왔습니다. 어제 나동 소식 알리면서 병원비 모금을 부탁드렸는데, 만 하루도 안 되었는데 500명이 넘는 분이 마음을 보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나동은 어제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어제는 열이 높아서 쿨링매트를 깔고 있었고 혈압도 높았는데 오늘은 열이나 혈압이 정상범위로 돌아왔어요. 양팔에 주렁주렁 달고 있던 주삿바늘도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고요.

무엇보다 오늘 처음으로 적극적인 반응을 했습니다. 어제까지는 부르면 그쪽으로 눈동자를 돌리는 정도였는데 오늘은 들리면 고개 끄덕여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론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좋아진 거니까요. 수치나 컨디션 등 많은 것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고무적입니다.

의사는 며칠 더 지켜봐야고 하면서도 좋아졌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다 나동이 애쓰고 여러분이 함께 마음 모아주고 기도해준 덕분입니다. 나동이 우리 곁에 돌아올 날을, 나동의 회복을 나동 속도에 맞춰 기다려요 우리.

3.

저는 오늘 귀국합니다. 타이동이 우리나라로 치면 울진, 영덕처럼 타이페이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지역이라서 어제 새벽에 나와 하루 종일 공항 근처까지 이동하느라 어제는 나동을 직접 보지는 못하고 영상통화만 했습니다.

나동혁의 상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눈도 이제 초점을 맞추는 거 같아요. 하지만 아직 저나 누나, 애인을 알아보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부르면 쳐다보기는 하지만 오래 보지 않고 이내 다른 곳으로 눈이 향하는 걸로 봐서 의식이 완번히 돌아오려면 시간이 다 필요한 거 같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도 한국에 빨리 돌아가긴 어려울 거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로서는 혈압이 190에 머물고 심박수가 130에 머물던 때를 보았으니 지금 상태만으로도 감격스럽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도 신체활력반응은 아주 좋다고 하셨을 정도니까요.

다만 앞으로 전해드릴 소식은 약간은 안 좋은 소식도 있을 거예요. 세상 일이 다 그렇듯 회복 또한 지난한 과정 속에 좋고 나쁜 일이 반복될테니까요. 어떤 일들은 좋은 일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썩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일은 나쁜 일이었지만 나중에 보면 좋은 일이었을 수도 있겠죠. 나동의 상태 또한 순간순간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오가겠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점차 좋아지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나동이 심정지가 왔었고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 선생님도 회복하더라도 사고 전과 같을 순 없다고 하셨고요. 나동이 쓰러지고 나서 얼마만에 행인이 발견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경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 검사들을 할텐데 너무 큰일응 겪었던만큼 검사 결과가 좋지 않거나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럴 때에도 우리가 나동보다 먼저 좌절하거나 슬퍼하지는 말기로 해요. 나동은 분명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테니 우리는 그저 그의 노력을 응원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무슨 안 좋은 이야기를 들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고 나동이 회복을 위한 오랜 싸움을 해야할 것으로 보여서 나동을 응원하며 지켜보며 함께 걸어갈 우리도 지치지 않아야겠다고 스스로에 다짐하는 말을 적어봤습니다. 저는 오늘 귀국하지만 타이동에 남아 있는 나동의 누나, 애인과 계속 연락하며 두 분을 챙기고 나동 소식도 전달하겠습니다.

4.

나동혁 소식입니다. 좋은 소식부터 전하면 산소호흡기를 오늘 뗐습니다.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는데 제가 대만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아보입니다. 덕분에 나동을 돌보고 있는 누나와 애인도 오늘 모처럼 밥 맛있게 먹었다고 하네요. 체온 혈압 등은 진작 좋아졌고 이제 호흡도 많이 좋아진 거 같아요. 몸은 건강해서 힘도 세고 너무 그래서 손발이 묶여 있습니다. 주삿바늘 빼려고 하니까요. 아무튼 치료 받고 하려면 체력이 중요할텐데, 나동의 바이오나 피지컬이 좋아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동이 더 힘내야 하고 우리도 응원해야 하는 소식입니다. 뇌 MRI를 했습니다. 심정지 왔을 때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서 뇌 손상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인지하는 빛이나 소리도 아마 희미할 거라고요. 다행히 나동이 젊고 건강해서 회복력에도 아예 희망이 없는 건 아닌가봐요. 물론 100프로 회복은 불가능하겠지만요. 고압산소치료라는 걸 한다고 합니다. 뇌 회복을 돕는 치료법이래요. 이걸 하려면 산소호흡기를 떼고 자가 호흡을 해야하는데 오늘 산소호흡기를 뗐으니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15번~20번 정도 해야한다고 하니 지난한 과정일 거라고 추측해봅니다.

늘 그래왔듯, 나동이 이 어려운 시기 잘 견디고 이겨내고 우리 곁으로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디리고 응원하는 게 우리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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