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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변잡기

인공지능 추리 게임

2024년 8월 28일 by 이상한 모자

유튜브 아무거나 누르다가 침착맨이 AI 챗봇 기반의 추리 게임을 하는 걸 보았다. 이런 게임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 게임인데 헐벗은 특정 신체 부위가 비현실적으로 강조된 여성 캐릭터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로봇만 나온다. 추리물에 사족을 못 쓰는 나는, 스포일러를 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얼른 유튜브를 꺼버리고 스팀에 달려가서 게임을 사버렸다.

과거 어드벤처 게임은 명령을 텍스트로 입력했다. climb tree, get egg 이런 식으로… 그때 상상했다. 이용자가 입력할 수 있는 다양한 문장의 형태를 경우의 수를 따져서 여기에 대응하는 모든 값을 정해두고 반응하게 하면 어떨까? 지금 이름을 붙여 본다면, 일종의 튜링머신-어드벤처 이다. 그 시절에는 그냥 상상의 영역에나 있을 수 있는 거였다. 그랬기에 텍스트 명령 입력은 포인트 앤 클릭에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이제 LLM이 등장하면서 튜링머신-어드벤처는 현실이 되었다.

Uncover the Smoking Gun은 GPT를 탑재한 로봇들을 심문해 사건의 진상과 범인을 알아내는 게임이다. 선택지 같은 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입력하면 된다. 추리에서 선택지는 그 자체가 힌트이자 스포일러다.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적 시도를 방해한다. 그런데 이 게임은 GPT 덕분에 그런 제약이 없다. 추리다운 추리와 심문을 할 수 있다. 너무나 놀랍다. 심지어 거짓말 하는 로봇을 윽박질러 단서를 찾아낼 수도 있다. 자기 하기에 달렸다. 이런 신나는 일이?

물론 약점은 있다. GPT이기 때문에, 할루시네이션이 있다. 뭐 어차피 현실의 범죄자들도 지어내고 그짓말하니 상관없다. 다만 진상을 실토하는 상태인 자백모드에 들어가서도 진상이 아닌 그럴듯한 얘기를 지어내는 현상이 있다. 근데 뭐 상관없다. 챕터를 클리어 하려면 핵심 질문에 답만 적어 내면 되고, 제대로 클리어를 하면 대략의 진상은 게임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완벽한 추리 게임을 꿈꿔온 사람 입장에선 꿈의 게임이다. 지금까지의 추리 게임은 탐정-체험 게임이지 진정한 의미의 추리 게임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DLC 같은 걸 만들어 준다면 살 의향이 있다. 꾸준히 개발을 해서 에피소드를 100개 정도 만들어 줬으면 한다. 너무 흥분해서 챗GPT 플러스도 유료결제 해버렸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9월에 역전검사가 리메이크 돼서 나오는데 먼 옛날에 다 깨고 또 깨고 한 번 더 깼음에도 역시 사지 않을 수 없겠지.

옛날에 어떤 분이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만, 아실려나? 세상은 다 게임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Uncover the Smoking Gun

꼴찌 평론가

2024년 8월 24일 by 이상한 모자

얼마 전에 모 언론사에서 하는 유튜브에 다른 평론가 및 변호사 분들과 떼를 지어 나간 일이 있다. 뭐라고 막 떠들고 있는데, 글쎄 주최측이 시청자들 대상으로 인기 투표를 진행하는 것 아닌가? 이런 염병…. 이런 거 하면 결과는 뻔하다. 당연히 꼴찌를 기록하였다. 꼴찌 평론가…. 다른 두 분을 A, B라고 하면 이런 댓글도 있었다. “A, B의 평론이 갈수록 좋아진다!” … 뭐지?

이렇게 대중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잠시 고민하였다. 최근 경험을 종합해보면, 시청자들은 신선한 결론 좋아하지 않는다. 결론이 뻔해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얘기 안 좋아 한다. 논리 구조가 복잡하면 안 좋아 한다. 말이 길면 안 좋아 한다.

근데 세상사는 대개 복잡하다. 이건 님이 평소에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압니다. 늘 말씀 드리듯, 하다 못해 편의점주를 해도, 실제 하려고 들면 그게 얼마나 복잡한 일이냐? 이 복잡한 세상사를 이 분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설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잘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은 그런 역할을 평론가에게 바라지도 않는다. 나도 가끔 칭찬을 받거나 할 때가 있는데, 대개 의외의 포인트다. 그런 때는 도대체 평론가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평론가의 역할이라는 건 있다. 그게 뭔지는 여기다가 여러 차례 적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 누구도 평론가에게 그런 역할 바라지 않는다. 그냥 개그맨 비슷한 역할인 거 같다. 또 정확하게 개그맨을 바라는 건 아니다. 대체…. 지금 개그맨을 폄하 하자는 것은 아니다. 개그맨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가! 개그맨이 아닌데 그걸 바라는 거 같으니 하는 얘기다.

신문 가지고 떠드는 코너를 좀 했는데,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만 없어져 버렸다. 그걸 여태 했으면 이번 주엔 그런 얘길 했을 거다. 이번 주에 조선일보가 보수 정치에 주문한 게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째, 한동훈 야당하고 싸워라! 왜 싸우지 않는가! 싸워! 둘째, 친일 공세는 후쿠시마 괴담 이런 걸로 반격해라! 이번 주 후반에 용산과 여당이 딱 그걸로 야마 잡아 가지고 가는 거 봐라. 이런 것만 봐도 보수 신문 분석하는 게 왜 중요한지가 드러난단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조중동을 왜 봐야 되냐고 길길이 날뛰다 끝난다.

이런 논리의 조금 세련된 버전으로 ‘뭘 어떻게 보도했느냐보다 뭘 보도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하다’라는 게 있다. 말 자체는 그럴듯한 얘기다. 그러나 ‘뭘 보도하지 않았는지’를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 ‘보도해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알아야 ‘보도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들의 대다수는 어떤 놈이 보도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거나, 상대적으로 작게 다뤄진 거다(‘이런 해석을 왜 기사에 쓰지 않는가’란 불만은 별론으로 하자). 즉, ‘뭘 보도하지 않았는지’란 문제는 ‘뭘 어떻게 보도했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해도 다 소용 없는 거다. 그냥 그만 하는 게 답이다.

그러고보니, 앞서의 방송에서 그런 대목이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말씀을 다른 평론가 분이 하시는 거였다. 나는 재빨리 “그런데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그 얘기를 왜 하는지 몰랐을 거다. 내가 알기로 ‘경제공동체’는 ‘같은 지갑’을 의미한다. 돈은 B가 받았으나 결국 A가 받은 걸로도 간주할 수 있다는 것으로, 주로 부부의 경우 적용되는 얘기다. 그래서 박근혜-최순실의 관계에 있어선 그 둘이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최순실이 받은 것도 박근혜가 받은 거나 다름이 없다’고 하는 주장이 ‘경제공동체’ 얘기가 되겠다.

그런데 실제 박근혜-최순실은 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됐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건 쉽게 말해 범죄를 둘이 함께 기획하고 실행했다는 거다. 둘이 함께 저지른 범죄이니 돈이 최순실에게 있든 박근혜에게 있든 상관이 없다는 거지. 이건 ‘경제공동체’하고는 다른 것임. 이 차이를 옛날에 꾸기님이 다 설명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언론에서는 경제공동체 경제공동체 하고 국회에서 국회의원님도 ‘박근혜-최순실은 경제공동체’라고 하고 그런다고.

이건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나온 얘기임. 아래 기사.

최씨 변호인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뇌물수수 사건 첫 공판에서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의 의상비를 최씨가 대납했다는 증거들을 제시하자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경제공동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대통령 의상비를 최씨가 냈기 때문에 경제공동체가 아니냐는 입증 취지에 주안을 두고 조사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해 최씨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경제공동체에 관한 입증은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최씨가 대통령에게서 돈을 받아 의상비를 모두 정산했다고 덧붙였다.

또 변호인은 과도한 수사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특검법 (조사 대상)을 보면 대통령 의상 관련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는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고도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특검 측은 “경제적 공동체라는 개념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걸 전제로 기소하지 않았다. 경제공동체를 입증할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대통령과 최씨 관계를 조사한 건 공무원인 대통령과 민간인인 최씨가 뇌물 혐의 ‘공동정범’에 해당하느냐 등을 입증하기 위해, 사회·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부분을 입증하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각자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정범’이고, 이들이 공동으로 뇌물죄를 저지른 점을 입증하고자 관련된 내용을 조사한 것일 뿐이며 혐의 입증에 ‘경제공동체’ 논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검 측은 “뇌물수수의 공동정범을 입증하기 위해 경제공동체가 필요한 개념은 아니다.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면 그것으로 공동정범이 된다”고 부연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70404118400004

이걸 자꾸 얘기하는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가 인정이 됐으므로 A와 B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고 C와 D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고…’ 하는 식의 얘기를 사람들이 끝도 없이 하기 때문. 근데 뭐 이런 게 중요하겠냐. 그냥 경제공동체 경제공동체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 그게 중요한 거지…. 그냥 그게 평론가지 뭐….

오해하실까봐…. 제가 이러한 평론의 정도를 걷고 있는데 사람들로부터 그것을 인정 받지 못해 꼴찌를 했다, 이런 말씀이 아니고! 제가 꼴찌를 한 것은 제가 못나서이고, 하여간 꼴찌를 했으니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면 1등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나는 뭘 해도 1등 평론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지금 쓴 것이다 라는 걸 분명히 하는 바입니다.

자, 이렇게 쓰면 또 1등에 연연한다고 염병할까봐 또 분명히 하는데, 꼴찌니 1등이니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평론가다운 평론가가 된다고 해서 1등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의 비애가 중요하다는 얘기라는 걸 다시 명확히 함.

오랜만에 사람들 반응에 대해서 생각하니까 괜히 이것 저것 신경쓰이네…. 이래서 댓글이니 투표니 이런 건 안 된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경제공동체, 평론가

드라마 이야기

2024년 8월 8일 by 이상한 모자

지난 주엔가 배PD를 만났다. 배PD는 별명이다. 그는 고교 시절 방송반이었으므로, 그때부터 다들 배PD라고 불렀다. 고교 시절의 관심사를 전공으로 살린 케이스로 지금도 촬영과 연출의 현업에 있다. 몇 안 되는 오랫동안 연락이 지속되는 친구인데, 한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어찌어찌 다시 연락이 닿았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대가 연락을 해왔다는 것은 대개 그쪽 상황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과연 코로나 시국 이후에 시절이 좀 좋았던 모양이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꽤 화제가 된 작품 2개에 참여했던데, 그 중 하나는 본인이 메인 연출을 했다. 돈 좀 버는가 하고 물었는데, 앞으로 벌어야지 하더라.

‘돌풍’ 얘기가 나왔는데, 시놉시스가 보도된 것만 보고 드라마를 보지는 않아서 좀 그랬다. 총리의 음모를 막으려는 경제부총리… 여기서부터 확 식는다. 대한민국 관료 사회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닌가? 총리의 거대한 정치적 음모를 경제부총리가 막는 시도 자체를 어떻게 하나… 이걸 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느낀 건, 떳떳한 녀석이 없는 구도는 좋은데 요즘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너무 전형적인 게 아닌가 하는… 아무튼 안 보고 쓰는 거니까 정확한 얘기는 거의 없겠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그런 선입견이 이미 생겼기 때문에 안 봤다, 그런 얘기인 거다. 뭐 어차피 넷플릭스니까 보고 싶어지면 보겠지. 음모나 권력 투쟁으로 점철된 얘기가 아니라 정치 드라마 다운 정치 드라마를 좀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요즘 밥 먹으면서 본 것은 ‘지면사들’이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인플레의 시대로구나 하는 생각이… 이렇게 좀 간접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것도 좋다 싶다. 이것 말고 ‘에일리어니스트’라는 것도 조금 봤는데, 놀랍게도 드라마 등장인물 중에 역사 속 실존인물인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있다. 뉴욕시 경찰청장 하던 시절인데, 주요 조연으로 나온다. 처음에 보고 아니 ‘얘는 시어도어 루즈벨트랑 똑같이 분장을 했네’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루즈벨트였다. 루즈벨트는 심리학자쯤 되는 주인공의 대학 친구인데, 개혁(reform)이 곧 이성과 합리를 기반으로 한 진보이던 시대가 뭐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최근 뉴진스라는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일본에 가서 푸른 산호초를 불러갖고 화제가 꽤 되었는데, 대개 쇼와의 향수 같은 얘기를 많이 한다. 가령 한겨레의 길선생 같은 분들 하시는 말씀이 전형적이다. 아래의 말씀.

생각해보면, ‘푸른 산호초’와 오자키의 ‘15살의 밤’은 거의 같은 시기의 노래다. 한쪽에선 모든 게 풍성했던 ‘쇼와 말기’ 일본 사회의 달뜬 분위기, 다른 노래에선 그런 풍요 속에서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젊은이의 저항 의식을 느낄 수 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52284.html

그런데, 쇼와를 통으로 보면 두 노래는 같은 시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버블을 중심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80년대 초하고 80년대 말은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 아, 근데, 어라 내가 이 생각을 갑자기 왜 했지 라는 느낌으로 더듬어 보니… 아 그 이즈미인지 치하루인지 하는 분이 쓴 글을 다른 신문에서 본 거 같은데, 성함이 뭐였지… 이즈미? 치하루? 뭐였지? 한참 헤맸는데, ‘이즈미 치하루’ 씨였다. 아래의 글…

한국에서는 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대한 일본 반응을 ‘풍요로운 버블 경제 시기를 떠올리게끔 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가 풍요로운 시기는 아니었다. 버블 경제의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는 시기는 그때부터 5∼6년 후인 1986년부터 1990년경이다.

일본은 1945년 패전 후 부흥의 시기를 거쳐 1955년경부터 고도 성장을 시작한다. 그러나 1972년 1차 석유 위기로 성장이 멈추고 물가는 급등했다. TV, 냉장고, 자동차 등의 소유율이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생활 수준은 올라갔지만 그간 무리한 개발로 사회문제와 공해가 촉발됐다.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존여비의 구태의연한 기존 세대의 사고방식이 사회를 지배했고 부모님과의 소통이 어려웠다. 특히 내가 살던 시골은 보수적인 경향이 여전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았다.

내 경우도 대학 진학을 원했지만 완고한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국립대, 게다가 약대나 간호학과가 아니면 등록금을 내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런 시대 속에서 등장한 게 마쓰다였다. 마쓰다 또한 아버지가 연예계 진출을 반대하는 바람에 설득을 거듭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야 데뷔했다. 처음에는 귀엽고 노래를 잘 부르는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아이돌’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회의 기존 가치와 싸우는 의연한 여전사임을 드러냈다.

데뷔 당시 별명은 ‘귀여운 척하는 아이’라는 의미의 ‘부릿코(ぶりっこ)’였다. 여성보다 남성 팬이 더 많았다. ‘세이코 짱 컷(聖子ちゃんカット)’이란 헤어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1985년에 결혼하고 이듬해 엄마가 되며 서서히 대중의 기대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녀는 엄마가 되었어도 가수 활동을 멈추지 않아 ‘원조 마마돌(ママドル)’이라고 불렸다. 그러곤 데뷔한 지 10년째 되던 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두 번의 이혼과 재혼도 했다. 한때 사회적으로 심한 비난도 받았지만 변명 한마디 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노래했다. 그런 모습이 동시대에 사는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내, 순정을 강요받아 온 여성들에게 마쓰다는 노래와 미모를 무기로 사회의 기존 가치에 대항하며 싸우는 여전사 그 자체였다. 나 역시 그런 그녀를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730/126218699/2

물론 글에도 나와있지만 일본의 고도성장 자체는 전후의 재건, 1960년대 이케다 정권의 소득배증계획, 70년대 다나카 정권의 일본열도개조론으로 계속 되는 것이지만 ‘푸른 산호초’는 흥청망청하는 전형적 버블의 이미지까지 간 시점은 아니었다는 것.

다만, 희망은 희망인 게 시골의 소녀가 꿈을 안고 상경하는 모습 같은 게 그려지지 않는가. 사실 이런 전형적인 장면이 ‘아마짱’에 나온다. 지금은 배우인지 아닌지 좀 애매한 노넨 레나의 엄마 역을 맡은 고이즈미 쿄코의 젊은 시절 역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가, 마츠다 세이코의 ‘그 머리’를 하고 해녀의 마을에서 아이돌을 하기 위해 도쿄로 가출하는 얘기… 저 글을 읽으면서 아 그게 이런 거겠지 아마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배PD와 헤어지면서 그랬다. 나도 좀 언제 출연을 시켜줘라. 어차피 농담인거 뻔히 알고 하는 얘기다. 배PD가 그러더라. 사이버렉카 역할로 함 해보자. 됐습니다~ 그랬다. 나는 지금도 유튜브를 아주 죽여버리고 싶으니깐… 날씨도 더운데 뉴스보면 괜히 열만 받고… 이런 시기에는 홋카이도 같은 데 가서 살고 싶어진다. 그러고보니 홋카이도 후라노를 배경으로 한 옛날 드라마에도 푸른 산호초 곡조가 잠깐 나오더라. 도쿄에서 부모의 결별로 아빠의 고향으로 따라온 애들이 티비를 보며 마츠다 세이코에 열광하는… 곧 대자연에 거의 유기되다시피 하지만… 여튼 드라마를 보면서도 세상사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예요.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도쿄 사기꾼들, 돌풍, 마츠다 세이코, 배PD, 북쪽의 나라에서, 에일리어니스트, 푸른 산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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