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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통합진보당 내부 갈등 씁쓸

조회 수 2981 추천 수 0 2012.02.08 16:07:42
통합진보당 내부 진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의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증폭되어 이러한 상황을 당 지도부가 통제할 수 없게 되자 이에 대한 항의로 유시민 공동대표가 당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보수정당에서나 벌어지던 일이 진보정당 내에서도 벌어지는 것에 적지 않은 놀라움과 실망을 표시하고 있는 것 같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통합하여 만든 정당이다. 이 중 민주노동당의 경우 당내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적 행태가 문제가 되어 2008년에 분당이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들은 진보신당과의 양당 통합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 과거의 패권주의적 행태에 대한 반성을 표시하기도 하였으나, 결국 이번 사태를 통해 여전히 조직 내 패권주의적 문화를 일소하지 못했다는 것을 실토하게 된 셈이다.


(왼쪽부터) 통합진보당 유시민, 이정희, 심상정 공동대표 | 박민규 기자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 민주노동당 내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적 행태는 상당히 유별난 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정파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당직 선거에서 반대투표를 조직해 후보가 한 명뿐인 당내선거를 무효로 만들기도 했고, 특정 당원협의회의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몇십명 단위로 집단이사를 가기도 했다. 이들의 이러한 행태는 당내의 건강한 논의구조를 무력화시켰고, 당 조직 전반에 무기력증이 만연하는 원인이 됐다. 당내 소수파가 2008년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한 사건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불가피한 일이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의 진성당원제를 문제삼기도 하는 것 같다. 통합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이러한 진성당원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밝히며 ‘당심과 민심이 다른 상황에서 당원이 결정하는 것이 옳고 국민은 틀렸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진성당원제 원칙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진성당원제는 당원 개개인에게 당에 대한 중요한 모든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당내에 대의기구가 따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중요한 사항은 모두 당원 개개인의 투표로 결정한다. 이것을 악용하면 당내 다수를 점한 정파가 모든 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가 언제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다.

하지만 우리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말할 때 대의민주주의의 폐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성당원제 자체에 대한 존폐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진보정당은 다수 국민과 다른 의견을 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한 번 아래로 분산시킨 권력을 다시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고리타분한 얘기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통합진보당의 내부 갈등은 우리 정치에 ‘공론의 장’이 부재한 것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통합진보당이 안철수로 상징되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정치권을 휩쓸고 있음에도 이러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러다 다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 내의 정파들이 다가온 위기를 감지하고 서로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을 이제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의 냉정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비록 당적은 다르지만 좋은 취지에서 드리는 말씀이니 귀담아 들어주셨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202071757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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