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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확실히 그날 나는 화가 좀 났던 것 같다. 여자친구랑 광장호프 위에서 한참 실갱이를 하다가, 바래다주고 집에 들어온 다음 하루 걸러 더 생각해보니, 간만에 만나는 친구들 앞에서 너무 성격을 부렸던 것 같고 특히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분 앞에서 그랬던 것은 예의가 아니다.

아무튼 그날은 화가 났었다. 한윤형이 '넌 네 생각만 옳지'라고 말했던 게 그것을 촉발시킨 것 같다. 확실히 이런 성향은 속일 수가 없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한 근거와 논리를 마련하고 있으니 내 생각이 옳다고 보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나는 적어도 내 친구들이, 어린 시절 황희 정승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던 캢들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법대에서 배운 것 중 몇 가지 마음에 드는 것도 그런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를 변호해야 하고, 자신이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입증해야 한다. 내 생각'만' 옳다고 우기는 편협한 태도가 그날의 문제였던 것은 나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 확신을 포기하거나, 되지도 않는 주장을 하는 타인들을 '옳다'고 인정해주는 그런 식의 부드러움을 갖출 생각은 없다.

여자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나는 서세영에게 시네마 올인 인생 타령을 했다고 한다. 내 뜻이 어떻건 서세영 입장에서는 개운치 않을 수 있다. 혹 그렇다면 미안하다. 그날의 모든 광경을 어른스럽게 수습하려고 해주셨던 안PD님께도 굽신굽신. 괜히 미안해하는 한윤형에게는, 어차피 그건 내 성격에서 비롯하는 문제니까 그럴 거 없다고 말하겠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후 어젯밤, 원고 마감을 마친 여자친구와 홍대 주차장 골목 꼬꼬순이에서 닭 한 마리에 500 두 잔을 나눠 먹고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술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침 저녁 무렵 한윤형으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20대가 지나치게 까이는 문제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서 프레시안이나 기타 등등에 기고하면 어떻겠느냐, 이런 내용으로 기억한다. 그야 되면 좋지만, 내 경험상 시사지나 일간지 쪽에서는 은근히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또한 프레시안에서 한윤형에게 청탁하는 방식을 보니 이미 블로그에서 공표한 내용도 다시 써줄 수 있다면 오케이라고 하는 것이 관습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덧붙여 말하자면 노정태라는 사내의 블로그를 업데이트할 필요성도 절감하고 있으니, 일단 그 내용은 다 써서 블로그에 올린 후 추후 기고 가능성을 검토하던가 할 것이다. 단행본 원고도 아니고 매체 기고 원고를 다 써서 들고다니는 건 말이 안 된다. 분량과 방향과 컨셉 등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이 바닥에서 조금이나마 일해본 바에 따르면, 그건 정말이지 현명하지 못하다.

안 되면 딴지일보에라도 보내지 뭐.

그리고 내가 전화했을 때에는 거기서 술 더 먹겠다고 하더만. 구성원들을 보니까 내가 갈 자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와서 같이 먹자는 제안도 뿌리친 것은 눈앞에 양주와 맥주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래,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휴일인데, 업무상 이메일 보낼 일이 남았다. 손도 풀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정리도 할 겸 이 게시판에 글질을 하고 있다. 이번 마감은 영 마감답지가 않다. 아침에는 인쇄소에서 전화가 왔다. 회사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늘 그렇고. 하지만 이런 구질구질한 일들을 술자리에서 토로하기 시작하면 바로 아저씨가 되는 거겠지? 조금 있으면 서세영과 영화를 보게 된다. 앰네스티 모임도 있군. 다들 바쁘고 정신 없는 와중에 모인 거였겠지만, 정신줄을 놓고 며칠 동안 술 마시는 모습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뭐, 각자 마시는 방식이 있는 거니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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