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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단식 투쟁

2010.02.06 02:16

이상한 모자 조회 수:1015

 

 

그 언젠가, 김영삼 할배가 아직 그래도 젊었던 시절 단식 투쟁을 한 일이 있다. 23일동안 했단다. 물론 중간에 보름달 빵을 먹었다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도 있는데, 어쨌든 이 단식 투쟁은 23일만에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많은 운동권들이 단식을 했다. 어떤 사람은 일주일, 어떤 사람은 이주일, 지금까지 국회 단식 기록은 천정배 의원이 25일로 1등을 먹는다고 하는데, 운동권들의 단식 기록은 이를 훌쩍 상회한다. 40일, 50일, 60일, 80일 ...

 

단식 길게 하고 싶어서 길게 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김영삼의 시절과는 달라서 아무리 죽치고 앉아있어도 일이 해결이 안되니까 단식을 계속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무슨 수를 내서라도 단식 투쟁 일자를 길게 이어간다. 나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효소나 이런 것을 섭취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람이 90일 동안 곡기를 끊고도 목숨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삭발만 해도 큰 일이다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시대가 변한 것이다.

 

오늘 김진숙 지도위원이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물 외에는 무엇도 입에 대지 않았으리라. 아마 그 텐트 앞에서 읍소하는 조합원들이 아니었다면 그마저도 실려 가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의 문턱 앞에 발을 들여놓고서,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김주익, 곽재규를 그렇게 보내고 6년, 7년 ... 그동안 가슴에 맺힌 한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그런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구차하게 살고 있다는 그 부끄러움. 나 같은 사람도 느끼는 이런 감정들이 김진숙에게는 얼마나 큰 것이었겠는가.

 

23일, 24일만에 병원에 실려가는 그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운동권 언저리에 살았던 사람 중에 김진숙의 강연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사람 드물다. 그녀는 늘 이야기 한다.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비정규직도 버리고, 여성도 버리고, 장애인도 버리고, 노점상도 버리고 .... 우리가 얼마나 죄 많은 삶을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물론 그 얘기,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지만 김진숙이 하는 얘기가 훨씬 더 무섭다.

 

이제 더 이상 무엇을 말하랴. 죄책감의 크기만 나날이 커져간다. 김진숙은 24일 버텼다. 효소를 안 먹어서. 이 사실이 왜 이렇게 부끄럽고 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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