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스러운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요 몇 달 간 우울했다. 정작 하려는 얘기엔 아무도 관심이 없고… 운동권이라는 사람들도 한심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을 것 같아 더욱 우울했다. 나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줄인다.
오늘은 이동 중에 자전거를 조금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치킨 반마리를 시켰다. 동네 치킨집에서 치킨 반마리를 판다. 자전거 타고 먹으면 기분이 좋을 거 같았다. 그러한 생각을 갖고 집에 왔는데, 웬 아저씨들이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11층에 살고 있다. 자전거를 들고 11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인가?
인생은 도전과 응전 아니겠나. 도전하려다가 멈칫했다. 배달기사도 11층까지 걸어 올라와야 할 것인데, 그건 원망을 받을 일인 듯 했다. 그래서 1층 의자에 앉아 배달기사가 오기를 기다렸다. 30분 정도를 기다려 배달기사가 엘리베이터에 접근하기 전에 말을 걸어 치킨을 받았다.
이제 집으로 가야 하는데, 좀 더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를 고친 후에 이걸 타고 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고치는 아저씨들에게 언제쯤 작업이 완료되냐고 물어볼까 했으나, 너무 열중들을 하고 있어 방해가 될 거 같아 그냥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한 순에는 치킨, 한 손에는 자전거(접이식)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자전거는 12킬로그램이다. 논산훈련소 생각이 났다.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 마음 속으로만… 기껏 11층까지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쳐져 있는 상상을 했다. 설마… 그렇진 않겠지…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11층에 올라 비상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확인했다. 아… 역시 엘리베이터는 고쳐져 있었다. 누가 10층에 내렸더라. 이게 뭐냐 도대체…
운동했다 치고 치킨 반마리를 낼름 해치웠다. 우울한 기분일 때와는 다르게 나는 꽤 삶의 의지가 충만한 사람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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