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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시간이 없어서.

 

아이폰과 관련된 논란이 뜨겁다. 진보주의자의 입장에서는 여기에 대해 별로 코멘트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문제는 진보신당에서 이 문제가 일종의 전략으로 사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노회찬 대표가 사비 500만원을 들여 당직자들에게 아이폰을 선물했다'라는 이야기가 기사화 되었다. 그 전부터 노회찬 대표는 블랙베리폰 등을 사용하여 최신 모바일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진보신당은 '생활 진보'를 이야기 하며 통신비 인하와 무선인터넷 개방 등을 촉구해왔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적어도 앞, 뒤가 맞는듯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 과연 이러한 전략이 유효한가에 대한 여러 불만들이 당원들 사이에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불만들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 하나는 정치공학적 측면이고 하나는 진정성의 측면이다.

 

우선 정치공학적 측면을 보자. 우리 당의(사실 노회찬 대표의) 기본적인 관점은 이렇다. 아이폰의 수입 판매로 인해 생기는 여러 효과들은 이동통신 시장에 공정성을 부여할 것이며 또한 아이폰의 존재 그 자체로 전자민주주의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이슈는 '젊은'이슈이므로 기존의 구태한 진보 이미지를 벗고 신선한 모습으로 젊은 층에 다가가기 좋은 소재이다. 따라서 이는 정치적으로도 올바르고 여러 측면에서 효과도 좋다는 얘기다.

 

그러나 첫 번째 문제는 아이폰 수입 판매가 사실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 KT사장 이석채의 등장과 함께 이루어진 성과라는 점이다. 이석채는 김영삼 정권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을 때에는 이원정 당시 정무수석과 함께 국정을 좌지우지해 '좌원종 우석채'로 불리기까지 한 인물이다. PCS 사업자 선정 과정 비리 파문으로 인해 공무원 인생을 말아먹은 불운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석채라는 인물이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을 통하여 10년만에 KT사장으로 재기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필요가 생겼던 것이다. 따라서 이동통신분야에서 SKT를 따라잡고 인터넷 전화와 IPTV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모델을 밀어붙이기로 하였고 이는 지금 눈 앞에서 보듯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아이폰 이슈는 KT와 이석채의 공로이다.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은 아이폰의 존재 자체에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약간의 개혁도 용납하지 않던 공룡 공기업 KT가 'olleh 시리즈'와 같은 신선한 광고를 내보내고 Qook으로 그간 KT 집전화의 적으로까지 생각되었던 인터넷 전화와 IPTV를 잡고 있으며 그간 아무도 실행하지 못한 아이폰까지 수입 판매를 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무시무시한 일이란 말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신당이 아무리 전자민주주의의 발전을 이야기 한들, 그 이야기를 몇 명이나 주의깊게 듣겠는가? 입장을 말하라면야 아이폰 수입 판매를 찬성할 수 있겠지만, 이것을 당의 핵심 홍보 전략으로 위치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하겠는가? 자칫 잘못하면 '이석채 프레임'에 휘말리게 되는 것 아닌가?

 

두 번째 문제는 아이폰 수입 판매로 인해 생긴 여러 논란들이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생활 양식을 더욱 확고히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폰 옹호자들의 논리를 되짚어보자. 국내 재벌 이동통신사들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횡포를 부리고 있는데 아이폰의 수입 판매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여 상품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선택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 논리의 핵심이다.

 

이는 단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재벌 질서 해체, 공정한 시장 원리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상징 차원을 한 단계 더 쌓아보면 이것은 '정경유착 철폐'와 같다. 즉, 이는 결국 극우 보수세력들이 그렇게 한탄하는 '잃어버린 10년', '좌파정권 10년'의 실질적 슬로건, '신자유주의 강화'이다.

 

따라서 '아이폰'의 환상은 '87년 체제'의 환상과 정확하게 동일한 것이다. 아이폰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특히 그 맨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과연 대표가 당직자들에게 아이폰을 선물한 진보신당을 지지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어렵다. 아마 그들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지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당이 그들에게 그런 식으로 잘 보여야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다음으로 진정성의 측면을 생각해보자. 노회찬 대표는 당직자들에게 아이폰을 선물하면서 이를 통해 일반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고민을 던진 것이라 약평하였다. 이는 참으로 좋은 이야기이고 나부터도 반성을 하게 되는 대목이다. 나는 핸드폰으로 트위터를 사용하고자 마음을 먹어 트위터 개설을 하였으나 몇 번 사용하고는 그만 두어버렸다. 유행을 따라잡지 못해 한스럽다. 어쨌든 노회찬 대표의 그러한 신심을 믿지 못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일반 국민들과 소통하라면서 당원들과는 소통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러쿵 저러쿵 불평을 많이 할 수 있지만 이 주제에 맞게 전자민주주의에 대해 말해보자. 과연 진보신당에서 전자민주주의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냉철하게 평가를 해보자는 말이다.

 

사실 이러한 논의는 창당 이후 꾸준하게 제기되었고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는 직접 나서서 전자민주주의를 강화시켜 보자는 시도가 있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들이 지쳐서 떨어져 나갈 때 까지, 창당 이후 계속해서 당의 큰 책임을 맡아왔던 노회찬 대표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홈페이지 개편 문제를 언급할 수 있겠다. 진보신당의 이전 홈페이지가 썩 좋지 않아 홈페이지를 개편하기로 하고 비용을 들였으나 진척이 없어 당원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있었다. 거의 1년을 질질 끈 이 사태에 대한 노회찬 대표의 대답은 '담당자 징계'였다.

 

담당자가 과연 어떠한 마술을 부려 대표단의 지시에 1년이나 불응할 수 있었는지, 또 대체 이 당에 무슨 불만이 있어서 홈페이지 개편 업무를 고의로 태만히 하였는지 그런건 난 잘 모른다. 분명한 것은 노회찬 대표가 창당 이후 쭉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었고 당의 중요한 결정에 모두 관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단지 담당자의 과실인양 처리하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진보신당의 홈페이지는 이미 옛날 모습이 아니다. 단지 이상한 글들이 올라와서 하는 말이 아니다. 생명력 자체가 없다.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원들의 의사를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되지 못한다. 진정으로 전자민주주의가 절실하게 필요한 곳은 바로 진보신당의 홈페이지다.

 

이런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이슈에 매달리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스노비즘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선거가 있는 내년에도 역시 계속 심화될 전망인데 참으로 걱정이 크게 된다 말하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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