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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밀대 - 수육, 냉면

식당 재판 조회 수 1030 추천 수 0 2013.10.26 22:34:18

을밀대를 가보지 못했다. 어떤 훌륭하신 분이 같이 가자고 하여 갔다. 냉면의 기본적인 지식에 대하여는 지난번에 쓴 필동면옥 리뷰를 참고하자.


을밀대를 같이 방문한 분들이 필동 근처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인지, 다들 필동면옥에 대한 일정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본래 사람의 심리라는 게 좀 그렇다. 진정한 냉면은 을밀대라는 이들의 극찬이 사실인지 확인해보아야 할 필요가 더욱 커졌다. 소주 한 잔을 하기 위해 먼저 수육이라는 메뉴부터 주문했다.



검색을 해보니 '차돌박이 수육'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부위가 차돌박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기보다도 양지를 중심으로 한 소의 앞다리 근처 고기를 전부 육수를 내는 데 이용하고 그 중 일부를 저며서 조리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렇게 보면 결국 차돌박이도 양지 근처에 있는 것이니 차돌박이 수육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굳이 이걸 얇게 저며서 먹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육이라는 것은 결국 삶아서 물기를 머금은 고기를 먹으며 부드러운 식감을 즐기는 요리라고 여겨진다.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쇠고기는 오래 삶으면 질기다. 하지만 국물을 내기 위해서는 오래 삶아야 한다. 고기를 얇게 저미는 건 그래서라고 생각된다. 결국 국물을 내던 고기를 저며서 주는 셈인데, 그런 프로세스를 생각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독립된 하나의 요리로서 조리되는 것이면 또 모르겠는데...



냉면이다. 지적할 점. 첫째, 계란을 육수에 잠기게 하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노른자가 육수에 풀어져 좋지 않다. 둘째, 면의 메밀함량이 낮다. 전체적인 느낌이 다소 '쫄깃'하다. 전에 썼듯이 냉면의 면이 쫄깃하면 별로 좋지 않다. 면에 부분 부분 검은 점 같은 것이 보이는데 일부러 메밀 껍질 등을 섞은 흔적이다. 메밀 껍질이 아니고 다른 뭔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메밀의 함량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며 전분이나 식용 소다를 첨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육수에 묘한 끝맛이 남는다. 다시마 맛이다. 다시다가 아니라 다시마다. 이 다시마의 맛이 전체적인 그림을 좀 망친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 놓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아마도 다시마는 특유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동원된 재료일 것이다. MSG로 승부하지 않고 다시마를 믿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의지의 문제에 있어서는 나름 평가할만한 부분일 수 있다. 배의 존재도 나름 긍정적이다. 면과 육수, 꾸미를 번갈아가면서 먹다 보면 앞서의 다시마 맛도 그렇고 좀 지루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 때 배를 한 입 베어 물면 또 다른 자극을 얻을 수 있고 냉면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전통과 일부분 단절돼있고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냉면의 맛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완결된 그림을 그려 보려는 노력은 평가할만한 부분이 있다. 유명한 곳이니 따로 주소 등은 표기 안 한다.


댓글 '1'

126번 훈령병

2013.11.04 18:31:41
*.131.152.213

어차피 평냉은 '아지노모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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