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은 녀석이다. 사회성이 없고,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왠지 약하고(이것은 진짜다. 내가 그러기로 정한 사람들에 대해선 놀랍게도 한없이 약한 녀석이다), 뜬구름 잡는 생각에 빠져 있고, 그러면서 쓰레기 같은 면을 적당히 숨기고 있는… 물론 변한 것도 있다. 나이를 헛으로 먹은 것은 아니어서 옛날 같으면 바로 지랄염병했을 일도 적절히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스킬이 생겼다. 20대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인정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꽤 사람이 됐다는 것을… 그러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어서 속으로는 어차피 똑같다. 뭐 어쩌냐. 그게 나인 것을.
그럴듯한 계획들이 (아마도) 있었지만 연휴 시작 며칠 전에 모두 없어졌다. 일정 조정을 하고 했으나 허사다. 나는 뭔가 잘못되면 수백번 정도 곱씹어 보는 성격이다. 가령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고 한다면, 그래서 상처에서 피가 난다고 하면, 일부러 눌러본다. 얼마나 아픈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실제로 최근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손톱이 깨지고 팔과 다리에 찰과상을 입는 일이 있었다. 찰과상 정도로 병원을 갈 일은 아니므로, 그저 약 바르고 드레싱 밴드 교체하는 일을 반복하여 지금은 거의 나았다. 다만 근육 통증이 좀 남아있다. 근육 통증이라고 별건 아니고 근육이 좀 놀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 수준의 얘기다. 아무튼 이 모든 상처를 계속 눌러보고, 사진찍고 등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더라. 아무리 끔찍해도… 외면하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는다.
그리하여 수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으나, 또 이렇게 되지 않을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할 때에는 잡념을 떨칠 수 있으나 가만히 있을 때는 그럴 수도 없어서 오늘은 귀가를 해 멍하니 있다가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보통 무조건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굳이 어디 갈 일도 없는데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만 나갔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잠수교까지 갈까 했지만 밤이라 무리하면 안될 것 같아 여의도를 한 바퀴 돌고 안양천을 통해 집에 돌아오는 걸로 타협했다.
보통 연휴 때는 밀린 일을 하거나 아니면 여행을 갔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꼭 감당할 일이 있는 게 아니면 그냥 멍하니 있을 생각이다. 그래서 레토르트 국, 탕, 찌개류를 잔뜩 주문했다. 햇반 돌려서 같이 먹으면 간편하다. 마음이 동하면 냉동실의 생선 등도 소진해야겠다. 그러면서 여러가지를 구상해야겠다.
밥을 먹으면서 유리심장인가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았다. 밴드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순정만화풍이다. 히무라 켄신을 했던 사토 타케루가 음악 천재로, 약방의 감초 스다 마사키가 불량한 밴드맨으로 나온다. 그 외 멋진 남자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 일본 녀석들은 꼭 그렇게 안전한 길로 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건가? 잘 나가다가 스토리가… 그런데 사토 타케루 이 녀석 피아노 건반을 실제로 대충 맞는 부분을 짚는데, 일본 녀석들 대단하다.
나고야에 가고 싶어졌다. 물론 드라마와 나고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새로 산 게임이나 조금 돌려보고 자야겠다. 이번 연휴의 목표 중 하나는 잠을 많이 자는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자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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