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와 감기
연휴 때는 계획을 나름대로 세웠었는데 전혀 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날려버리고야 말았다. 그것은 감기에 걸렸기 때문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조짐이 있었던 거 같다. 우한폐렴인지 신종코로나뭐시기인지 하여튼 그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는데, 중국은 커녕 대한민국 바깥을 나간 적도 없기 때문에 일단은 오피셜하게는 하여간 난 그게 아닌 걸로.
하여간 누웠다 일어났다 하다가 일요일에는 심지어 방송을 해야 했는데, 그 전까지 괜찮아지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때문에 거의 안 나오는 목소리로 방송사고 수준의 방송을 해야했다. 거의 좀비가 돼버린 목소리의 출연자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 얘기를 하니 청취자들은 다들 실감이 났을 것이다.
근데 솔직히 알게 뭐냐. 얼마 전에 라디오 제작진들이 단체로 감기에 걸린 일이 있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목이 찢어질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바로 그랬다. 웃긴 것은 그 주에 다른 방송국에 갔는데, 진행자가 마찬가지로 감기에 걸려 있었다는 거다. 라디오 방송가에 감기가 대유행 했던 것이 아닌가? 그러면 처음 바이러스를 옮겨 온 사람이 중국을 갔다 왔는지 아닌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이번 사태는 이미 12월부터 시작됐다(그래서 바이러스 이름도 2019-nCoV임). 물론 진단키트 그런 걸로 검사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오면 확진 당첨이지만 중국을 안 갔다 왔으니까 검사 대상도 아니지 않느냐. 잠복기가 2주인데 무증상입국자라는 것의 실상이 얼마나 될지 어떻게 알아. 우한 폐렴 이러면서 난리치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아닐 때는 그냥 감기인가보다 하고 넘어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조건 감염된다고 죽기 직전까지 가는 병은 아니니까… 아직까지 치명률 3%… 그런면에서 보면 지금 확진자가 몇 명이고 지역사회 2차감염이 어쩌고 이런 게 정확할리가 없지. 나중에 전국민 전수조사를 할 수 있다면 해봐. 엉뚱한데서 항체가 나올걸?
정확하지 않으니까 그냥 믿지 말고 벙커로 숨어버리자 그런 건 아니고. 어차피 어떻게 아냐고. 회사에서 상품 재고가 장부상 2천개야. 근데 진짜로 세보니까 1997개야. 이상하다 다시 세보니까 1998개야. 아이씨 다시 세보니까 1996개야. 다시 한 번 세니까 1998개야. 그럼 재고는 공식적으로 몇 개? 2천개지! 회계도 똑같애. 통장에 잔액이 얼마가 있든 장부가 자산이 2천만원이라면 2천만원인 거다.
뭐 하여간 그래서 소용이 없는 게 뭐냐면, 오염된 중국인들로부터 우리를 지키자 이런 거 사실은 소용이 없다고. 언제부터 소용이 없게 되었느냐, 첫째는 도시에 모여 살면서부터, 둘째는 죄 비행기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야생동물 먹고 그런 거는 식품공급망의 신뢰성 문제지. 두 가지 측면에서. 먹을 게 부족했을 때 수렵을 해서 먹었던 문화가 남아 있는거고, 기득권층은 이런 희귀한 것들을 먹어왔을 것이니 나도 빼앗아 먹겠다는 르쌍티망적인 그런 게 있는 거고… 이런 걸 따지고 있으면 우리가 어쨌든지간에 언젠가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얘기를 라디오에서 했는데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제대로 전달은 안 되었겠지…
하여간. 오늘은 자고 일어나니 감기는 상당히 괜찮아졌는데, 오후가 되니 머리가 너무나 아팠다. 나갈 준비를 하면서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머리가 아픈 것까진 그렇다 치는데 메스꺼워서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나 힘들었다. 무슨 냄새만 맡으면 바로 구역질이 났다. 음식 냄새, 담배 냄새 등등… 차멀미를 심하게 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 시간도 반으로 쪼개서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집에 오면서 혹시나 해서 3만5천원짜리 체온계를 샀는데 귀에다 꽂고 재보니 거의 38도가 나와서 큰일났구나 했다. 그런데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귓바퀴를 당겨서 에프엠으로 체온을 재니 37.0도 딱 정상으로 나와서 안도의 한숨… 그러면 머리 아프고 메스꺼운 것은 일산화탄소 중독이 아니면 목 디스크겠지. 근데 이게 꼭 장소에 따라 달라지고 하진 않으니 목 디스크 쪽이 원인으로 의심된다. 몸이 이렇게 죄다 고장나도 되는 거냐? 할 일도 많은데. 계속 스트레스만 받고. 내 인생이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