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보니까 여당 인사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MBC가 잘못한 두 가지 확실한 포인트라며 1) (미국) 자막과 2) Fucker라고 번역해 미 백악관과 정부에 입장 물어봄 이라고 하더라. 내가 이 두 개를 찝어서 얘기하는 걸 처음 들은 게 아닌데, 그러니까 자기들끼린 확실한 약한 고리라고 생각하는 모양.
계속 얘기해서 지겹지만 다시 한 번 짚어보자. fucker 얘기는 지난 번에 썼으니까 간단하게만 한다. fucker라고 AFP통신 등 다른 외신이 보도한 걸 보면 그렇게 번역할 수도 있는 문제이며, idiot이나 기타 다른 어휘로 번역한다고 해도 fucker에 적용할 수 있는 우려면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라는 거, 다른 나라 정부에 취재하는 건 이상한 일 아니라는 거.
그 담에 (미국) 자막… 평소에 뉴스를 안 보나? 너네가 마구잡이로 떠드는 ‘입말’에 대해서 의미와 맥락을 분명히 하기 위해 괄호 속에다가 부연하는 거는 언론의 오랜 관행이다. 그냥 검색을 좀 해봐. 수두룩 해. 다만 이게 맞는 저널리즘이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일 수는 있어.
그러나 지금 논점은 그게 아니지. 특별히 윤통 발언에 대해서만 조작을 했느냐가 쟁점이지. 언론이 의문의 여지 없이 ‘국회’가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진실되게 믿었다면 (미국) 자막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점은 김은혜 수석의 ‘날리면’ 해명이 나오기도 전이어서 언론 입장에선 ‘미국 의회’라고 다들 생각할 수밖에 없었음. 당시 타임라인에 대해선 수십 번도 더 이미 접한 내용이겠으나 방송기자연합회가 크로스체크한 당시 타임라인 기록 보도를 참고.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118
좀 다른 각도에서, 만일 자막을 그냥 ‘미국 국회’라고 했으면 이건 어떤 기준에서든 잘못이 있다고 봐야지. 그런데 ‘(미국)국회’라고 했거든. 괄호를 친다는 것 자체가 ‘언론사가 추가한 것’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그 괄호의 의미가 ‘윤통이 국회라고 말했는데 우리는 그걸 미국 의회를 지칭한 걸로 본다’는 뜻이라는 얘기임. 이렇게 봐도 괄호를 갖고 얘기하는 건 비이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백보 양보해서, 다른 언론사들이 모두 ‘미국 의회’라는 맥락을 빼고 뉴스를 다뤘는데 MBC만 그렇게 했다면 그건 특이한 일이라고 볼 수 있겠지. 여기서 핵심은 괄호를 썼느냐 안 썼느냐가 아니라 논란의 당일 뉴스의 맥락이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것’이라는 판단을 포함하고 있느냐 여부임. 그럼 그때 그 시간 다른 언론사들의 메인 뉴스, 그러니까 8시에서 9시에 시작하는 뉴스들이 어떻게 다뤘는지 한 번 찾아보자.
논란의 당일은 2022년 9월 22일이다. MBC 뉴스데스크의 ‘(미국)국회’ 자막이 등장한 날 뉴스 앵커의 리드 멘트와 보도 내용은 이렇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를 지칭하며 욕설을 하고,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하며 비속어를 사용한 건데요.
대통령실 공동 취재기자단의 카메라에 영상과 음성이 담겼습니다.
대통령실은 주변 참모들에게 사적으로 한 말일 뿐이라고 진화하려 했지만, 국내는 물론 외신을 타고 해외까지 논란이 번지고 있습니다.
(…)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화를 마친 윤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옆에 있습니다.
이때 윤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미국 의회 의원들에게 욕설에 해당하는 단어를,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비속어에 해당하는 단어를 섞어 발언한 것입니다.
미국 의회와 바이든에게 한 말이라는 걸 기정사실화 했군요. 흠… 자, 그렇다면 KBS 뉴스9로 가보자.
그런데 윤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한 뒤 행사장을 나서면서, 미 의회를 가리켜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대형 막말 사고’를 냈다고 비판했는데, 대통령실은 “사적 발언”이라며 “외교 성과와 연결짓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습니다.
(…)
바이든 대통령과 ‘짧은 환담’을 나눈 윤석열 대통령.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주변 사람들에게 한 말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바이든 대통령의 감염병 퇴치 기금 지원 약속을 의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난처해질 거란 취지로 해석되는데 문제는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썼다는 겁니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공적으로 말한 게 아닌 사적 발언”이라며 “이를 외교적 성과에 연결짓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거의 똑같지? 역시 공영방송들은 언론노조가 장악을 해가지고 노영방송화 돼있는 것일까? 오싹하다. 그러면 이들보다 앞선 시간에 메인뉴스를 배치한 SBS의 8시 뉴스를 보자.
그런데 두 정상의 만남이 끝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하면서 했던 말이 오늘(22일)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비속어를 쓰면서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듯한 말을 한 겁니다. 민주당은 외교 참사라면서 맹비난에 나섰습니다.
(…)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만남’ 뒤 글로벌 펀드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발언이 한국 기자단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글로벌 펀드 모금과 관련해 미국 의회를 지칭한 걸로 보이는데, 비속어를 섞어가며 외교 상대를 직접 거론한 발언이 노출되면서 국내 정치권에서는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더 얘기가 필요한지? ‘듯한’, ‘보이는데’라는 대목에서 노영방송이 아닌 민영방송의 장점을 찾아야 하나? 이 날 이렇게들 보도했는데, ‘(미국)국회’ 자막을 이렇게 단 게 그렇게 죽일듯이 난리칠 일이냐?? 뒤집어 생각해야겠지. MBC를 죽이고 싶으니까 다른 방송사들은 안 한 쓸데없는 어떤 걸 굳이 찾아서 떠들고 있다고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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