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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치 사회 현안

암울한 연말 방송 내용

2020년 1월 2일 by 이상한 모자

지난 일요일 이런 내용으로 방송을 했더니 도중에 너무 암울하다며 희망을 달라는 청취자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황급히 불행과 불운은 저 불행의 아이콘이 모두 안고 가겠으니 청취자 여러분은 그저 행복하시라… 하고 말하며 수습했다.

1.

오늘은 재벌 소식에 잠이 안 온다. 한 취업포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생 1천여명을 대상으로 매출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취업하고 싶은 삼성과 대한항공이 1, 2위를 차지했다. 최근에 시끄러운 일이 많았는데도 역시 인기가 좋다.

삼성의 경우 최근 자회사 노조 와해 공작 등의 문제로 임직원들이 1심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는데 이 내용 중에는 연말정산 때 직원들이 기부금을 낸 내역을 들여다 보고 혹시 불온단체에 후원을 한 것은 아닌지를 감시했다는 것도 있다. 문건에는 300명이 넘는 직원들을 모니터링해 특별관리 한다고 써있는데 실제로 시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 들여다 본 것 만으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대한항공은 경영권 다툼 얘기가 또 말썽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씨 집에서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보는 가운데 벽난로용 부지깽이를 휘둘러 꽃병이 깨졌다는 등… 조양호 회장 사망 이후 상황이 경영권 분쟁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 것인데 이른바 오너리스크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될 듯 하다.

이렇게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업들인데도 젊은이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 연봉과 복지제도 및 근무환경을 고려했다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구체적인 순위에 있어선 기업을 다각적으로 평가했다기 보다는 이미지가 많이 좌우했을 것이다. 그래서 순위 자체를 놓고 따지는 것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봐야 한다.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는, 근무조건이 좋은 직장을 선호한다는 거고 개인정보의 침해나 오너리스크 같은 것은 앞서의 조건보다는 우선순위가 한참 뒤로 밀려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취업난으로 인한 고통이 심각하다는 것인데, 여기서 취업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앞서 조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국내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것, 그리고 선택지가 매출 상위 100대기업이라는 것이다. 만일 중소기업에라도 취업하고 싶은지를 물었으면 어땠을까?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답했을 것이다. 실제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취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게 취업난의 한 축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에라도 취업하라는 권유를 할 수도 없다. 최근 보도를 보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경우 이직을 통해 더 안정적인 직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실제로 크지 않은 걸로 나타났다. 즉 첫 직장이 어디가 되느냐에 따라 나머지 인생이 어떻게 되느냐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직장을 어디로 갖느냐가 더욱 더 중요하다. 이런 상황이니 함부로 중소기업 취업을 권유할 수 없다.

취업 뿐만이 아니고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을 어디로 보내느냐부터가 엘리트 인생이 되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인생이 되느냐의 갈림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사립초등학교, 국제중학교, 영재고 과학고 외고… 해외 유학… 이 과정에서 탈락하면 실패하는 건데 한 번 실패하면 패자부활전은 없다. 우리 사회가 이런 논리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고 취업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효율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고, 효율의 기준을 나의 이익에 두게 되니 약육강식과 각자도생의 논리가 판을 치게 됐다. 이런 세계관에선 실패한 사람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실패하는 것이고 성공한 사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 중에는 부당한 수단을 써서 성공한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게 나의 성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다면 우리는 분노하지만 나의 성공과 관계없는 일일 때는 나몰라라 한다.

예를 들면,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무슨 일을 했더라도 우리는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이러한 시도가 정유라 씨에게 말을 사주는 것까지 이어졌다면 우리는 분노하게 된다. 재벌의 경영승계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말은 입시와 관련된 거고 그건 나의 이익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취업의 영역에서는 말 사주는 것도 관계없기 때문에 아직도 삼성전자 취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슬픈 세상을 살고 있다.

2.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돼서 잠이 오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청년 중년 노년 각각의 삶에 새로움과 즐거움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현실적 고통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돈이 있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으면 고통을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새로 직장이나 직업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작아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아야 하는데 이 삶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알 수 없다.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데 가능성은 계속 줄어가는 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 아닌가 한다.

미래가 예측 가능하면 좀 나을 것이다. 한국 사람은 미래가 예측 가능한 사람과 예측 불가능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미래가 예측 가능한 사람은… 매년 임금이 정해진 수준으로 오르고 정년이 보장돼있으며 노후 대책도 분명하고 자식 농사도 잘 돼있는 사람이다. 미래가 예측 불가능한 사람은 직업이 없고 있어도 언제 짤릴지 모르며 따라서 노후 대책 같은 것은 없고 매주 로또 긁는 것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 신문에 40대 니트족을 다룬 기사가 실렸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노동패널학술조사에서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쓴 것이다. 니트족이란 일을 하지 않고 직업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즉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포기했기 떄문에 지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등… 그런데 이런 상태인 40대가 2018년 기준 거의 20만에 달한다는 것이다. 2000년에는 3만3천명 정도였으니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5배나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

보도에 의하면 30대 니트와 40대 니트가 양상이 다르다는데, 30대 니트는 20대에는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새로 진입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20대에 취업을 했거나 구직을 하다가 30대에 실직하거나 구직활동이 잘 안돼 니트가 된 경우다. 하지만 40대는 30대에도 니트였던 사람들이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취업에 실패하고 어느 시점을 넘기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최근에 40대 고용률 얘기가 화제였다. 고용관련 통계에서 산업 분류로는 제조업, 연령대로는 40대 고용률이 계속 좋지 않은 상황인 걸로 확인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특단의 조치까지 언급할 정도였다. 기획재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40대 고용률 대책이 있는데 창업 지원이라든가 이런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0대는 그 특성상 새로운 일자리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기 쉽지 않아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잘못하면 그렇잖아도 상황이 좋지 않은 자영업자 양산으로 갈 수 있는데다, 40대 니트 이런 부분에선 대책이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고용대책에만 초점을 맞추면 해결이 안 된다. 좀 더 예측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줘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갖든 또는 직업이 있든 없든 최소한 삶의 유지가 가능한 방향으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즉, 사회안전망이 강화돼야 하고 복지제도가 확충돼야 하는데, 이걸 원론적으로 말하면 다들 동의하겠지만 세금 문제나 이런 쪽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쉽지 않다. 그래서 역시 정치가 중요하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40대 니트, 대한항공, 삼성

표본이 늘어난 게 왜 문제

2018년 8월 28일 by 이상한 모자

계속 보다 보니까 웃기는 말이 너무 많다. 가계동향조사 표본 문제는 1분기 때도 언급됐는데 처음에는 다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표본 구성 때문 아니냐 이런 지적이 많아지면서 급기야 어느 신문이 단독이라고 또 그 얘길 썼다. 처음부터 나왔던 얘긴데!

하여간 기존 통계보다 저소득층과 노령층이 과다하게 추가돼서 1분위 소득이 시원찮게 나왔다는 거다. 그러나 당연히 그럴 수가 있다. 오히려 표본 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가중치나 이런 저런 통계적 처리를 뭘 기준으로 어떻게 할 거냐가 문제인 것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표본 구성의 변화라는 게 단지 특정 소득분위에 해당하는 표본이 많아졌다는 얘기면 부실한 비판이라고 본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표본구성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2017년 조사의 표본추출이 2010년 인구총조사 기반이었다면 2018년은 2015년 인구총조사 기반이라는 점인데, 이게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통계청은 “기존 통계자료와의 시계열 비교를 확보하기 위하여 표본그룹을 중첩시켜 연동하는 방법으로 표본추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남는 쟁점은 통계적 처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이 대목을 놓고는 각자 이랬어야 한다 저랬어야 한다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어제 신임 통계청장이 “표본이 잘못됐다기보다, 표본은 표집 기술상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가중치를 부여해 전국적인 대표성을 갖게 하는 여러 방법이 있기 때문에 그 방법에 대해 좀 더 면밀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앞의 맥락으로 들으면 통계적인 처리와 관련해서 이견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전임 통계청장은 자기가 윗선의 말을 잘 안 들었다는 얘기를 했다는데, 청와대든지 어디든지 이 대목과 관련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외압’으로 판단해 무시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원래 통계청 방법론이 맞는데 청와대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과한 요구를 해서 이 난리가 난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청와대가 유불리를 떠나 제대로 된 방법론을 만들라고 요구했는데 통계청장이 독립성 얘길하며 저항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통계청장 교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1차원적 시나리오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더라도 어떤 경우든 정치적인 모양새가 좋지 않은 건 부정할 수 없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가계동향조사, 소득주도성장, 양극화, 통계청

국민개세주의

2017년 7월 27일 by 이상한 모자

과거에 ‘국민개새주의’라는 말장난도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아재 같으니까 거기까지만 하고… 증세 얘기하니 보수언론이 국민개세주의 국민개세주의 하는데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개세주의가 무슨 얘기냐면, 법인세 말고 소득세를 손대라는 거다. 금융소득이나 임대소득을 더 물리란 얘기 같지는 않고, 결국 근로소득세 얘기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세계 최고라는 지적이 반드시 따라 붙는다. 근데 이게 왜 그렇게 됐는지는 잘 얘기를 안 한다. 아래는 News1이 만든 그래프이다.

물론 2013년 32.4%도 적은 비율은 아니지만 왜 갑자기 2014년에 면세자 비율이 뛰었나. 2013년 연말정산 파동을 얘기 안 할 수가 없다. 맨날 말하는 거 또 말하는데,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거 자체는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악마는 늘 디테일에 있다고 하듯이 모형을 어떻게 만드느냐, 즉 실질적으로 얼마 버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세부담을 늘릴 거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나온 게 조원동의 거위 깃털 얘기랑 연봉 3450만원 5500만원 논란 등등이다. 보수언론은 복지를 늘려서 서민증세가 됐느니 하면서 난리 난리를 쳤고 지금의 더불어민주당도 여기에 부화뇌동해서 월급쟁이 유리지갑 퍼포먼스 같은 거 하면서 법인세 ‘원상 복구’를 주장했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여튼 박근혜 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결국 못 버티고 공제 범위를 늘려줬다. 비전문가인 나로서는 이게 면세자 비율 증가의 주요 원인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런데 이때 사람들이 ’13월의 세금폭탄’ 운운 하면서 기분이 안 좋았던 것도 이해는 한다. 실제로 현재 수준의 소득으로 살기가 팍팍하니까 할 수 없다. 그래서 단순히 ‘면세자 비율’이 문제라면 유식한 말로 담세력을 높이는 대책을 함께 봐야 한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도 싫고 소득주도 성장도 싫다.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전통의 회사가 외국으로 떠난다며 온갖 걱정을 다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팩트체크도 해봤는데, 이에 따르면 보수언론의 관련 주장은 한 10%만 사실인 거 같다. 보수언론은 또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웬 듣보잡 이론을 갖고 와서 나라 전체를 정책실험장으로 만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결론은… 이 난리 부르스가 문제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나 국민개세주의에 있다는 게 아니란 걸 오히려 보여준다는 거다. 그냥 법인세를 방어하자는 거다. 법인은 투표권이 없고 노동자는 투표권이 있으니 지방선거 앞두고 어디 투표권 있는 분들 대상으로 증세 얘길 해보시라, 이 얘기다. 이 얘기를 한참 해도 결론은 안 날 거기 때문에 논점은 결국 부가가치세로 가고야 말 것이다. 벌써 이렇게들 쓴다. 꼭 정치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저성장을 걱정하는 분들이 과연 부가가치세에 손을 대겠는가?

나 같은 사람이야 세목이 뭐든 증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 정치가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5년 내내 중산층 증세는 없다고 벌서 못 박았지만 슈퍼리치든 핀셋이든 법인세든 있는 데부터 손을 대야 나머지도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거다. 법인세 인상 여론만 비켜가면 어차피 증세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하며, 안 될 일을 안 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걸 아침마다 보고 있어야 되는 이 세상이 피곤하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국민개세주의, 근로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연말정산,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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