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검사가 사표를 냈다던데 검사도 검사 나름. 검찰 개혁 만만세를 외치는 검사도 있다.
세상 진짜 웃긴 거 같다. 수사기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근데 다 떠나서 생각을 좀 해봐라. 나 같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수사할 때는 인권도 지키고 뭐 하여간 지킬 거 다 지키고 하시라고. 그런데 권력을 수사할 때, 고위층을 수사할 때는 봐주지 말라는 거. 왜? 정치든 돈이든 권력이 있으면 수사를 피해갈 수단이 훨씬 많으니까! 나 같은 사람한테 검사님이 좀 와보세요 하면 무슨 수단이 있느냔 말야.
전에 검찰개혁 얘기할 때 다들 이 생각 했다. 그래서 권력을 검찰이 봐주는 게 문제였다. 검찰개혁론자들과 나 같은 사람들의 뭐랄까 담론적인 어떤 존재감이 일치했다. 지금은? 이 사람들이 다 조국들이 됐다. 검찰이 권력을 잡는 게 마치 나를 잡는 것 같다. 이 존재감을 묶어낸 것은 정파성이고 정치이다. 옛날에 디스팩트인지 어디서 이렇게 되면 망한다고 제가 말씀을 드렸습니다. 검찰은 자유한국당 편, 경찰은 정권 편 이렇게 되면 안 된다고… 개혁이 개혁 그 자체로 당위가 있어야지, 나한테 유리할 때만 개혁이면 그 당위를 누가 존중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째 이 정권은 조국을 임명하면서 그 함정으로 그냥 달려가버렸다. 코 앞의 이익만 보는 정치고 그런 것 다 떠나서 순전히 기술적으로만 봐도 수가 잘못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검찰이 권력을 수사 하니까 검찰개혁은 일단 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개혁은 개혁대로 해야 한다. 이게 말이 되려면 권력이 검찰의 수사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응해야 한다. 지금은 완전 틀렸지.
검경수사권조정? 동네 가봐라. 동네 유지들하고 한 편 먹는 게 검찰인가 경찰인가. 동네에서 위세 부리는 것은 경찰이다. 그래서 개혁의 결론이 경찰공화국이냐, 이 얘기가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검찰이 그걸 말리는 구조냐? 검찰은 위에서 뽑아먹고 경찰은 아래서 뽑아먹는 구조이지… 이 구조를 고치는 것이 개혁 아닌가? 그럴려면 경찰하고 권력이 같은 편을 먹는 맥락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뭔가 불편부당한 그런 걸로 이뤄지는 뼈를 깎는 개혁 뭐 그런 거 아니야? 근데 드루킹에서 울산까지, 이게 뭐냐? 완전 한 편이지.
이런 일들의 바탕이 되는 것은 반대로만 구성되는 정치이다. 사람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지 못해 반대할 권리만 쥐고 있어 생기는 일이다. 그래서 선택지는 검찰이냐 조국이냐가 아니라 검찰에 반대할 것인가 조국에 반대할 것인가일 뿐이라는 거다. 그래서 무엇에 반대할 것이냐의 질문을 만드는 것이 현대의 정치적 기술이고, 이 기술 덕에 엘리트 정치가 유지된다. 자꾸 술 취한 사람처럼 똑같은 얘기만 하고… 슬퍼서 그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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