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의 괴담과학
이제 삼중수소에 대한 얘기다. 댓글 다신 분 얘기는, 애초에 후쿠시마에서 방출되는 삼중수소량은 미미하고 한국으로 오는 것은 더더욱 미미하며 이미 일상에서 삼중수소에 노출되고 있기에 석면의 예와는 다르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보는 게 통설이고 다수설이고 또 익히 아는 얘기고 하니 이 글은 어느 분께 드리는 말씀이라기 보다도, 일반적 차원에서 그냥 쓰겠다. 저는 그렇게만 볼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가령 얼마 전에 어떤 교수님이 브릭에다가 나는 오염수를 방류 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 이렇게 써서 많은 언론에 보도가 되고 했는데, 거기 보면 여러 댓글이 달렸다. 개중에는 과학적 지식과는 별개로 비회원들이 막 달아 놓은 것들도 있다. 그런데 회원이 단 댓글 중에(옆에 과기인인가 그런 식으로 표현돼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교수님,
음용수 수치보다 낮은 양의 삼중수소를 넓디넓은 바다에 희석까지 한 것을
사람이 마실 수 있냐 없느냐를 논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이 프레임에 갖히면 안됩니다.
다른 나라에서 바다에 내어놓는 것은 사고 원전에서 발생한 종합 선물 세트가 아닙니다. 이것도 비교 대상이 안 됩니다.시나리오입니다. 단순 근거 없는 생각인지 논리적인지 한번 생각해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안정화 동위원소 표지 대사체를 이용한 오믹스 분석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그게 단백질이면 표지 위치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세포에 수소를 공급하는 주요 방법은
1. 수소가 포함된 분자를 섭취
2. 물 (H2O)위 두 가지입니다. 앞으로 방출될 삼중수소는 대사 적 표지(Metabolic labeling)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체의 유기체에 끼어들어 갑니다.
표지 효율은 (labeling efficiency)는 대사활동의 빠르기에 따르기 때문에 제일 먼저 해양 미생물들이 타격 입을 것입니다.
그러면 바로, 미생물종 (microbial flora)에 문제가 생깁니다. 방사성 물질에 저항성 있는 미생물만 살아남거나 돌연변이들이 생깁니다. 혹은, 방사성 물질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종도 생길 겁니다.다음 단계는 작은 플랑크톤들이,
1. 방사성 물질을 이용하는 미생물 / 돌연변이 미생물
2. 삼중 수소가 포함된 분자
3. 삼중 수소가 포함된 물 (H2O)을 섭취합니다.
그다음에는 더 큰 플랑크톤 및 어류들이,
1. 방사성 물질이 누적된 미생물 과 플랑크톤
2. 돌연변이 미생물과 플랑크톤
3. 방사성 물질이 누적된 해조류 (+ 다른 필터 되지 않고 침전된 핵종)
4. 돌연변이 해조류
5. 삼중 수소가 포함된 분자
6. 삼중 수소가 포함된 물 (H2O)을 섭취합니다.
이다음은, 나열하지 않아도 결국 어떻게 사슬이 이어져서 인간한테 영향을 미칠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원전 사고 이후 10년이 넘는 동안 이미 저 상황은 진행되어 왔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사고 원전 주변 토양뿐만 아니라, 해양생태계에 유전자변형생물체(Living Modified Organisms: LMO)에 대한 엄청난 교란을 가져왔습니다.
벌써 이것부터 국제사회에서 환경 보전과 복구에 대한 벌금을 청구해야 할 사안입니다. 최인접국인 우리나라 해역의 생물들도 영향이 있다면 그 책임도 물어야 합니다.그래서 저는 “아무리 저들이 안전하다고 주장해도, 절대 마시지 않겠다. 나의 미생물들에게 미안해서라도”라고 하겠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별일 없을 거라고 주장하는 건 일본과 도쿄전력에서나 할 일이지 저희가 할 일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이상 수치가 검출될 정도가 되었다고 가정하면 그 이후 조치를 어떻게 하나요?
이미 늦습니다. 알프스를 바다에 던져 넣어 정화할 수도 없습니다.유출 이후 저들이 책임질 방법이 없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그때면, 수산업 자체가 종식입니다.
독도 더 이상 안 건드리고, 대마도까지 준다고 해도 동의 할지는 깊이 고민해 봐야 할 사안입니다.바이러스나 방사성 오염수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위험하고 안전한 건 아닌 만큼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건 안 좋거나 더 나쁘거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댓글을 읽은 어느 비회원이 ‘당신은 아마 박사과정 정도나 되는 거 같은데 알량한 지식으로 잘난척 하지 마라’는 식의 댓글을 달자 이 분이 다시 댓글을 달았다.
일반인 분들도 보시는 것 같아 최대한 어렵지 않게 쓰려고 애쓰다 보니 근거 없는 생각 정도로 치부하고 싶은 것 같은데, 박사 후 15년 차이고 많은 분과 공동연구도 꾸준히 하는 해당 분석 분야 종사자입니다. 미생물학 전공으로 시작해서 암 치료 관련 분야까지 연구해 왔으니, 종 간의 차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안정화 동위원소를 이용한 실험의 설명은 GTP에
SILAC (Stable isotope labeling by amino acids in cell culture)- 단백체 분석
13C-Metabolic Flux Analysis (13C-MFA)- 대사체 동역학 분석
요게 뭔지 설명해달라고 하면 친절하게 알려줍니다.1. 우럭의 세슘이 18,000베크렐 (기준치의 180배)
쥐노래미의 세슘이 1,200베크렐 (기준치의 12배)후쿠시마 원전항만 인근에서 잡힌 어종들.
그린피스가 고발한 게 아니고 ‘도쿄전력’이 지난 5월에 발표한 것입니다.
저 어종들이 어떻게 저런 수치를 보이는지 이해가 되나요?
일단, 저 팩트를 보고 추정한 겁니다. 추적 실험을 한 게 아니니까 가설처럼 서술한 것일 뿐이지만, 그 외에 설명할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네요.2. 사람의 세포 수는 대략 60 조개 정도로 봅니다. 박테리아는 그냥 세포 하나죠.
같은 농도의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사람의 60조 개 세포가 골고루 나눠 먹는 것이랑, 박테리아 하나가 섭취하는 게 얼마나 차이 날지 쉽게 추정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미생물은 사람의 세포와 달리 일반적으로 짧은 세대 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유전자는 변이와 진화에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삼중 소소는 불안정한데, 탄소와 결합하는 유기물이 되는 순간 안정화가 됩니다. 따라서 방사능 오염수에 노출된 미생물이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죽거나, 적응하는 종으로 바뀌거나, 심지어 방사성 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쓰거나 (검색 해 보면 몇 사례들이 나옵니다.). 차라리 못 자라면 누적이 안 되겠지만 뒤의 두 종은 일반 미생물보다 축적률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조사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출발한 겁니다.
게다가 뉴스에 보고 된 것은 세슘이죠. 다른 핵종도 어떨지 확인해 봐야 할 것입니다.3. 도쿄 전력의 방류 방침은 전적으로 가장 싸고 빠르다는 ‘경제적 논리’에 기반 한 것입니다. 다른 방법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경제와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맞교환해야 합니까? 국제 정세, 정치적 이슈 등등 모르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런 것들은 다른 해법을 통해 찾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는 똑같은 입장으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때문에 백신의 민낯이란 글도 썼었습니다.
정말 논문식으로 서로 반박하는 것 같은 소모전은 피하려고 이런 정도로만 서술하는 걸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현대의 과학은 환원주의에 근본을 두고 세워진 것입니다. 철저하게 분리하고 쪼개고 파고 들어가는 것이죠.
소위 증명이라는 게 오로지 주어진 특정한 ‘계’ 안에서만 성립되거든요. 그래서 ‘자연’과 같은 거대한 주제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신은 버려야 하는 것이지만 과학은 끝없는 의심을 해야만 하는 학문입니다. 이거 허용하고 논의 하는 장이 안 열리면 우리는 절대 ‘과학 선진국’에 못 들어갑니다. 노벨상을 열심히 걷어차고 있는 거죠.정부는 바뀌었지만 저는 같은 입장입니다.
다양한 관련 전문인들이 모여서 정반 합의 균형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에 그저 당쟁의 도구로 전락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쨌든 나름 경력이 있으신 분으로 간주를 한다면, 이 댓글 얘기를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분이 쓴 얘기… 저 같은 비전문가가 보면 무슨 얘긴지 잘 모른다. 그러나 최대한 주워들은 지식을 얼기설기 모아 무슨 얘긴지 이해를 해보기로 한다.
본문에 ‘세슘 우럭’ 나오는데, 이게 한국에 올 일은 없다, 이게 정부 주장이다. 제가 어느 방송에서도 얘기했는데, 우럭에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한국까지 올리가 있겠나! 문제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거다.
모 화학자가 듣보잡 괴담과학으로 평가한 보건학자의 경우는 ‘세슘 우럭’에서 발견된 세슘의 양이라고 하는 것은 표층해수의 영향만으로 볼 수 없다, 즉 먹이사슬과 축적에 의한 걸로 봐야 한다 라고 했다. 위의 댓글도 그 얘기 하는 거다. 방류 이전에 이미 먹이사슬에 의한 방사성 물질의 축적은 진행 중이다, 이런 얘기고(이것 자체는 ‘나만과학’들의 상당수도 부정은 안 할 거다).
이제 이 논제를 삼중수소로 갖고 와보자. 일반적으로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방출하지만 그 양이 미미하고 몸에서 금방 배출돼 사실상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괴담과학’들은 좀 더 여러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령 얼마 전 한국에 오기도 했던 티모시 무쏘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 교수(어떤 듣보잡이냐는 이 분을 소개하는 대학의 페이지를 참고 https://sc.edu/study/colleges_schools/artsandsciences/biological_sciences/our_people/directory/mousseau_timothy.php )는 내부피폭과 DNA 손상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삼중수소는 체내에 들어가면 유기물에 치환될 수 있는데 그걸 유기결합삼중수소라 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경우는 체내에 존재하는 기간이 훨씬 길 수 있다(자신의 연구에 의하면 175일에서 550일이라고 함)는 거고, 그 경우 DNA를 직접 손상시키는 등의 기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일 거고, 지금 일본 정부가 방류하겠다는 정도의 양으로는 이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게 ‘나만과학’들의 주장이다. ‘나만과학’들도 삼중수소의 유기물 치환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물론 아닌 경우도… 원액 1리터 원샷 외국 교수에게 누가 이 얘길 물었는데 과학적인 얘기가 아니라며 평가절하했다). 그래서 지금도 원전에 직접 들어가는 노동자들의 경우 검사를 주기적으로 한다. 그러나 방류로 우리가 그 정도 영향을 받을 일은 없다 라는 건데, ‘괴담과학’은 여기서 이제 해양생태계 얘기 하는 거다.
방류는 계획상 30년간 이뤄지는데 실제 기간이 얼마일지 정확한 총량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 일본의 ‘괴담과학’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계산한다. 그런 환경을 고려하면서 위의 댓글에서 논한 바를 보면,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성 핵종이 플랑크톤과 작은 새우에서부터 영향을 주기 시작해 돌연변이 등을 일으키고, 그게 연쇄적으로 다른 방사성 핵종과 더불어 상위 개체에 복합적 영향을 줄 수 있어, 결국 해양생태계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서술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그 매커니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세슘우럭’이고 삼중수소 역시 그 매커니즘에 태울 수 있다는 것.
바다에서 수산물은 누가 잡느냐에 따라 원산지가 결정되는데, 후쿠시마 인근 6개현이 아닌 다른 지역 혹은 다른 인근 국가에서 잡힌 위의 부정적 영향을 받은 수산물이 한국의 검역을 뚫고 들어올 일이 과연 없겠는가, 라는 의문을 ‘괴담과학’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도 있다. 지금 핵발전소에서도 상당량의 삼중수소는 이미 배출되고 있지 않는가. ‘괴담과학’은 보통 이렇게 답한다. 그것도 문제다! 5~60년대 핵실험 이후 인류와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혹은 받아왔는지 장담할 수 없다! 거기다가 사고 원전의 오염수를 방류까지 한다니! 되겠는가! 가령 위에 댓글에 닫힌계와 자연 얘기 있지요? 일례로 석면, 2009년에 금지했어도 영향이 석면관련 질환이 정점에 달하는 것은 2045년으로 예상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씀드렸다. 석면 관련 질환은 잠복기가 20년이고 연관관계 확인이나 이런 것까지 고려하면 4~50년 간의 지속적 증가가 전망된다는 논리다. 그래서 ‘괴담과학’은 삼중수소에 대한 평가(ICRP의 선량환산계수 등)를 좀 더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물론 이전에 장교수님 같은 분들이 막 분개해하면서 이런 얘기 할 수 있다. 야!! 과학자들은 매양 걱정하는 게 직업인데 그걸 다 들어주면 국가가 뭘 할 수 있냐!!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 바로 그렇다! 그래서 역으로 얘기하면, 국가가 뭘 결정할 때 과학의 우려를 1부터 100까지 다 반영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오로지 주류에 속하는 과학의 결론만 가지고 결정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라는 거다. 국가의 정책이라는 것은 그러한 과학계의 결론 역시 비중있게 참고하여서 비용 대비 편익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거고, 그 ‘비용’에는 사회적 갈등이나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사전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리스크 등이 다 포함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첫째 이게 과학적 결론이니까 나랏일 하시는데 괴담이나 유포하면서 토달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게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거고, 둘째 누가 하려는 게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파장이 클 가능성이 있다면 최대한 신중한 처사를 요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