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3 01:32
가끔은 생산적인 글도 써야죠. 오늘부터 희망근로2009뭐시기가 시작된다고 떠들썩 하네요. 잠시 이게 무슨 내용인지를 들여다 보도록 하것습니다.
네이버에 쳐봤더니, "근로능력이 있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근로와 연계해 한시적으로 생계를 지원하는 사업" ...
더 자세히 파이낸셜 뉴스의 기사를 보면,
라네요.
자세히 보면, 그니깐 나랏님이 시키는 일을 꼬박꼬박 열심히 하면 월 83만원만 주는데 그 중에 반은 소비쿠폰으로 준다고 합니다. 상품권으로 준다는거죠. 이 상품권은 재래시장과 동네슈퍼, 소규모 영세 상점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써있지만 사실 그 중에서도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건 '공공근로'와는 아주 다른 사업이고 반드시 '동네 등산로 정비', '재해예방사업', '노후교량 정비', '학교담장 허물기'만 시켜야 된다고 하네요.
문제는 근로기준법에 보면, 임금은 꼭 '통화(通貨)'로 지급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는 것입니다. 근데 이건 임금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주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에 대한 정부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님이 뭘 몰라서 그렇구여. 이건 임금이 아니라 사회복지입니다. 사회복지예요. 착각하면 안되죠. 오해입니다. 그니까 근기법 적용 대상도 아님."
......
아 어쩌라구.
사실 이런 괴상한 아이디어는 외국 뭐 어디 먼 나라의 '바우처(voucher)'라는 방식을 통한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온 측면이 있는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즐겨 보았던 드라마 웨스트윙에도 요거 가지고 논쟁하는 그림 나옵니다. 리오 맥게리 딸이랑 샘 시본이랑 요걸 갖고 반나절을 논쟁하죠. 구체적으로는 학교 바우처 제도인데요. 미국에 학교는 사립이 있고 공립이 있는데.. 에이, 그건 뭐 딴 거 찾아보시구여.
외국의 사례에서도 이것에 대한 여러 논쟁거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마는, 한국에서는 그런 심오한 논쟁으로 갈 것도 없이 이런 제도에 대한 아무런 사회적 인프라가 없는데 이걸 갑자기 하자고 하니 생길 여러 부작용을 떠올리는 것으로 족하겠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사회적 인프라가 있으면 그래도.. "아저씨, 이 상품권으로는 TV만 살 수 있으니깐 근처 대리점 아무데나 가서 TV 사다가 집에 놓으세요. 아저씨 집엔 TV도 없잖아요.", "흑흑, 고마워 아가씨.." .. 이런 그림이 가능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걸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에이 씨 돈으루 주지 차라리, 이걸 어따 쓰라고.."
상품권을.. 이거를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차라리 그걸로 엿 바꿔 먹겠죠. 엿 바꿔 주는 놈들 꼭 요런 상황에 등장합니다. 수수료 받고 상품권 현물화 시켜주는 사업이 블루오션 될 지도 모르죠. 정부에서 규제를 하겠지만 그게 뭐 되겠어요?
그럼 왜 울나라 정부는 요따위 웃기는 짓거리를 하는 걸까요? 사실 논리는 간단합니다. 사회서비스 정책을 확대 하긴 해야 되는데.. 거 그냥 확대 하자니 빨갱이나 하는 소리 같구.. 요걸 갖구 좀 사회적 일자리 이런 얘기랑 짬뽕을 시켜볼까? 하는 김에, 요 돈 벌어서 술이나 먹구 그러지 못하게 바우처인지 뭔지도 같이 도입해야것다! 또- 또- 하는 김에, 요걸로 재래시장이나 소매점도 좀 살리고. 내수도 진작시키고! 경제도 살리고! 그러다 보니 완전 짬뽕이 되어서 죽도 밥도 안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전문 용어로는 '사회복지가 시장화 되었다'라고 하지요.
사실 복지제도란 게 별거 아닙니다. 옛날에 19세기에 보면 이제 자본주의로 사회가 막 넘어가야 되는데, 그럴려면 공장에 가야 되잖아요, 사람들이. 근데 맨날 농사나 짓고 허구헌날 잠이나 자고 이런 사람들이다 보니까 아침 7시에 제대로 출근을 안 합니다. 왜 안 왔냐고 그러면 '아 해 아직 안 떴잖여~' 이러잖아요. 그런 놈들은 이제 쥐어 팹니다. 데려다가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일을 시킵니다. 그리고 졸립다고 늦게오면 또 쥐어 팹니다. "너네는 5시간만 자도 돼!" 패고 패고 또 패고 한 대 더 패서는 급기야 귀를 자르고 코를 잘라서 인간을 거의 폐인을 만듭니다. 그러다보니 공장에 일 할 사람이 점점 없어지잖아요. 이러다 공장이 전부 다 망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나랏님은 '공장법'이란걸 만들어서 "아그들아, 하루에 12시간만 일 시켜라." 라고 얘기하게 됩니다. 물론 자본가들은 매우 반발을 했습니다. "시장의 자유를 침해하지 마라!"
즉, 어떻게 하면 인간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7시까지 출근을 시켜서리 마구 일을 시키고 착취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19세기 복지제도의 스타일 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복지제도 역시 이 패러다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를 않습니다. 공장에 9시까지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이랑 못 하는 사람을 구분해서 못 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서 갈궈서 출근을 하게 만드는 스타일인 것이져. 그게 무슨 출근이든지... 하여간 출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런 건 좀 이제 집어 치우고 우리는 21세기의 보편적 복지를 요구해야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근본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거면, 희망근로2009니 청년인턴이니 이런 것을 욕할 때에도 조금 자제를 해야 하겠습니다. 왜냐면~ 요거 기본 골격은 노무현 전 대통령님 시대에 나온 거거든요...
물론 우리의 큐트한 MB쨩도 여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몇 가지 집어넣긴 했습니다. 다시 위를 보시면 이 희망근로2009란걸 지자체가 사람들에게 시킬려면 꼭 '동네 등산로 정비', '재해예방사업', '노후교량 정비', '학교담장 허물기'만 시키라 했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이게 다 뭘까요?
넵. 건설 되겠습니다.
* 전 사회복지 뭐시기를 일생 통틀어 해본 적도 없고 전공도 안 했으니 이 엿 같은 글을 보고 뭐가 잘못된거 같다, 이럴 리가 없다, 얘가 뭘 모르고 하는 얘기 같다 하시는 분은 진보신당에 전화를 걸어서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시거나 아니면 좌혜경 연구원을 찾으시면 되겠습니다. 아, 다들 바쁠테니 전화를 하는 것보다는 이메일을 보낸 다음 전화는 짧게만 하는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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