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심상정의 진로와 관련하여 이전에 작성하려다 못한 글을 짧게 씁니다.

지금까지 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한 지형을 잘 살펴보면 최선의 구도와 최악의 구도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최선의 구도는 김문수 재출마, 김진표 출마, 심상정 출마 입니다. 김문수 재출마로 인해 한나라당은 결집, 김진표의 애매한 정체성과 떨어지는 후보경쟁력으로 인한 민주당층 분열, 심상정 출마로 인한 친노 세력 분열이 핵심입니다.

이 시나리오 일 때에 심상정이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을 수 있고 또 다른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심상정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면 가능성이 있다, 라고 얘기해온 주요한 근거이기도 하구요.

그럼 이제 최악의 구도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최악의 구도는 김문수 불출마, 유시민 출마, 심상정 출마 라는 구도입니다. 김문수가 불출마 할 경우 한나라당에서는 최선의 후보를 찾겠지만 여의치 않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현직 지자체장들의 현직 프리미엄이 극대화 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김문수가 아닌 어떤 인물도 김문수 만큼의 지지율을 얻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소위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대결은 민주평화개혁세력이 근소한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박빙 승부가 될 것입니다. 이 경우 당연히, 유시민의 전매특허 '사표론'이 발동하게 되고 비판적 지지의 광풍이 휘몰아치게 될 것입니다. 민주당-친노 결집,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지지층 이탈로 인하여 심상정은 최악의 득표를 할 것입니다.

이제 심상정의 진로에 대해 말해보아야 하겠습니다. 현재 선거 구도는 최악의 구도 보다 최선의 구도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명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심상정에게 경기도지사 출마를 거부할만한 명분이 없습니다. 7월 은평 재선거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 심상정이 얼른 반응을 했던 것은 사실 2가지 노림수일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나는 도주용 명분 쌓기, 또 하나는 '님들아, 관심 좀!'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은평 재선거 얘기가 생각보다 반향이 좋지 않고 또 그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은평 재선거는 무리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하겠습니다.

유시민의 경우, 제가 늘 말하지만 유시민의 목줄은 한명숙이 쥐고 있습니다. 한명숙의 행보에 따라 유시민의 출마 지역이 결정됩니다. 한명숙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였으므로 유시민이 경기도지사에 출마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명숙이 과연 민주당 내부에서, 구 민주계가 친노 유력인사들과 손잡은 정세균 체제에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특히 1심 선고가 선거 전에 나지 않을 경우, 동교동계는 이 점을 매우 끈덕지게 물고 늘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민주당 내의 당권 경쟁 결과가 또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하겠습니다. 사퇴드립 3인방의 귀환과 정동영의 복당은 이러한 점에서 사실 중요한 문제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산적해있기 전에 유시민이 미리 행보를 하는 경우 판이 다 틀어져버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시민은 최대한 결정을 늦출 것입니다. 당권 경쟁에서 구 민주계가 승리하고 서울시장 한명숙이 어려워지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사태도 충분히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이죠. 아니면 아예 불출마를 하던가.

지금 점심 먹으러 가야 되어서 좀 있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