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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고양이 근황

2010.01.26 02:27

이상한 모자 조회 수: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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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엄청 처먹고 집에 돌아왔다.

 

'한윤형과 계란'이라는 커플과 술을 마셨는데, 이 자들은 술에만 취하면 싸운다. 그것도 잘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싸운다. 늘 싸우고 헤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므로 뭐 그러려니 한다. 나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또 엄청 찌질댔을 것이다.  뭐 상관없어! 이제와서... 가끔 후회를 할 때는 있다. 이 그룹의 아이들 한테는 좀 멋있는 척을 할 것을 그랬나? 하고.

 

집에 돌아오자 고양이가 안절부절 한다. 현관을 한 번 쳐다보다가 야옹, 거실 미닫이 문을 한 번 쳐다보고 야옹,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야옹이다. 고양이는 뭔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뭔가를 원하는 데, 그걸 어디가서 얻을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밥이면 밥그릇 주위에서 울어댈 것인데 그런 것도 아니다.

 

뭐가 없나 주위를 둘러보니 화장실이 없다. 도대체 고양이 화장실이 어디 갔는가! 찾아보니 사람의 화장실 안에 있다. 그것도 화장실 통만 덩그러니 놓여있지 그 안에 들어 있어야 할 모래가 없다. 그러니 고양이가 그렇게 울어제꼈던 것이다. 싸고 싶다! 하지만 쌀 데가 없다! 하고.

 

사람의 화장실에 불을 켜고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자 고양이가 눈치를 슬슬 보며 자기 화장실 앞으로 다가간다. 모래가 담겨있지 않으므로 거기에 용변을 보아도 별로 좋은 결과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또 말리기도 그래서 그냥 뒀다. 놈이 쭈그려 앉는다. 물을 쏟아내는 소리가 들린다. 한참을 그러다 또 고양이는 슬슬 눈치를 보며 화장실 통에서 뛰어 나온다. 얼른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나는 화장실 통에 고인 오줌을 비우고 한 번 깨끗히 헹군다. 이 불상사가 두 번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화장실 통에 모래를 부어야 하겠지만 물이 묻어있는 채로 모래를 붓긴 그래서 (고양이 모래는 물을 만나면 단단하게 굳는다) 일단 말리기로 한다. 그 동안 또 오줌이나 똥이 마렵다고 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고양이의 가죽이 뜯어져 나간 자리에도 하얀 털이 나기 시작했다. 가끔 자기 상처를 긁고 물어 뜯어서 새로운 상처를 내므로 아직 목덜미에 캡은 계속 씌워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많이 회복이 된 것 같다. 이게 다 관심 가져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전국의 애묘인들 덕분이다. 나중에 사진이라도 찍어서 올리리라 마음을 먹는다. 지금은 변변한 사진기 하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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