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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영어몰입 교육 생산적인 논의가 안 되는 이유는?


영어몰입 교육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사회에서 정책담론이 어떤 수준에서 유통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다. 이명박 당선인과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영어몰입 교육을 실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효용과 개인적 효용의 혼동 ●


이런 주장에서는 일단 영어교육의 사회적 효용과 개인적 효용이 혼동되고 있다. 옹호자들은 국가경쟁력 이야기를 하다가 말문이 막히면 기러기 아빠들의 고생스런 사연과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시장 규모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받게 하는 이유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개인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국가경쟁력도 강화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단순한 견해다. 영어권 어학연수와 영어 사교육을 배우는 학생 중 영어권 사회에서 그곳 학생들과 경쟁을 하여 취업을 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이들이 많겠는가, 아니면 한국 사회에서 유리한 입지를 취하기 위해 공부하는 이들이 많겠는가? 당연히 후자가 압도적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영어 능력자를 가려내는 몇 가지 시험들이 실제의 영어실력과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영어 점수를 통해 사람을 구별 짓는 것, 이것이 한국 사회 영어 교육의 개인적 효용이라 볼 수 있겠는데, 기껏 그것을 위해 각 가정에서 무지막지한 비용을 쏟아 부었음에도 기업들은 영어를 진짜로 잘 하는 인재를 얻지 못 해 전전긍긍하
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경쟁력의 차원에서 봐도 ●


한국처럼 경쟁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곳에서는, 교육의 목표를 잘 설정해줄 경우 각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그 목표에 부합하는 인재들을 키워 주게 된다. 그러므로 교육의 목표 설정은 매우 중요할 것일 텐데, 인수위가 설정한 영어 교육의 목표가 국가경쟁력과 정말로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이 강조하는 회화중심 교육은 일종의 서바이벌 잉글리시이거나 좋게 봐줘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영어교육으로 보이는데, 이쯤 되면 이건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의 문제에 속한다. 유창한 통역이 몇 사람 이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규교육이 아니라 별도의 교육을 통해 양성되어야 할 것이다. 인수위원장은 식당에 가서 오렌지를 시키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말씀하시지만, 그럴 때는 그저 메뉴판의 오렌지를 가리키며 “디스원, 플리즈.”라고 말하면 된다고 권하고 싶다. 유럽쯤 가면 그들도 유창한 영어발음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으니, 그쪽이 웨이터들로서도 훨씬 편할 것이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볼 때도 중요한 것은 다수의 적당하게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각 기업의 업무에 필요한 정도 숫자의 유창하게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다. 정보화 사회의 관점에서 볼 때 시급한 것은 한국어와 외국어에 둘 다 능통하여 외국의 전문지식을 비교적 신속하게 한국어로 옮길 수 있는 전문번역자들의 확충이다. 그러면 나머지 외국어를 못 하는 사람들도 핸디캡이 줄어든 상황에서 세계인들과 경쟁할 수 있다. 내 전공인 인문학만 두고 이야기하자면 번역이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 20대 중반만 되어도 최신 트렌드를 섭렵하고 독자적인 저서를 내는 저자들이 등장한다. 편차는 있겠지만 다른 학문들도 비슷한 효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영어가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취업시장에서 영어를 통해 차별받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고민되어야 한다.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분리해서 생각할 때, 우리는 더욱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윤형 서울대 인문 02 (대학내일 408호)




......01학번인데...멋대로 학번을 바꾸시네...(하긴 어려지면 좋다; )

HHH

2008.02.19 14:29:53
*.226.142.55

'인터넷 논객'보다야 뭐든지 낫사옵니다 ;;

8con

2008.02.19 14:31:40
*.55.196.163

나랑 학번이 같네..(..)

erte

2008.02.19 14:45:06
*.99.83.71

나랑 학번이 다르네..(멍)

chanzo

2008.02.19 16:45:47
*.102.135.209

디스원, 플리즈.ㅎㅎㅎㅎㅎㅎㅎ

HHH

2008.02.19 18:15:59
*.226.142.55

만약 영어의 수요가 '텍스트' 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자체라면 어떨까요?

영어교육강화의 목적은, 뽐뿌질을 하고 나면 백명 중 두명 정도는 쓸만한 놈이 나오지 않겠느냐 하는 계산에서 나오는 것이고, 사실 다른 교육들도 그래 왔느니만큼 그 자체에 큰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니죠.. 그리고 영어교육 강화 예산이 헛돈 쓰는 것이긴 한데 사교육비 자체가 워낙 큰지라...;;

andante

2008.02.19 19:52:30
*.85.224.211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중고교에서 가르치긴 하되 내신 같은 평가항목에선 빼고,또 대입이나 입사시험에서도 영어를 없애면 줄지않을런지(대입에서 영어전공과는 셤보고) ㅎㅎㅎ
제경험이지만 절박해지면 중고교 배운걸로 연수없어도 영어 텨 나옵니다.;;;

김민주

2008.02.19 21:30:03
*.118.205.31

초대장좀 보내주세요 carefully@hanmail.net

하뉴녕

2008.02.19 21:42:48
*.106.194.28

HHH/ 분량상 쓰지 못했습니다만...영어 과목을 종종 영어로만 가르치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만, 그걸 명목으로 갑자기 영어할 줄 아는 사람들을 대거 채용(단기계약직이긴 합니다만)하려는 의도된 조급함이 또 문제가 되겠죠. 가령 제가 한국어를 탁월하게 잘 한다고 해서, 세계 어디로 가도 훌륭한 한국어 교사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현존하는 영어 교사 채용과정에서 말하기 능력이나 영작 능력 평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조정하는 것이, 시간은 좀 더 걸려도 확실한 방법일 텐데 말이에요. 그런 점에선 현정부의 영어 몰입교육은 그 부분에서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 거고...

일반론으로서 영어의 수요가 텍스트냐 커뮤니케이션이냐라는 문제를 보자면... 당연히 둘다 섞여야 겠지만 저는 보통교육으로서의 영어교육은 텍스트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존하는 영어 교육이 커뮤니케이션에 그렇게까지 무능한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배운 세월도 있는데... 최근에 아는 사람이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왔는데, 뭐 우리 깜냥으로 다 통하더랍니다. 사교육도 받아본 적 없고 고등학교 졸업후 토익 공부 한 적 없는 사람인데...(영화쪽 사람이라) 예약한 호텔 비싸다고 전화해서 취소하고 근처에 있는 새 호텔 예약하고...별 짓 다 했다는군요. ㅋㅋㅋ


andante/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취업인 것 같아요. 토익토플 점수. 수능영어나 내신영어만 가지고 이렇게 커다란 사교육비 시장이 존재할는지는... '가르치긴 하되 시험은 안 친다'는 건, 세상에 그런 체제 안에서 공부를 할 성실한 학생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ㅎㅎㅎ


김민주/ 초대장이 남아돌기 때문에 보내드리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닌데, 지인이신지 아니면 눈팅이신지, 그도 아니면 지나가다가 제가 선량해 보여서 (사실이긴 합니다만) 부탁하셨는지 정도는 밝혀주셨으면 합니다만. ^^;;

지도

2008.02.19 21:45:32
*.229.123.232

ㅋㅋ 안티조선 운동하다가 조선일보 논술대회 나가서 상먹고 조선일보가 실어서 인터뷰도 안한 사람이 정작 대학들어갈때는 그 경력으로 들어갔지 ㅋㅋ 이런 위선자들이 진보 운운하는게 정말 웃겨 ^^

===

이게 한윤형이에 대한 평가다

하뉴녕

2008.02.19 21:52:23
*.106.194.28

아이피 203.229.123.232 가 제게 악플을 달았네요. 여긴 진보누리가 아니거든요? ^^;;

몸조심 하세요~!! ㅋㄷ

하뉴녕

2008.02.19 22:14:18
*.106.194.28

아, 그리고 이전에 203.229.111.2 라는 아이피로 악플을 다셨던 분과 아이디도 같네요. 이 정도면 조사해보면 뭔가 나오겠는데요?

부양

2008.02.20 00:03:33
*.47.250.137

안녕하세요. 티스토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방문한 뒤로 계속 오게됐네요.^^; (처음이라 쑥쓰)
암튼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차에, 효용 차원에서 이 논란에 대해서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한창 영어교육 때문에 시끌시끌 하던때에 대운하나 특검 얘기는 쏙 들어간 것 보면,
뭔가 배후에 있는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더라구요
우석훈님 홈피에서 읽었나.. 오바마가 말하길, 어떤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내놓는 것 보다
현재 당면한 문제들 중 정책의 우선순위만 바꾸어도 삶의 질이 훨씬 개선될 수 있다고.
미국에서는 오바마, 힐러리같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우리 나라 윗대가리(격한 표현 죄송해요;;)에 있는
인간들은 오렌지인지 오륀지인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너무 비참하더라구요.
어쨌거나 영어교육에 관해서 좀 더 세부적인 부분들은 한겨레21에 실린 이병민 교수님의 인터뷰를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이미 다들 보셨는지도.)

부양

2008.02.20 00:10:19
*.47.250.137

아참, 한가지 덧붙이자면 인수위가 2MB씨가 하던대로 밀어부쳐서,
영어전문교사 3000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앞으로 공교육에서도 교직의 비정규직화는 자명해 보입니다...우선 영어교사부터 시작해서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일어나겠죠. 그런데 교직의 비정규직화(좋은 말로 개방)가 공교육의 질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별로 낙관적이지는 않은 것 같네요

andante

2008.02.20 07:16:55
*.85.224.211

대입내신에 평가항목으로 넣지 않는다는 말이지,시험을 안친다고 쓰진 않았는데요ㅎㅎ;;
시험은 1주일마다든 매시간 몇분이든 선생님 맘대로 치면 되고요(말 안됩니까?ㅋ)
예를 들면,대부분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지만 나중에 실력은 천차만별이죠.
흥미있거나 전공할 생각이 있으면 돈 시간 쳐들이며 열심히 하는 것처럼요.
예능처럼 영어도 흥미 소질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도 신입사원중 영어 필요한 분야에서 일하게 되면 회사에서 살아 남으려면 해야되고 하겠죠.
그렇지만 그땐 성인이니 본인들이 자기가 버는 범위에서 알아서 하지 않을런지...
(뭐 사실은 제가 좀 허황된 생각을 잘 합니당ㅋㅋ)

Jocelyn

2008.02.20 09:49:47
*.246.187.134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방식과 그 효용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는데, 저 역시 다른 케이스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교육대비 효용만큼 개인차가 뒤죽박죽인 부분도 없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영어 배우려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토익점수 제대로 높이려면 해커스 가면 되는 것처럼요. 생활회화 잘하려면 방학때 잠깐이라도 내보내면 의외로 학원비보다 덜 들구요. 하지만 수요가 전문적인 텍스트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지거든요.
그런데, 생활영어 레벨을 양키들이 잘 알아먹는 발음을 득템하는 것을 국가경쟁력으로 연결짓는다니, 글쎄요, 제가 공대 나왔지만 Correlation test 안 돌려려봐도 될 것 같은데요.

하뉴녕

2008.02.20 18:33:31
*.176.49.134

......그래서 저는 지금 해커스를 다니고 있어요. -_-;

여긴

2008.02.20 20:57:57
*.32.124.237

주인장은 아이피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군요. 뭐 상관은 없지만...

하뉴녕

2008.02.20 21:17:15
*.176.49.134

티스토리 기본기능입니다.

여울바람

2008.02.21 00:12:31
*.143.20.213

'전문 번역'의 문제는 '진중권'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신 것 같은데..

절실히 필요한 문제라고 봐요.=_=ㅋ

영어를 읽을 수 있더라도,
깊은 이해는 한글이 훨씬 낫거든요.

저한테는..-_-;

하뉴녕

2008.02.21 00:36:14
*.176.49.134

여울바람 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한국인들에게 그렇습니다. 심지어 영어권 국가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도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시사in 이번호에 실린 이택광 교수님의 칼럼도 훌륭하더군요.

Jocelyn

2008.02.22 09:21:49
*.246.187.134

솔직히 요즘 인수위 말바꾸는 거 보면 선거철에 학생 복지공략 조낸 하다가, 당선 후에는 정치투쟁만 하던 몇몇 대학 학생회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경제 꼭 살리겠습니다'는 어디 간건지, 저처럼 딴 사람 뽑은 사람이야 그렇다쳐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외쳐대던 지지자들은 지금 '뭥미!?'하고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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