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針 아니고. 지쳐 버린듯. 2017년 초에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한 2년 좀 넘게 백수로 살아온 셈이다. 물론 백수라고 하면 기생충 보듯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확히 프리랜서라고 해야겠다. 아무튼 닥치는대로 일을 해왔다. 처음 1년은 거의 일이 없었으니까 뭐 한 1년 그랬다고 봐야할 거 같다.

겨우 1년 좀 정신이 없었다고 무슨 앓는 소리를 그렇게 하느냐 할 수 있겠는데, 한 가지 분야의 일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하다 보니 신경을 쓸 것이 너무 많아 집중력이 떨어져 정신적으로 흔들린다. 특히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갈수록 더 어렵다. 서비스 마인드로 남들을 대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사람들은 오직 자기가 하는 일만 중요하다. 자기 위주,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 기본이다. 

뭐 너는 다르냐고 하겠지. 맨날 네 글 안 읽어준다고 징징대는 거 아니냐. 내가 늘 말하는데 책을 1천만권을 팔고 인기 저자가 되고… 이런 생각은 단 하루도 해본 일이 없다. 내 말은, 볼 사람들이 안 보니 서럽다는 거다.

20대 초부터 어떤 대의에 복무하거나 아니면 뭔가 조직에 소속감을 갖는 인생을 살았다. 내가 하는 일이 뭔가 대의명분이나 조직에 도움이 되고 어쩌구 저쩌구 뭐 이런 걸 인생의 보람으로 여기는 게 미덕이라고 믿어왔다. 물론 맨날 말하지만 이제 대의도 없고 조직도 없다. 속옷만 입고 황무지에 서있는 기분이다(이 얘기를 실제 어떤 분에게 했는데 ‘왜 오바하고 지랄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각자 살아남는 거만 남았는데 아직도 기분만은 그렇다.

“이러저러한 사람이라면 아마 내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알 거야”라고 생각한 대상이 전혀 내 얘기에 관심이 없었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황무지를 느낀다. 그런 때는 기자니 글쟁이니 지식인이니 하는 사람들이 왜 페이스북에다가 그러는지 알 것도 같다. 글을 읽었는지 이해했는지 내 주장에 동조했는지 그런 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좋아요는 누르잖아. 아니면 단체채팅방 같은 거 만들어서 서로서로 물고 빨고 하는 것도 방법이고(진짜 웃긴건 메신저 단체채팅방이야 말로 사람들이 자기한테만 관심이 있다는 게 가장 잘 확인되는 공간이라는 거다). 그러나, 그런 기만적인 삶은 싫고 차라리 황무지를 택하련다.

텔레그램 계정을 없애버렸다. 하지만 일하는데 필요해서(매일매일의 라디오 아이템을 모바일과 PC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 카카오톡을 제한적으로만 써볼까 했다. 다들 내가 카카오톡 안 쓴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몰래 하면 되겠지. 그런데 어떤 분이 애니팡 뭐 그거를 보내와서 멘붕이 왔다. 바로 탈퇴했다. 전화도 안 되고… 전화가 되다가 안 되다 하니 부품 교체를 한다고 해결될 일인지도 의문이고…

일어나서 신문 조금 보고 밥 먹고 ‘분야를 가리지 않는’ 일 조금 하고 나니 벌써 이 시간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이런 잡글 쓰는 것도 너무 어렵다. 정확히는 내가 이런 상태이다 라고 적어 놓는 것이… 안 하면 될 거 아니냐 해도… 최근에 수첩을 다시 만들었는데 거기다 적어봐야 사후에나 발견될 것이 아닌가!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