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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Author: 이상한 모자

어제 쓴 글과 오늘의 생각

2021년 3월 5일 by 이상한 모자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035.html

윤석열 씨가 훌륭한 검사라는 거랑 정치를 해도 된다는 거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하지 말라고 썼다. 혼자 생각으로는, 대한민국 정치가 검찰이냐 아니냐 하는 수준까지 가지도 못할 걸로 본다. 하여간, 잘 돼도 못 돼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다.

이러고 있노라면 괜히 일본 생각을 하게 된다. 해외 사례를 갖고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우리랑 제일 유사한 건 역시 일본이다. 거기나 여기나 검찰이 봐주는 게 제일 큰 문제다. 권력은 봐주면서 약자에겐 가혹하다는 비판은 독재와 민주 구도에서 독재에 부역하면서 민주주의는 탄압한다는 개념으로 모습을 바꿨다. 이는 곧 독재=보수, 민주주의=리버럴의 정파 구도로 둔갑했다. 그래서 리버럴이 집권한 이 정권에서 검찰의 폐해는 ‘권력은 봐주고 약자에겐 가혹하다’는 게 아니라 ‘보수 야당에 부역하면서 집권 세력을 탄압한다’는 구도가 되었다. 그런데 권력 기관의 일부인 검찰이 어떻게 집권 세력을 탄압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민주적 통제’라는 구원투수가 등장한 것이다.

어느 나라나 똑같지만, 이런 개념적 장난이 일본에도 있었다. 민주당 정권이 집권할 때 슬로건이 관료가 아니라 정치! 라든가 뭐 그런 거였다. 사실 이건 한일만 그런 게 아니고 역사가 긴데 어쨌든, 그 근본은 ‘무언가에 대한 반대'(일본의 경우는 족의원-관료-자본의 삼각동맹)로 구성된 정파 논리를 통치에 적용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이다.

재미있는 건 수상 관저의 권한 강화를 추진해 온 자민당이 재집권한 이후에도 똑같은 얘기가 나왔다는 거다. 내가 선거로 선출됐으니깐 내 말을 들어! 가령 ‘용과 같이 7’은 의회에서 선출한 수상에 비해 직접 선출된 도쿄도지사가 무시무시한 권력 남용을 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보여주고 있다. 아베 신조의 부패 스캔들에 대하여 우익 정치인들이 전문가-관료를 무시하고 찍어 누르며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다 생긴 일이라고 아사히 신문이 비판하는 걸 봐라. ‘관료가 아니라 정치!’가 유행일 때에는 어떻게 했니? 그러니까, 역시 ‘반대’가 핵심인 것이다.

오늘은 이런 글을 보았는데, 뭐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305/105729956/1

그러니까 내 말은, 거칠게 말해서 막번체제가 천황 중심 중앙집권체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은 천황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중앙 권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분산된 권력이 상호간 격렬한 투쟁 없이 중앙집권화되는 것은 어떤 경우든 쉽지 않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오래 전 폐기한 천황의 직접통치라는 대안이 있었다. 새로운 민주주의 체제를 개발하는 것보다 대정봉환을 하는 것이 쉬운 길인 것이다. 이게 기껏 근대화라며 메이지 유신을 해놓고 전면적 대의제가 아니라 절충적 천황통치가 부활한 이유이다. 즉 막부는 천황의 대립항이었고, 천황은 막부의 대립항이었던 거다.

책을 써야 되니까 여기까지만 하고… 빨리 좀 끝내자…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메이지 유신, 민주적 통제, 윤석열

허무한 일들

2021년 3월 4일 by 이상한 모자

얼마 전에 인터넷 방송에 나갔는데, 끝나고 나서 그만 둔다고 했다. 제작진이 ‘재미있게 하라’고 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행자는 매번 왜 방송에만 들어오면 뚱하냐는 둥, 불평 불만이 많다는 둥 해왔다. 재밌자고 하는 얘기니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기분이 좋을 일도 아니다. 그래서 적당히 반발하는 척 하면서 분위기를 이어가면 될 걸로 생각했다. 이 대목에 대해선 기분의 문제는 있겠지만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준비도 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평하라고 한 거다. 심지어 내 분야도 아니었다. 정치나 정책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거면 상관없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건 잘못된 얘기를 할 수 있다. 김동성 씨의 인생에 대해 내가 준비도 없이 갑자기 논할 수 있는 게 뭔가? 안타깝다고 했다니 그게 전부냐며 또 면박을 주려는 태도이다. 준비해오란 건 다른 주제 아니었냐 했더니, 의견을 달랬는데 당신이 의견을 안 주지 않았냐 한다. 사실이 아니다. 그랬더니 또 SNS를 안 해서 이 소식을 잘 모르시는가보다 한다. 그럴 수 있지만, 그게 본질인가? 진행자는 이전에도 당신은 카톡을 안 해서 일이 어렵다 라고 방송 중에 말했다.

이 모든 문답은 생중계되었다.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답을 하면 바보가 되는… 이게 뭐지??? 아무튼. 결국 내가 계속 해봐야 프로그램에 누가 될 뿐이니 그만 하겠다고 했다. 아마 거기서는 계속 이상한 캐릭터로 남을 것이다.

시사평론가라는 게, 그냥 생계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만 갖고 사나. 뭔가 공적 목표를 갖고 살아야지. 뉴스 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맥락을 해설해주고 이게 사실은 이런 거요, 이건 이런 문제요 하는 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들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걸 내가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런 삶에 좀 충실하고 싶다.

글을 쓸 때도 그런 생각을 종종 하는데, 지난 주에는 이런 글을 썼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012.html

오늘 이 코너에 들어갈 글을 쓰는 날인데, 윤석열 씨가 직을 던지는 바람에 그 얘기를 또 썼다.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정권의 괴상한 정치가 또 다른 괴물 같은 정치를 낳고 있다. “윤석열은 잘할지 모르지만 검찰이 언제나 윤석열 검찰은 아니지 않느냐” 이런 논리로 검찰개혁이든 뭐든 말했어야 하는데 윤석열 윤석열 타령하다 이게 뭐냐? 이제 검찰개혁! 하면 다들 비아냥 대기만 한다. 대검찰강경파분들은 단견으로 대업을 망친 사람들이다.

기자협회보에는 이번 주에 이런 글을 썼다. 백신 얘기 같은 건 어차피 전문가 또는 준전문가 분들께서 SNS에서 활약을 하고 계시겠지만, SNS라는 게 자기들끼리나 물고 빠는 플랫폼이니 다양한 기회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8983

이런 글들을 쓰면서도,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일의 연속이다. 응원과 애도… 어떤 분노와 항의… 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고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아닌가. 애도하는 나, 슬퍼하는 나, 이런 사태를 염려한 나… 나라고 크게 다르지도 않지만, 어쨌든 ‘나’에 대한 관심이 회피가 아니라 책임으로 이어져야 하고, 이 가교를 만드는 게 정치이다.

근데 차별금지법이나 퀴퍼 참여를 말하면서, ‘척’만 하는 세력이 아닌 ‘척’조차 하지 않는 세력으로 힘을 몰아 주자고 하는 건 무슨 정치인가. 그 정치인에 대한 실망은 집권 세력을 이탈한 것에 있지 않다. 이탈하고 나서 하는 일이 문제다. 최근의 말은 퀴퍼는 교외에서 하라는 분의 꽃길을 깔아준다는 것이다. 時事의 評論이라고 하면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백신, 시사평론, 윤석열

백신 대소동

2021년 2월 26일 by 이상한 모자

백신 접종한다고 방송에 나가서 알지도 못하는 얘기 하고 막 그랬는데, 오늘 겪은 일을 떠올려 보면 대한민국에 백신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막 그렇다.

어느 방송에서 연달아 두 분의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얘기를 나눴는데, 11월 집단면역 차질이 없겠느냐가 질문이었다. 첫 번째로 나온 의사분은 충분히 가능하고 잘만 하면 여름에 집단면역 형성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니 어떻게? 1차 접종을 최대한 땡겨서 하면 된다는… 그럴까?

근데 두 번째로 나온 의사분은 11월 집단면역 어려울 가능성 있다는 거다. 백신 수급도 어렵고. 이것도 어렵고 저것도 어렵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이런 얘기 하면 또 SNS애호가들이… 티비 출연하는 의사들 사실은 실력 없고 잘 모르고 떠드는 거니 이 분 말씀을 들어보라며 SNS애호가 분을 막 추천…

아무튼 한참 그러는 와중인데… 아무래도 티비 방송이다보니 화이자 백신 공항 도착을 생중계하고 싶어하는 거였다. 계속해서 공항을 비추며 현장 연결합니다 막 이러는데… 그러니까 내 역할은 화이자 백신을 실은 항공기가 활주로에 내릴 때까지 시간을 버는 거였단 말이다.

한참을 떠드니 화면에 저 멀리서 날아오는 대한항공 항공기가 비추기 시작했다. 아나운서들이 막 화이자 백신을 실은 전용기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하다가 황급히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라고 말을 고쳤다. 그러니까, 대한항공기가 이 시간에 온다니 그게 백신 전용기 같긴 한데 정확히 확인은 안 된거지. 확인이 되는대로 저희가 전해드리겠습니다 했는데, 비행기가 활주로 내릴 때까지 확신을 못 하는거다. 얄궂게도 비행기가 딱 도착하는 그 순간 핸드폰에 KBS 속보로 화이자 백신 실은 대한항공기 인천공항 도착… 이렇게 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방송에선 저게 백신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그러니까 비행기가 도착하는 걸 눈 앞에서 보면서도 그게 그건지 아닌지를 몰라서 제대로 중계를 못했다는…

분장실에서는 분장을 담당 하시는 분들에게 이런 얘기도 들었다. 아스트라제네카 그거는 우리나라만 맞는 거죠? 부작용이 있다는데도 맞아야 돼요? 이 회사 방송 뉴스에서 백신은 안전합니다 엄청 얘기했을텐데… 나름대로 잘 설명을 해드렸으나 참 불가사의다.

특보라고 방송을 하는데, 화이자 백신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냉동트럭의 전면 시야를 틀고 있다. 이걸 왜…?

1호 접종은 없다고 했지만 야근을 하고 주사를 맞으러 온 요양보호사가 15분 일찍 맞아서 실질적 1호 접종이 된 것까지 포함하면, 세상살이 참 별것 아니란 생각이 들고 그렇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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