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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술주정 (1)

조회 수 811 추천 수 0 2009.09.23 03:54:08

 

가끔 혼자 술을 먹으면 정치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고 싶어진다. 지금이 그런 밤이다. 앞으로 이런 것을 종종 하려고 한다.

 

1.

 

안희정은 결국 상록을에 출마하지 않았다. 내 예상이 100% 적중한 것이다.

 

안희정은 뭐가 됐든 충남에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충남을 떠날 수가 없다. 안희정이 안산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정말 뭘 모르는 사람들이다. 당장 충남지사 지지율을 보라. 수많은 구태한 충청도 인사들 다음으로 안희정 지지율이 쎄게 나온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불확실한 충남지사에 나가느니 확실한 상록을에 나가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그건 정말 바보 짓 이다. 안희정은 친노 직계다. 그리고 아직 나이도 젊다. 그는 노무현의 길을 걸으려 할 것이다. 자신의 고향 충남에서 충남의 정치적 기득권과 싸우고 패배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다. 이것을 생각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2.

 

하지만 손학규는 예상하지 못했다. 워낙 정보가 없었을 뿐더러 민주당이 푸쉬를 아주 세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방지 기자들은 다들 입을 모아 '잘 한 결정'이라고들 한다. 그들이 아직도 '손지사님', '손지사님'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손학규, 경기도에서만큼은 아직 안 죽었다. 그러면 손학규가 경기도지사로 돌아올까? 나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수원 장안 재보궐에 나가는 것보다 그게 더 초라하다. 언론에서는 '용꿈을 버리지 않은 손학규' 라고 한다. 일리있는 얘기다.

 

근데 그렇다고 대선후보 가능성이 있냐고 물으면 그건 또 영.. 모를 일이다. 민심대장정을 또 한 번 하면 모를까.

 

혹자들은 또 손학규가 반 정세균의 깃발에 합류한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그것도 모른다. 확실히 이번 상황으로 손해를 가장 많이 본 것은 정세균이지만 김근태도 만만치 않게 스타일 구겼다. 오히려 손학규의 수는 '제 3지대'에 가까울 것이다. '뉴 민주당 플랜'도 아닌, '반-정세균'도 아닌, '새로운 진보'! 이게 손학규 스타일 아닌가?

 

3.

 

당 관료가 하기엔 부끄러운 얘기지만 요즘 당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겠다. 옛날에는 그래도 몇몇이 모이면 소위 '밤의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불평 저런 불평 쏟아내곤 했는데 요즘은 아무것도 모르겠고 또 아무런 할 말도 없다. 우리 심상정 전 의원께서 노회찬 전 의원님과 공동대표를 하실 적에는 너무 말을 많이 하셔서 좀 얄밉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또 우리 노회찬 대표님이 그렇게 고까울 수가 없다. 말씀 좀 시원하게 해주시면 안되남요? 고급 정보도 막 흘리시고.. 요즘 또 우리 심상정 전 대표님은 그래도 지근거리에서 이래 저래 움직이고 하는 것을 보니까 내 마음도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

 

이제 나는 종종 마음을 비운다. 어차피 이 바닥을 잠시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닥쳐 오기도 하거니와,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체념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2010년에 이 당이 생명을 다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 당 관료는 바로 그런 조건에서 무언가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든 것에 대한 마음을 비워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가라앉고 있는 배 위에 서있다.

 

이 당의 2010년 전략은 결국 수도권 전략이 될 수 밖에 없다. 내가 경기도 살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이 그렇다. 이 와중에 소위 '지방'은 또 알아서 살아남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투덜거림의 질은 과거와는 다르다. 왜 수도권만 신경쓰고 지방은 신경쓰지 않느냐고 말할 것이 못 된다. 오히려 수도권에서 바람이 불어야 지방에서 일이 수월하게 풀릴 여지라도 생기는 상황이 되어놓은 것이다.

 

바야흐로 전당적 고민, 전당적 전략 전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전당적'이라는 레토릭이 우리 또 참 훌륭하신 노회찬 대표님 개인의  입으로 귀결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4.

 

이 와중에 좌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좌파들은 이제 갈 곳이 없다. 좌파들은 당을 깨고 나오면서 첫 번째로 패배했고, 패배주의에 젖어 이후 상황을 주도하지 못함으로서 두 번째로 패배했다. 그리고 이제 막 세 번째 패배가 코 앞에 닥쳐있다.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나도 이러한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만은 못하다. 우리는 정녕 이렇게 사라지는가?


nuovo90

2009.09.23 19: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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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어떤 술을 먹나요..

이상한 모자

2009.09.24 01: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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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ovo90 / 맥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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