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온 건지

이번 주는 계속 뭔가를 한 주였다. 어디서 떠들거나, 글을 쓰거나, 이동을 하거나, 카페에서 대기 하거나, 뭘 먹거나… 오늘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고 뉴스 보다가 잠시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깼다. 그리고 진작 마쳤어야 할 일에 다시 착수해 5시에 글을 보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제 이 시간이다. 그러니까, 하여튼 뭔가를 쉴 새 없이 지금까지 한 거다.

그러나 이번 주에 한 그게 다 뭐였느냐 하고 생각을 하면, 그냥 다 세상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일이었던 거 같다. 그냥 쓸데없는 얘기 한 거 같고, 남들도 그렇게 보겠지 아마. 그러니까 나한테 이러겠지. 이게 뭐야?

기타를 배우고 연습을 하고 하는데, 하면 할수록 이게 내가 원래 기타를 칠 줄 알았던 게 맞나 싶다. 왜 이런 간단한 걸 하는데 진도를 못 나가지 싶은 일들이 많다. 물론 그냥 하던대로 하면 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나쁜 버릇? 잘못된 접근? 이런 걸 고치고 잡아내고 다시 하려니까 진도가 안 나가는 거지. 그러나 어쨌든 말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생각해보면 인생의 접근법이 다 그랬던 거 같다. 그냥 나는 느긋하게 살고 싶은 마음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냥 느긋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그러나 이번 주에는 그 느긋함이라는 게 거의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좀 더 서글퍼지는 것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몸이 그러한 느긋함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의 문제다. 안경을 바꾸면서 좀 괜찮아지긴 했는데 임시방편이다. 시간이 오래되면 결국은 문제가 생긴다.

콘택트렌즈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눈커풀이 눈동자를 얼마나 덮고 있는지에 따라 난시가 달라지는 게 문제라면, 콘택트렌즈는 아예 각막에 붙어있으니 말이다. 꼭 하드렌즈가 아니어도 눈커풀 문제로부터는 자유롭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그런데 이 경우는 스마트폰 등을 보려고 할 때 안경을 벗어서 쉽게 노안에 대처하는 방법이 없어지는 손해가 있다. 근거리 안경을 맞추거나 아니면 특수한 어떤 렌즈를 사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그게 아니면 안검하수+라식 막 이런 쪽으로 가야 하는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우울해진다.

이놈들아 근데 좀 그러면 어떠냐. 잠이나 좀 자야겠다.

용사 힘멜이었다면

극우 집회 무대에 올라가서 중국 공산당 타령하는 청년들, 그 중국 공산당에 대한 걱정 우려 공포 다 어디서 체감했겠냐. 내 생각엔 인터넷 커뮤니티, 그 중에서도 게임이다. 게임 커뮤니티의 핫이슈는 결국 그놈의 ‘정치적 올바름’이랑 중국, 양대 축으로 수렴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다. 이 논의 안으로 들어가면 이거는 피부에 와닿는 얘기다. ‘내가 즐기는 게임’이 중국 자본 및 중국 게이머 혹은 그걸 위장한 무언가와 ‘페미니즘’에 영향을 받아 변형되거나 없어지거나 망하거나 등등 한다. 이걸 직접 겪거나 보거나 들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게임이 이럴진대 세상은 어떻겠냐? 또 정치판은 어떻겠냐? 이렇게 사고가 흘러가는 거지.

중공 음모론 자체는 원판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 서구권에서 성공을 거둔 방식과 너무 흡사하지 않나? 문정권 때 보수적 성향의 모 커뮤니티에서 ‘박근혜는 다 잘했는데 천안문에 올라간 게 문제였다’라고 하는 평가를 본 기억도 있다. 이명박 때 뿌린 씨앗이 남아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여전히 뭔가가 작동하는 게 있고 거기에 살이 덧붙여진 게 아닌가?

이런 얘기 하면 또 게이머-피해자분들(게임의 ㄱ만 꺼내도 무조건 게임 마녀사냥 얘기하는 분들 있음)이 왜 또 게임 갖고 시비거냐 막 그러던데, 진정들하시고. 나처럼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 또 없습니다. 인생의 반이 게임인 사람한테 이러지마. 게임이 소재인, 그래서 젊은 남성이 중심인 산업 및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을 논하는 것임.

게임 자체에 대해선 따로 할 얘기가 많음. 게임을 좀 정신차리고 만들어라! 다만 그러한 요구는 제대로 된 비평의 생태계 안에서 이뤄져야. 게임이든 만화든 똑바로 만들어야 나라가 살고 사회가 살고 민주주의가 살고… 지난 여름에 대만에서 칼부림 났을 때 범인을 제압한 용자가 멋지게 남긴 말이 있잖은가. “힘멜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몬스터헌터 옷 입고 상 받았다. 그런 게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