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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인간 노무현을 애도함 (2)

2009.05.31 02:17

이상한 모자 조회 수: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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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죽음으로 소위 '친노그룹'의 어깨에 들러메진 짐의 무게는 더욱 더 늘어난 것 같다. 이전에는 노무현을 당선시키면 되는거였고, 이후에는 노무현을 잘 보좌하면 되는거였는데, 이제 노무현이 이루지 못한 것까지 전부 이루어 내야 하는 역사적 사명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친노'란 무엇인가? 민주당인가? 아니다. 열린우리당인가? 아니다. 노빠인가? 아니다. 친노라는 것은 노무현 정권 이전에는 권력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가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부터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어떤 집단의 이름이다. 이들에게는 권력이 없었기 때문에 권력 분점을 전제하고 거사를 도모할 수는 없었다. 이들이 뭉칠 수 있었던건 이들에게 일종의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상'을 공유한 집단이었다.

그러나 대체 그 '이상'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이것이 바로 참여정부를 지켜보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의심스러워 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상인가? 이상이 있다는 것까진 알겠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고 싶어도 알 길이 없다. '제 3의 길'인가? 그러면 이 나라에 원래 존재했던 '제 2의 길'은 도대체 뭔가? 그냥 '불의와 싸워야 한다'는 이상인가? '지역주의에 저항해야 한다'는 이상인가? 둘 다 라고 한다면, '불의와 싸우고 지역주의에 저항하면서 이라크 파병을 하고 비정규악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상인가? 그게 아니라면, 전자는 이상이고 후자는 현실인가? 하지만 한미FTA에 대해서는 아예 유시민이 아예 책까지 내지 않았나?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꺼내보자. 유시민은 노무현인가? 내 생각에 유시민은 노무현의 발톱의 때도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을 차기 친노그룹 대장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김두관은 어떤가? 문재인은? 조기숙은? 그들이 제 2의 노무현, 노무현을 능가하는 노무현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노란 넥타이를 안 매서?

간단한 이야기다. 친노그룹 중 자신이 갖고있는 정견에 대해서 정치적 검증이라도 받은 사람은 노무현 단 한 사람 밖에 없다. '우리도 의원은 했는데요!' 라고 말한다면, 나는 '조용히 해, 이 탄돌이들아!'라고 말할 것이다. 친노마저도 노무현과 같은 이상을 공유했는지 명확치 않다. 그 누구도 그런 걸 확인해 준 일이 없다. 친노여, 이제는 책임감을 가지시라.

이번 사태에서 유일하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할 자격을 갖고 있었던 친노그룹이 인간 노무현을 뜻을 기리고 그의 이상을 존중하고 이어갈 것이라고 하면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친노 정치세력화'밖에 없다. 노무현은 '국민후보'였지 '민주당'후보가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민주당 뒤에 비겁하게 숨지 마라. 노무현의 죽음을 민주당 내부의 주도권 투쟁에 갖다 바치지 마라. 죽은 노무현 뒤에도 숨지 마라. 뜨거웠던 여름의 기억은 이제 먼 과거의 일일 뿐이다.

오라, 친노여!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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