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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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고 이택광 님을 두번째 만났을 때 나눴던 대화다.
이택광 : 아, 나 진짜 티비에서 황당한 프로그램 발견했어!
나 : 뭔데요?
이택광 : 그게 말이야. 외국 여자들이 패널로 나와서 이런 저런 얘기하는 프로인데...
나 : 아, '미녀들의 수다'. (심드렁) 군대에서 보다 나왔는데....
이택광 : 역시 군인들이 더 빠르구먼....-_-;;; 뭐야 그게. 한국인 패널들은 다 남자고...
이 상황에서 나는 이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천명훈의 에피소드와, 그 다음부터 연예인 중에서는 그럭저럭 생각이 있다는 이미지가 있는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김c가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해 드렸다. 원래 병장 5호봉은 예능 프로그램 PD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오는 짬밥이다.
'솔직함'에 대한 글을 쓴 직후에 이런 일이 생기니 약간 씁쓸하다. 사실 부스걸은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내가 군대에서 스타리그의 성장을 체감한 방식은, 게임방송에 나오는 여자 진행자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더라는 것이다. 속된 말로 하자면 그녀들의 '스펙'도 점점 높아졌고. 그 정도까지는 나도 '어라, 얘들 돈 좀 벌었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면 그땐 군인이라서 그랬나?
나는 부스걸에 대한 윤리적인 비난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그럴만큼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도 아니고, 별로 효과도 없다고 생각해서다. 다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스포츠의 잠재력이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나는 스타리그가 어찌됐든 대형백화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동네에서 잘 나가는 슈퍼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구멍가게나 동네 슈퍼에 물건을 사러 갈 때는, 대형백화점이나 할인마크에 갈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까, '자본의 합리성' 말고도 다른 이것 저것 욕망이나 향수들을 그 대상에 쏟아붇는 다는 것이다. 내가 요새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은 내겐 어떤 '특별한' 공간이다.
그리고 부스걸이란 존재는 내게서 그런 '특별한' 느낌을 앗아가는 어떤 것이다. 부스걸보단 차라리 야구장의 치어리더가 낫다. 치어리더야 눈요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예쁜 여자들에게 뭔가 역할을 부여해 놓고, 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변하다니, 살짝 치사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물론 실제로 뭔가 역할이 필요해서 스텝이 필요했는데, 이왕 고용하는거 예쁜 여자로- 이런 식으로 생각이 나아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러나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군생활 내내 티비를 보면서 '뭐야, 대한민국엔 예쁜 여자밖에 안 사나.'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전역하고 나서 거리를 나와도 그 느낌은 치유되지가 않았다. 아직 내 머리 속의 '여자'의 개념은 뭔가 구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그래 뭐, 그렇게 예쁜 여자가 많고 많아서 펑펑 넘칠 정도라면, 저런 곳에도 등장할 수도 있겠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