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쓰는 것이 무의미한 시대

고관여층이라는 사람들의 저열함에 놀랄 때가 많다. 여기서 고관여층이란 직업적 이유든 뭐든 정치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말을 계속 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인이나 언론인이서든, 그냥 정치뉴스마니아여서든… 사람들 속으로 파고 들어보면 생각보다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에 비해 어디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속물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 지금 티비 나오는 사람들 얘끼하는 거 아니다. 그냥 여러분이 다는 댓글도 마찬가지야. SNS에 정치 이슈에 대해 하루종일 쓰고 댓글다는 사람들… 속물적 세계관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 거의 없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기 때문에 남이 쓰고 말하고 행동하고 하는 것도 다 그런 식으로만 해석한다. 그러다보니 실제 뭐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선 알 생각이 없고, 알 기회를 갖지도 못한다. 요리에 비유를 해보자. 요리를 먹었어. 요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그냥 맛이 있다 없다를 말하겠지. 근데 요리 고관여층이 있다고 해보자. 오늘 먹은 요리가 맛이 없었던 걸 다루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그 이유를 다각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사회경제적 이유로 재료의 문제가 있었다든지, 어떤 이유로 필요한 조리법을 동원하지 못했다든지… 가설을 세우고 여러 생각을 해보는 것.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우리의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는 데에서 이런 시도가 의미가 있는 거다.

그러나 뉴스에서 고관여층이란 이런 게 아니고, 요리에 맛이 없었다… 왜일까? 요리사의 성향을 막 분석해… 저 사람은 자린고비이니 돈을 아낀 것이다… 아낀 돈으로 주식투자를 했을 것이다… 또는 왜 나에게 맛이 없는 요리를 줬을까? 이 요리사는 특정 지역 사람이니 지역감정으로 나를… 이런 얘기를 하루종일 하면서… 앞서 요리가 맛이 없을 수 있는 다양한 이유를 찾아보자는 사람한테는 너는 누구 편이냐며 막 윽박지르는 것이다. 그래서 요리사가 잘못을 했다는 거야 안 했다는 거야!!! 그래서 요리사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거냐!!! 이걸 몇날며칠을 당하다 보면 비교적 멀쩡한 생각 하던 사람도 아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구나 라면서 막 어느 한쪽 편이 돼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되는 거지. 이게 가스라이팅이지 뭐냐?

어쨌든 그 가스라이팅의 최전선에는 언론인이 있을 것이다. 한겨레에 기자들이 일하면서 느낀 바를 두서없이 쓰는 지면이 있는데 이번에 실린 글은 재미있는 얘기다. 본인도 답을 내려 한 것 같지 않고, 나도 답은 모르는데 고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하여간 이 글을 보고 남긴 얘기였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380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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