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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쩜셋을 읽고 - 내 나이가요..

2010.10.30 02:49

이상한 모자 조회 수: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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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82, 밖에서는 83, 그렇습니다.

 

이게 인제 그동안 정확히 왜 그런지 몰랐거든요. 그냥 우리 어머니는 출생신고를 하는건 줄 몰랐다 자꾸 이러는데 그게 말이 되나.. 그래서 내가 구청에 가서 제적등본을 한 번 떼봤습니다. 거기 출생신고를 언제 했고 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그런게 나오잖아요. 주욱 보니까 출생신고를 91년 1월인가에 했더라고요. 내가 82년에 태어났으니까 91년 1월이면 이미 초등학교 1학년이 끝나가고 있을 시점 아닙니까? 그러면 이거 저거 떠나서 일단 내가 학교를 제 때 안갔다는 건데..

 

생각을 해보니까 나한테 그런 기억이 있더라구요. 동네 놀이터에 가면 또래 애들이 있잖아요? 아무리 내가 혼자 카리스마 독고다이래도 그 긴 대낮을 뭐라도 하면서 견디려면 가서 같이 놀아야지 별 수 있나. 그래서 가서 흙장난이라도 하면 결국 통성명을 하고 없는 민증을 까게 됩니다. 내가 7살이다.. 나도 7살이다.. 야 동갑이네, 친구하자. 이런 애들이 몇 명 있어서 맨날 아침에 나가서 놀이터에서 걔들이랑 놀다가 뭐 1년이 지나고 그랬습니다. 어느 시점이 되니까 아침에 딱 나갔는데 얘들이 다 없더라구요. 이건 대체 뭔가 싶어서 혼자 폐타이어 같은걸 타고 놀고 있었습니다. 점심때 되니까 어디서 어슬렁 어슬렁 애들이 나타나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어디 갔나오냐? 애들 대답이, 학교 갔다오지? 정말 뭐 이런 당연한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러더라구요. 저는 약간 충격에 휩싸였죠. 아.. 학교를 가야되는구나? 나는 왜 안 가지?

 

어떻게 해야겠어요? 엄마한테 물어봐야죠. 그래서 엄마한테 쪼르르 가서 물었습니다. 엄마, 난 왜 학교 안가? 우리 어머니 대답이, 넌 7살이라서 그래. 그래서 대답했죠. 나 8살 아니야?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너 7살이야. 그러구선 좀 걱정이 됐는지 덧붙이더군요. 친구들한테는 그래도 그냥 친구하자고 말해...

 

나는 그냥 그러면 되는 줄 알았죠. 가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얘들아, 나는 사실 7살인데 그냥 우리 친구하자. 애들이 대답했습니다. 뭐야? 형이라고 불러. 지금까지 거짓말했네? 아.. 빡치더라구요. 야 임마, 그게 내가 거짓말을 하려고 거짓말을 한 게 아니구.. 아 놔.. 아니 우리 엄마가 갑자기 나는 오늘부터 7살이라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돼?

 

지금와서 생각해보건대, 아마 내가 사생아라서 출생신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8년을 있었던 모양입니다. 학교에 갈 나이가 되니까 상황이 개같아진거죠. 그때는 지금이랑은 다르게 호적도 있고 뭐 그래서.. 얘를 어떻게 호적에 올려야 할지.. 그런거 뭐 있잖아요? 호주는 없고.. 이상한 호적이 되는데.. 그걸 뭐 어찌어찌 호적을 꾸며서 이미 1학년이 날아갔으니까 83년에 태어난걸로 하고 91년 3월에 입학을 시킨거죠.

 

우리 어머니 혼자 감당하기엔 복잡한 문제였을 텐데, 애새끼가 와 가지고 '왜 나는 학교 안가?' 라고 물었을 때 기분이 얼마나 드러웠을지 생각하면 아직도 내가 우리 어머니한테 미안합니다. 지금도 내 가족관계등록부라는걸 떼면 아버지가 '김명불상'으로 나오는데 이게 뭐냐면 성이 김씨인 사람의 아들이긴 한데 그 김씨의 이름이 뭔지는 모른다 라는 이런 개같은 기록이.. 근데 지금도 그렇게 되어 있는진 모르겠네. 내일 가서 한 번 확인을 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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