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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우울하군요?

2011.01.07 03:06

이상한 모자 조회 수: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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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침에 일어나면서 부터 우울했다. 일어나면 대강 뉴스 제목만 흝어보고 하루를 시작하는데 김진숙이 크레인에 올라갔다.. 그것도 김주익이 목 매 죽은 크레인에.. 그런 뉴스가 있는 것이다.


김주익 추도사라는 것을 김진숙이 엉엉 울면서 읽어서 온통 눈물바다를 만든 일이 있다. 평생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해왔는데 상황은 계속 처참해지고 그것 때문에 동료들은 하나 둘씩 죽어나가고.. 김주익, 박창수, 곽재규.. 그 상황에 한진중공업에서 그래도 제일 유명한 빨갱이라는 김진숙이 도대체 제정신을 유지하고 살 수나 있겠느냐는 말이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고 늘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 김진숙이 이래저래 종종 쓰는 표현이다. 뭐 또 그런 글을 끄적끄적 하고는 한 시간 동안 잠겨진 자물쇠를 열어 크레인 위에 기어코 올라갔다. 지난 번에 단식투쟁인지 뭣인지를 한 이후로 사람들이 제발 좀 가만히 있으시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이번에 한진중공업에서 또 일이 벌어진다고 하였을때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이 김진숙이 또 뭘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 동네 사람들이 좀 말려줘야 되는데.. 김진숙이 뭐 동네북인가? 무슨 때만 되면 굶고 단식하고 농성하고.. 남들은 꼼수로 90일씩 단식을 할 때 이십 며칠 하고 죽을 지경에 이르고.. 그래도 나아지는 것은 없고, 노동운동보다 정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 사람은 이제 연립정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집권.. 권력.. 힘.. 내 참, 그놈의 힘... 이 아사리 판에 김진숙이 크레인에 올라 간다니 열불이 터지지 않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다. 크레인에 올라가니 이제 살 것 같다고 한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던 삶이 이제 좀 살 것 같겠지. 하지만 곧 고독과 외로움이 몰려올 것이다. 김주익은 꼭 그 자리에서 129일을 버티고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마냥 하루 하루를 살면서.. 어떻게든 삶에 의미를 가져보려고 애를 쓴다. 트위터도 하고, 젊은 사람들하고 수다도 떨고, 고민 상담도 하고, 그러면서도 계속 머리 한 쪽 구석에서는 걱정을 한다. 돌아갈 곳이 있을까..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자신은 없다. 김진숙이 크레인 위에 올라가도, 또 누가 죽어나자빠져도, 쓰잘데기 없는 것을 가지고 곧 죽을 것처럼 다퉈야 하는 이 삶이 지긋지긋 하다. 노선이 어쩌고.. 철학이 어쩌고.. 선거연합이 어쩌고.. 대의민주주의가 어쩌고.. 그래, 나도 안다. 그게 다 중요한 일이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수많은 현실감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 짓거리 그만 좀 하고 싶고 그러려면 권력을 손에 쥐어야 하고 힘이 있어야 하고 그러자면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10년 20년 30년을 그러면 김진숙이 크레인에 안 올라가도 되는 세상이 올지 안올지 조차도 모른다.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트럭을 쫓아가는 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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