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다

방송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박김영희 선생님 잘 지내시는가 궁금해졌다. 정확히는 새로운미래의 비례대표 후보인 배복주 후보 대목에 대해 보다가… 궁금해졌다.

박김영희 선생님 이름 알게 된 것은 2000년대 초중반이다. 그때 인터넷에다 댓글이나 달던 내가 뭘 알았겠나. 누가 그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데 이유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는 거였다. 이 삭막한 운동권 바닥에 그런 게 있나 해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거였는데, 나중에 진보신당에서도 마주치고 하는 분이 되었다.

기억이 희미했는데 비례 1번이셨더라. 잊고 있었다. 사람은 간사하다. 남의 일을 잘 잊는다. 2008년에도 철이 없었다. 이 분이 어떻게 비례 1번이 되었을까에 대한 생각 같은 건 하지 못하던 때다. 검색을 하다 찾아낸 비마이너의 연재물에서 그 당시 사정에 대한 얘기를 보고, 울어버렸다. 비례 1번으로 돼있는 공보물의 사진, 그걸 보니 기억이 나더라. 복잡한 기분이다.

박김영희 선생님이 글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2007년 즈음 민주노동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장애여성으로 할당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민주노동당은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그 당의 비례 1번이 된다는 건 국회의원이 된다는 뜻이었어요. 박경석 대표가 어느 날 “대표님, 정치 한 번 해보시죠?” 했을 때 당연히 장난인 줄 알고 “시켜줘 봐요. 내가 잘하지!” 그랬어요. 그런데 그게 장난이 아니었던 거예요. 얼마 안 있어서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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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대표는 제안을 할 때 꼭 농담처럼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나는 정치를 할 만한 재목이 아니라고 하니까 걱정 말라면서 “어디 혼자 합니까?” 하셨어요. 그런데 가보니까 혼자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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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에 가입하면서 장애여성공감 대표도, 이동권연대 공동대표도 그만두었어요. 두 단체 모두 대중운동 조직이었고 여러 정당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특정 정당의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할 수 없었어요. 민주노동당 비례 1번으로 가게 되니까 친하게 지냈던 사회당 사람들이 사회당이 이동권 투쟁을 더 열심히 했는데 왜 민주노동당 비례로 가느냐고 상처를 받고 서운해하셨어요. 미안하죠. 할 말이 없었어요. 그렇게 들어간 민주노동당엔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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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안 가서 당이 깨지는 상황이 되었어요. 당 안에 여러 분파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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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정치를 제안했던 건 심상정, 노회찬 씨 측이었는데 그분들은 탈당한다고 발표했어요. 당원들이 울고불고 난리였어요. 탈당하면서 나한테 당에 남을 것인지 자기들을 따라 나갈 것인지 물었어요. 당이 쪼개지고 민주노동당에 계속 남더라도 비례 1번으로 나를 추천하기로 했던 기존 입장이 번복되진 않을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공식화된 게 아니었고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워서 100% 장담할 순 없다고 했어요. 함께 탈당하자고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들의 미래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였거든요. 새로 정당이 만들어질지 아닐지도 모르고 만들어지더라도 국회의원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탈당한다고 했어요. 이번에도 사람들은 내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어요. 너무 당혹스러웠어요.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기왕 국회의원이 되려고 나선 거면 민주노동당에 남아 있는 게 맞다는 사람도 있었고 장애인운동을 지지해주던 사람들을 따라 탈당하는 게 맞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고민 끝에 결국 새로운 정당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오직 옆에 있는 사람들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

탈당한 사람들은 진보신당을 창당했고 저는 공동대표가 되었어요. 그리고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전국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했어요.

(…)

정말 애를 쓰며 선거운동을 했는데 정당 득표율이 조금 모자랐어요. 3%가 되어야 비례대표 1번이 국회의원이 되는데 0.6%가 부족했죠. 그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던 장애여성 곽정숙 씨는 국회의원이 되었어요.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42

읽으면 진보신당 공동대표 하던 시절 말씀도 하시는데, 너무 죄송하다. 통합진보당에 간 후 정치에 좌절한 말씀도 있는데, 난 통합진보당에 간 적도 없지만 그것도 하여간 죄송하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배신하거나 저버린 사람들의 어떤 기대 바람 결의 결단 등등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리고도 여기까지 와서 지금도 이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글자 그대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진다.

며칠 전에 레디앙의 정종권 센빠이가 전화를 하셨는데 잘 사냐 한 마디 묻고 그럼 됐다 하더니 끊으시더라. 다들 건강하십쇼.

그냥 참기로

유튜브 얘긴데, 어제 어떤 분이 그만둔다고만 하지 말고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밝히세요 뭐 이래놨던데, 글에도 썼잖아요. 내 의견을 얘기했는데 딴 소리 하더라고, 그리고 그 딴 소리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더라고. 그래서 제작진에 일종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는데 답이 없노라고.

근데 어제 좀 늦게 연락이 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이런 저런 얘기’에 얼마나 많은 게 있겠어? 이 ‘이런 저런 얘기’를 다 쓰려면 적나라한 남욕을 해야한다. 여기다가 남욕 쓰면 안 볼 것 같아도 다 보게 돼서 나한테 와서 막 복수한다니까?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자기가 욕 먹었다고 생각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수동공격성 막 발휘한다고. 그러니까 그냥 단순하게 얼개만 적는 거야. 얼개만 적어놨더니 또 어떤 분이 왜 징징대냐고 하는데, 이 분이 옛날에 그 분 맞는지 모르겠는데, 차단 드림. 물론 이렇게 차단하는 게 무슨 효과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간. 이래서 페이스북은 어떤 이유에서든 접속하면 안돼… 이제 더는 접속 안하기로 다시 한 번 굳은 결심을 했다.

아무튼. 가령 어제 한겨레 지면 욕한 기준 똑같이 적용하면 오늘 경향신문 같은 건 아예 설명이 안 되지. 거의 폐간 주장해야 할 걸? 근데 그럴 거냐고. 물론 그러는 건 자유인데, 그런 컨텐츠 할 거냐고. 나는 안 할 거고 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어떤 컨텐츠를 하자는 거냐, 방침이 뭐냐, 이게 중요한 문제다. 어쨌든 돌아온 답은, 그러자는 건 아니었다는 거고, 그래서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냥 달래는 말 정도였으면 납득을 안 했을텐데 꼭 그런 얘긴 아닌 거 같고… 여담 같은 거지만 이 분이 옛날에 어디의 파업 멤버다. 그런 것도 약간 작용을 하여, 조금 더 다녀보기로 했다.

오늘도 신문 얘기를 한참 했는데, 그니까 신문에 나온 기사 얘기를 한참 했는데… 진행자가 ‘요즘 언론 믿을 수 없다’는 댓글 소개로 마무리 했다. 신문을 인용해서 떠들었는데, 신문을 못 믿겠다는 반응이라니… 이런 세상에 사십 몇 년째 적응을 잘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