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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선거주의

2009.10.22 07:48

이상한 모자 조회 수: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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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주의 정당'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 비판을 듣는 당사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선거주의'에 대한 비판이 당 내에서 제기되지 않으면 안된다. 민주노동당에서의 패배와 분당은 무엇도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선거주의의 거대한 소용돌이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선거주의'란 단지 선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선거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폄훼하기 위해 만든 낱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당 관료, 혹은 주요 당 활동가로서 2010년 선거를 준비하고 또 2012년 선거를 준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면 그것을 선거주의라고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전히 대중정당에서 선거는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이고 그것을 통해 가장 많은 것을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의 주요 기구, 주요 정책, 주요 활동의 모든 것이 '선거'. 그 이외의 어떤 것도 고려치 않으려는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당을 하면서 가졌던 사람들의 문제의식, 즉, '우리가 지금까지 고수했던 운동권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찾자'는 강박이 뒤틀린 결과다. 이러한 강박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도식이 성립한다. 운동권은 아마추어적인 것이고 운동권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방식은 프로페셔널한 것이다. 때문에 운동권에서 벗어나려면 아마추어적인 그 모든 것을 일소해야 하고 오로지 프로페셔널한 것들만 취해야 한다.

 

예를 들면, 2010년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당원들이 모여 2010년 선거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은 무엇인지, 이 때 진보정당으로서 이야기 해야 하는 원칙은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총의를 모아 선거 전략을 짠다면 그건 아마추어적이고 운동권다운 것이다. 프로페셔널한 방식은 일단 전문조사기관에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 지지층을 선별하고, 이를 분석하여 최적의 공약을 짜고, 이것을 선거에서 이슈화 시키는 방식은 홍보 전문가에게 일임하면 된다.

 

내 얘기는 이런 프로페셔널한 일련의 과정들을 부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당이 오로지 이것을 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하면 그것은 '선거주의'의 혐의를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이 당은 유력 정치인들의 '되는 선거'를 치르는 데에 당력의 거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상황이다.

 

물론 그들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 당에 그런 것들이 필요하고 생각하면서 바로 그 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사람들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것에 비견되는, 선거주의의 반대쪽에 존재해야 하는 급진화된 그 무엇이 이 당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는 분당 시기부터 수차례 강조해오지 않았는가.

 

2010년이 지나면 2012년, 2012년이 지나면 2014년, 2014년이 지나면 2016년, 그 다음엔 2017년.. 계속되는 선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지역 운동 전략을 계속 얘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그런 기반이 당 내에 있는가? 아직까지 그런 주장이 있는지에 대해서 조차 확인된 바가 없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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