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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북 세미나 후기

2009.10.28 14:01

이상한 모자 조회 수: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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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 전 협의가 있었다. 나더러 좀 길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서로 각을 세울만한 내용도 없고 임 선생님도 별로 논란이 될만한 얘길 할 게 없다고 하셔서 여러모로 곤란해졌다. 어쨌든 시간 상으로 길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15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시간을 20분 정도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여 그렇게 하겠노라 했다.

 

한윤형은 자기 책의 내용을 열심히 설명했다. 좀 긴장한 듯 보였다. 한윤형의 거친 숨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장내를 울렸다. 청중들은 그의 숨소리에 매료 되었다. 일상의 피로에 지친 몇몇 청중은 꾸벅꾸벅 졸았다.

 

2.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에겐 두 가지 사명이 있었다. 사람들을 웃겨야 한다! .. 는 것과 말을 길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어떤 말을 할까도 고민스러웠던 것이, 그 곳의 청중들은 (아무래도 주제가 뉴라이트이니까)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두 가지 측면, 1) 정치적 논의에서 언제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으로 수렴되는 주류 정치의 전략과 2)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주류 정치의 전략 .. 을 이야기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즉, 책에 등장하는 개개의 논점에 대해 코멘트 하기 보다는 (어차피 난 그런 능력조차 없다.) 메타비평으로 도망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대강 이런 식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 뉴라이트 논쟁은 학술 논쟁이자 정치 논쟁이고 이것의 성격은 어찌할 바가 없다는 것

- 이 책은 정치 논쟁 문화 일반에 대한 비평서이기도 하다는 것

- 한국에서는 정치적 논의를 하면 항상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 양자택일 해야 하는 상황을 강요당한다는 것

- 근데 사실 이것은 주류정치 전략이고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주류 정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 그래서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여운형의 한 걸음에 주목..

 

.. 여까지 말했는데 사회를 보시는 선생님이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고 지적을 하셨다. 뒷 부분에서 나는 최근 친노계열이나 박원순 등의 시민단체 계열의 정치적 활동을 말하면서 우리 한윤형 선생님께 오늘날 현실 정치세력의 비주류 정치 전략에 대해 질의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계를 보니 이미 몇 십분이나 지나있었다. 앞에 나왔던 말들을 너무 길게 늘여놓았던 것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뒷 얘기를 잊었다. 그래서 망하고 말았다.

 

아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것이고 매우 횡설수설 하다가 끝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님들 저 망햇음

 

3.

 

다행히도 사회자 선생님이 정리를 해주셔서 한윤형 선생님이 '비주류 정치 전략'에 대한 코멘트를 하셨다. 경향신문 비싸게 주고 사야된단 얘기였다. 오오 그것은 NPN! 전국적 정치신문! 불꽃! 불꽃 남자! 정대만!

 

뒷풀이에선 인터넷으로만 가끔 뵈오던 임 선생님도 만나고 분당에 대한 얘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르네21에서 일하시는 분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FTA추진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심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의 홍보논리, 즉,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하며, 한국 사람은 그걸 다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등등의 얘기들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 그대로 믿었을 것이란 얘기다. 그리고 내가 특정한 사상, 이념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저 윤리의식 만으로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똑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맨날 운동권 하다가 국회의원 된 심상정의 경고를 믿겠는가, 아니면 온갖 전문적인 내용의 보고서로 무장한 경제관료들을 믿겠는가?

 

첫 번째 뒷풀이가 끝나고 한윤형과 찌질한 친구들이 남아 나머지 뒷풀이를 가졌다.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광경들이 펼쳐졌다. 나는 술에 취해 3시 쯤 사당역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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