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민원 접수를 받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뭔가 해서 돌아봤더니 김연아가 세계 짱을 먹는 그 순간이다. 나는 순간 어떤 경건함 같은 것을 느꼈다.
평소에 김연아를 신경쓰거나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가 예쁘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스케이트 잘 타는 거랑 예쁜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나는 그런 식으로 뭉뚱그려서 모든 좋은 가치를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가져다 붙이는 것을 경계하는 사람이다. 솔직히 좀 마이크 타이슨을 닮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을 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은 일도 있다. 하여간 그래서 별로 신경쓰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피겨스케이팅은 봐도 잘 모르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점수는 정말 엄청났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독보적이라고 할 만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여성에게서 느끼는 판타지는 여성의 것이 아니다. 노란색 줄이 달린 빨간색 스케이트화 이야기로 시작하는 김연아 스토리는 확실히 신자유주의의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계급의 아이들에게 자신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성공하는 것은 늘 중산층 자녀들일 것이다. 김연아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녀의 모친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였는지 담담하게 말하는 것을 보라. 김연아의 성공은 다시 한 번 신자유주의 시대의 지긋지긋한 훈계를 다시 불러온다. 네가 비록 가난하고 힘든 처지에 있을 지라도 독종처럼 이를 악물고 대범하게 마음을 먹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어느 공무원이 '어떻게 한국에서 저런 인재가 나온 거지?'라고 말한다. 이 공무원의 말이 정답이다.
어설픈 소린 집어 치우고, 이렇든 저렇든 굉장한 일이긴 하다. 그게 뭐든 한 가지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에게 존경의 표시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뭔가 압도적인 것을 보면 그 어떤 해설도 통하지 않게 된다. 아하, 그래! 참 숭고하군!
ps.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김연아의 궤적은 브라이언 오서의 스토리가 결합되는 순간 말 그대로 낭만이 된다. 김연아 스토리는 어딘가 기승전결이 완벽한 구조를 갖고 있고 그게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태를 훨씬 더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